4.30을 참가하는 심경.

2007/04/28 22:26

나는 집회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집회에서 투쟁가 부르는 것과 문선을 하는 분위기 자체를 무척 흥겹게 여기고 그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것보다는 바닥에 떨어진 팜플렛을 주워서 읽거나 거기에 쓰여진 내용에 관해서

옆에 선배한테 물어보거나 하는 것이 좋았고, 시끄럽고 격렬한 분위기에 결코 몸을 맡기고 동화

되지 못했다.

 

 

2002년 이후로 노동자대회, 메이데이 등 어떤 큰 집회도 참가해보지 않았다.

그 5년동안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그때그때마다 어떤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는지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아마 2001년-2년쯤에는, 집회에서 얘기되는 것들이 모두 세상에서 필요한 얘기이기는 하지만

내가 그것과 관련되어 무슨 일을 할 수 있고, 또 나의 행복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싶었었다.

 

 

오히려 나는 학내 에서의 학생 정치집단의 형태에 관하여 많은 관심을 가져서 그와 관련된

'오래된 습관 복잡한 반성' 등을 읽으며 학생회는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하는가? 지금 이 시점

에서 노학연대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런 생각들을 했었다.

그러나 그런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할 사람들이 없었고 또한 나의 문제의식도 매우 개인적

욕구를 채우는데에만 멈췄다.  사실 내가 그런것에 관해 정말 행동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면

시행착오일지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많은 시도를 해보았어야 하지만,

사실 그때 나는 그 당시 학생사회를 '판단' 하고 '분석' 하기만을 즐겼을 뿐 어디에도 나의 몸을

던질 용기도  여유도 없이 자기만족을 위해 뒷말만 하는 사람에 머무를 뿐이었다.

 

그때만 해도 '비정규직' 이라는 말이 '지금정도로' 일반인들도 문제의식을 가질정도로 공론화된

단어가 아니었고,  나와 내주변의 많은 이들이 자신이 대학을 졸업하고 비정규직으로서

살아가는 삶을 살 것이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아서인지 나도 그랬다. 

 

 

2003-4년에는 학교를 떠나있고 또 책속에서 해답을 찾아보려고도 하면서 나도  '내가 노력한다면' , ' 온건하고 자유롭지만 어느정도 의식을 지닌 시민으로'    '두루뭉술하고 사이좋게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이라 생각했던  '일반사람들' 이 살아가는 사회가 결코 내가 좋아할 수 없는 면을 많이 가지고 있음을 뼛속 깊히 체험했다. 

 

저학년일때 학교에 있는 동안 나는 내가 다른이들에 비하여 별다르게 문제의식을 깊이 느끼지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인지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조직안에서 크고작은 좌절과 패배를 많이 겪게될수록 나는 나의 성격, 나의 성장환경, 나의 계급

그리고 나의 지식과 또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감수성의 한도내에서 내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조금씩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변하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꼭 내가 생각한 졸업후의 운동의 길 - 여기서 말하는 길이란 꼭 직업운동가가 아니라 어떤 직업에서든지- 최소한 자본가와 공권력의 하수인이 아닌 한도에서- 자신이 학생때 가져왔던 문제의식을 구체화하고  실존의 문제들을 풀어내고자 노력하는 길- 을 내가 예상했듯이 당연하게 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보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것 이다. ) 그걸 보고 내가 깨달은 것은  한순간에 보여준 열정이 그 사람의 성향이라고 판단할 수 없고, 결국 사람은 호흡이 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학생때 무언가를 주장한다는 것은,비록 그 순간에는 진실하고 진지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보면 매우 쉬운일이고, 자기손으로 밥을 벌어먹게 되는 생활을 하게 될때 그 직업으로써 한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그때마다 직면하게 되는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문제들에 있어서 자기 입장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짜란 생각이 든다 요즘은.  그건 결코 쉽지 않은, 내가 풀어야 할 숙제겠지. 조급해지지 않는 것.

 

5/1 당일날 참가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문제라고 인식하면서도 ' 연대' 라는 이름으로 4.30에 참가한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4.30 전야제가 예전처럼 크게 보이지 않는다. 달리 보인다.   '운동권 학생들의 여가'  처럼 느껴질 정도로 학생운동사회가 별로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학생들의 문제와 4.30에서의 노동자의 문제가 결합되어 논의될 정도로 제대로 조직화가 이뤄지지도 못했다는 슬픈 현실이 있다.  학내 자치권탄압, 등록금 인상, FTA타결로 인하여 더욱더 가중될 교육의 공공성 붕괴 이 모든 문제가 서서히 담론으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조직화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어쨌든 나도 4.30을 해방감으로 대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밤에하는 문화제에 오랜만에 참가해보고 싶다.  (낮에는 수업때문에 5/1일 참가는 어렵다. )

 

 4.30 문화제가 기대가 된다.

 현재 치열한 정세의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의 발언들도.

 그리고 얘기되는 현안들을 내가 예전보다 한 단계 나은 시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리고 지난 세월들을 통하여 조금 성숙해졌음에 나 자신에게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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