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2007/06/01 01:43

‘건설노조는 모두 공갈범?‘ 기사의 법적쟁점에 대한 해석과 의견

 

 

대구 고등법원에서는 조기현 대구건설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5인의 건설노조 활동가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청과의 단협 체결를 이유로 한 공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대구고등법원은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이번판결은 이미 건설관련 각종 법률상 인정되는 임금지급에 대한 연대책임 산업안전 보건관리에 관한 조치의무와 산재보험의 적용 퇴직공제가입 등에 대한 부분 뿐 아니라, 원청업체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원청업체에 단체교섭 당사자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 는 것으로 원청의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명시적으로 인정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러한 판례가 특별히 의미있는 이유는, 현 노사관계의 실태에서 볼때 실제로 대기업 입장에서 중소기업의 저임금을 이용하여 비용을 절약할 수있는 하청, 즉 하도급 업이 경비, 청소, 제조, 또한 위의 판례에서의 건설업등 에서와 같이 현대사회에서 널리 이루어지고 있는것에 미루어보아 사실상 하청노동자들의 근로계약상의 지위는 매우 열악함으로써 사실상 근로자들의 이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여 왔기 때문이다.

 

근로자측의 단체교섭요구에 대하여 그 ‘상대방’ 으로서 응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는 단지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단체교섭이 노사간주장이 대립하는 사항에 관하여 합의 를 형성하려는 사실행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법적의무는 없더라도 실질적 영향력은 있는 자에게도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판례는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되는 사용자는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 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한다” 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명시적인 근로계약관계 말고,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라는 것은 판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엄격한 요건을 갖춘경우에만 인정하고 있고 또 그 요건을 인정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 요건들은 첫째, 원고용주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할것, 둘째, 사실상 당해 근로자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을것, 셋째,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일것, 넷째,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일것 이 네가지이다.

 

그러나 학설상으로는 ‘근로계약관계 존재’를 '사용자성' 판단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대법원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 거의 일반적이다. 고려대 김형배 교수(법학)는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 사용자는 외부적인 계약형식에 관계없이 해당 근로자들과의 실제적 관계를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사용자 권한을 행사하는 자로서 근로조건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구체적인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미치는 자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구체적인 사용자의 판단기준으로 △업무에 대한 지휘·명령권 또는 작업의 계속성 유무 △해당 근로자가 기업조직의 틀 속에 편입되는지 여부 △해당 근로자의 노무에 대한 대가의 지급 유무 등을 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림대 김재훈 교수(법학) 역시 “(노무공급, 도급, 파견 등 형식을 불문하고) 복잡다양한 취업형태에 대응해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체교섭상의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학설상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해에 따르면, 근로계약상의 사용자는 아니지만 사용기업이 이들의 근로조건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지배해 왔다면 이들 근로자들이 소속한 노조에 대해 단체교섭상의 사용자가 된다는 것이다.

 

대구 고등법원에서 이번 판결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라는 법리를 통하지 않고서도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 인정할 수 있다고 인정한데에 있다. 사실상 대구고법에서의 판결은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라 함은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에 한정되지 않고 비록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구체적 실질적 영향력내지 지배력을 미치는 자도 단체교섭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것인점, 현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건설근로의 경우 그 특성상 원청업체와 건설 일용근로자들과의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통성 원청업체는 이러한 근로자들의 노무제공의 모습, 작업환경, 근무시간의 배정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등으로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고용주인 하도급업자, 재하도급업자 등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를 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의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대구 ․ 경북지역에서 건설일용근로자들과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아니한 원청업체들도 위 일용근로자들과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로서 전문건설업체 등 하수급업체와 중첩적으로 사용자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고, 특히 법률상 원청업체의 책임이 인정되는 임금지급에 대한 연대책임, 산업안전 ․ 보건관리에 관한 조치의무와 산재보험의 적용, 퇴직공제가입 등에 대한 부분과 원청업체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소한 원청업체에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라고 했다.

 

이 판결이 서울고등법원 에서의 2006누13970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판결과 비교하였을 때의 차이점은, 서울고등법원에서는 “ .... 참가인들이 속한 각 협력업체를 형식적, 명목적 존재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경제활동적인 측면에서나 그 지배구조, 의사결정의 구조상 원고회사로부터 독립성을 가진 사용자라고 인정될 뿐이며, 달리 참가인들과 원고회사사이에 각 소속 협력업체가 형식적으로 매개된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 라고 판단하면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라는 ’전제‘ 로 하였을 때 해당사항이 없다고 하며 위 대법원 판례에서의 4가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음을 적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노조법 제 81조 제4호 소정의 지배개입의 주체로서의 사용자에 해당함을 인정하였는데 “......이러한 점은 위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고용사업주인 사내 협력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의 현실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 회사는 그 한도 내에서 노조법 제 81조 제 4호에서 정하는 지배개입의 주체로서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라고 하며 부당노동행위를 행하였음을 인정하였다.

 

즉, 서울고법 판결이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를 인정했지만, 근로기준법상의 개별 근로관계에 대한 사용자성은 인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즉 노조법상 부당 노동행위의 주체로서의 사용자를 인정한 것과 근로계약의 상대자로서의 사용자를 인정한 것의 차이로서, 만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근로계약의 상대자로서의 사용자지위를 인정하였다면, 하청 근로자들은 ‘부당해고’ 의 당사자가 됨을 주장함으로써 근로기준법 30조에 해당하는 방법에 의한 구제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것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대구고등법원의 판결이 획기적인것 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원청업체의 책임규정을 근거로 하여 그 부분에 대한 단체교섭의 사용자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근로계약상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였다는 것은, 근로자로 하여금 단체교섭에 노동조합법 3조,4조에 의한 민형사상 면책의 특권대상자로 인정하였다는 것임에 의미가 있다. 위 대구고등법원 판결에서 원심에서 인정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및 업무방해 죄등 줄줄히 인정한 죄목에 대하여 면책이 되느냐 아니냐의 큰 차이를 낳는 것이라고 보아야겠다. 사실상 사용자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가 노동조합의 목에 큰 작두처럼 들이대어지는 현실에서 단체교섭의 대상자로서의인정, 그리고 단체교섭의 요구하는 과정에서의 관철로서 이루어진 압력이 폭력행위가 아님을 인정한 것은 진보적인 판결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상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면 하청업체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면, 원청업체는 그 노동자가 소속된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있는 현실에서, 위와같은 대구고등법원의 판결은 매우 이례적이고 진보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단 앞으로 더욱 변화되어야 할 것은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까지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 또한 이 판결에서는 건설노동업자들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사용자성이 인정된 면도 크므로, 모든 업종에 있어서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이 널리 인정되는 파급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영역에 있어서 사실상 원청업체가 근로조건에 있어서 영향을 미칠수 있다면 하청업체와 함께 단체교섭의 대상자로 인정되는 식으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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