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놓치다
초록물고기
거미숲
이 세가지 중에서 어떤걸 볼까 고민고민하다가
거미숲을 보았다.
느낌은, 영화가 어렵다는 것이며 또한 분위기는 나쁘지 않지만 주제가 좀더 잘 드러나게 만들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근데 그랬다면 더 평범해졌을 것이다) 별로라는게 아니라
더 수작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느낌이랄까. 나라면 주인공과 아나운서여친과의 관계에
좀더 의미를
부여하여 그릴것 같다. 어머니의 부정과, 여자친구의 바람, 그것들이 단순히 바람피우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의 뭔가에 대한 결핍에서 연유하여 주인공의 컴플렉스를 공통으로 자극한다고
하면 어떨까? (내맘대로 각색....)
주인공이 분노하고, 그리워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기억들이 다소 깊이 없게
그려진듯한느낌이다. 그래서 나처럼 이해력 빠르지 않은 사람은 알수가 없다. 영화가
스토리로 승부한다기보다는 전체적인 짜임을 관객들이 열심히
추측(?) 하게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야되나? 하긴 뭐 만든 사람 맘이지 뭐....
사랑을 놓치다를 볼까말까 하다가 또 송윤아의 하이톤 목소리가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잘못' 만들면 사랑을 놓치고 기다리고 망설이는 테마들이 다소 진부하게 그려졌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보지 않았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평가를 보니 괜찮다는 평이다.
다음에 봐야겠다.
초록 물고기를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보고 싶었지만, ( 그 허무하고 슬픈 인생살이를 깊이 느껴보고
싶어서)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나와 좀 안맞는 점은, 여성이 그 영화에서 그려지는 모습에서 내가
얼마나 감정이입할 수 있느냐 인것 같다. 과격하고 처절하면서도 무리하지 않게 현실적으로 그리
는 방식에서, 영화라기보다는 그저 우리의 삶에 자리잡은 모습들을 진실되이 조망한 것 같아
이렇게, 이렇게 살고 있는 때에 보고싶어진다. 그런영화를 보는건 명랑한영화나 긴박한 스릴러등으로
현실에서 일부러 떠나보려고 하는 것보다도 훨씬더, 마음을 정화하는데 효과가 있다. 피하는 것보다
살아감에 스며들게 한다고 해야되나, 아무튼 그렇다. 그러나 오늘은 보지 않았다. 조폭들 나오고
그러는게 부담스러워서...
식견이 넓지 않은 나로서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좀 정해져 있는 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너무 관념적인 내용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관념적인 것들에
그렇게 몰두하기에는, 좀 직선적인 사람이라서 그런것 같다.
요즘같은 때에는 아무래도 신경이 예민하다보니까 아무거나 재밌거나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실은 난 내가
살고 있는 좁은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세계들은 간접적으로라도 너무나 알고 싶기 때문에 그런
욕구를 채우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유희가 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보는 세계는 어떠한지,
(다소 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지만) 나의 지금 이 정서적 모드에서 벗어나서 타인이
처해있는 모드로 느껴보면 어떠한지, 그런것 자체가 나에게는 궁금하기도 하고 모험이기도
하다. 그런점에 있어서는 꼭 정해진 스타일만 고수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현실에서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삶이 다소 정해져 있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나는 기왕이면 한번 뿐인 삶을 여러곳에 분산하며 자유롭게 살기보다는 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하여 살고 싶고 또 그런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무형적인 것에 있어서든
유형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있어서든, 다소 나는 그런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그러날지 아직은
구체적으로 확언할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 생각은 그렇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란 매우 다양해
서 나 역시 내 멋대로 다양하게 살아가는 모드들을 한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기도 하다. 인생이 여
러번 있다면 말이다. 한번쯤은 머릿속에 태엽장치를 아예 완전히 풀어놓은 채로 살아보고 싶
기도 하다. 물론 그게 내가 진정 좋아하는 모드는 아니지만 말이다.
요즘은 내면적인 규율에서 약간 풀어져서, 내 맘대로, 내 편의대로
거짓말도 하고 처세도 하고 은근슬쩍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살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보기도 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참 배격했는데.... 요즘은 상당히
도덕적 정결(?) 이라는 것에 있어서 상당히 끈을 낮추어서 살아가고 있는 편이다. (도덕이
라는 말 참 싫지만, 적절한 언어가 생각나지를 않네-ㅅ-) 귀찮으면 귀찮아하고, 싫어하고
싶으면 맘껏 싫어하고, 무시하고 싶으면 무시하고,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처세를 위해서 적당
히 행동하고 하는 예전에 한번도 안해본 그런 모드를 실행해보고 있다. 근데 넘 편하다.
아 이렇게 살수도 있구나 싶다.
일부러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게 이렇게 편하구나 싶다.
남이 불편할 것에 너무 민감해하지 않고 니가 알아서 해 하는 모드로 살아가는게 이렇게
편하구나 싶다.
아무튼 간에 다시 돌아와서....
내가 수험생이라는 신분에서 취미를 위하여 보아왔던 영화들은,
너무 현란하고 번쩍번쩍하다보니 너무 쉽게 몰입이 된다. 물론 그런것들이 편해서
좋을때도 있다. 많이 생각하면서 보기 피곤할때에는. 그러나 영화와 현실이 너무 동떨어진
것이 결국은 허무하더라. 한편이라도, 내가 사는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영화를 보고 싶다.
이제는 그렇다.
신촌에 내가 새롭게 개척한 비디오방에는볼만한 영화도 몇개 갖다놓고 있었다. 언제 한번 제대로
보고 싶다.
고려대 참살이길
에 있는 시네마 천국에는 아주 못미치지만, 그래도 '신촌 디비디방 치고는' 꽤 갖추고 있는
요기만 해도 나를 자극하는 것들이 많았다. 하긴 결핍됬으니 더욱 자극될테지...-ㅅ-
나의 최근의 이런 어린애같이, 인간관게에 있어서나,문화생활에 있어서나 다른 심리적인것들에
있어서 목마른듯한 욕구들은 그거들을 다 걸맞지않게 억누르고 있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하긴 인생이 억눌림없이 모든것들 다양하게 다 만족할만큼 누릴수 있다면 그건 인생이 아닐
테지.
요즘은 나라는 인간에 있어서나 세상에 있어서나 부족함과 잔혹함이 존재한다는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되는 것 같다.
Comments
덧붙여 '혐오스런 마츠꼬의 일생' 또한 보고 싶다.
내가 이제 막 어두운 세계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는데... 혐오스런 마츠꼬의 일생도 다운 받았다는...;;
그 영화좀 싸이코같은 여주인공이라 왠지 공감갈것 같더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