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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영등포역 한국철도공사 앞에서 집회중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회권(社會權)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위하여 필요한 사회적 보장책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 건강한 생활을 누릴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노동권, 노동자의 단결권 따위가 있다. (출처: 다음 국어사전)

사회권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우리는 투쟁을 한다. 건강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광우병쇠고기를 반대하는 촛불을 들고 법망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때로는 위법도 서슴지 않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자본가를 향해서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단결권을 행사한다.

 물론 이런 투쟁들이 항상 우리의 승리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은 1000일을 넘었고 이랜드,코스콤,KTX여승무원들의 투쟁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이 당연한 권리들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투쟁하고 있다.

 사회에서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장애인들은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교육을 받기 위해 투쟁하고 집이나 시설이 아닌 사회속에서 살기 위해 투쟁하고 심지어는 버스,지하철을 타기 위해, 공공시설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투쟁을 한다.

 지난 7월 17일 시각장애인 한 명이 인천 제물포역에서 철로로 떨어져 달려오는 열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당시 제물포역에는 승객의 안전을 위한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공익근무요원, 역무원도 없었다.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자살방지 차원, 그 외에도 각종사고방지를 위한 스크린도어. 이 스크린도어는 코레일 관할 역사(640곳) 중 단 한 곳 신길역에만 있다. 국토해양부는 장애인들의 이동권확보를 위해 앞으로 18개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에이블뉴스, 2008.7.24. 박종태기자). 실제로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예정된 인재를 예방하기 위해 스크린도어가 없는 639개의 역사중 단 18개곳에.


 그보다 앞선 4월 28일에는 화서역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던 87세 노인 이모씨가 추락해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화서역의 참사 후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엘레베이터설치 요구에 어떤 한 관계자는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지 않느냐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무료로 지하철을 타는 것이 목숨을 걸고 지하철을 타는 상황을 대신하는 것이라면 장애인중에 무료로 지하철을 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재 전체 640개의 역사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은 119곳이다.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대신 싸다는 이유로 설치하고 있는 고정형리프트로 지하철을 타는 데에는 적어도 4~50분의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고정형리프트의 경우 잦은 고장과 안전의 문제로 목숨을 담보하고 이용한다. 매년 일어나는 고정형리프트 이용으로 생기는 사망, 혹은 중상을 입는 장애인에 관한 뉴스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다만 또 누군가가 아까운 목숨을 자본의 논리에 밀려 잃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장애인이동권 확보를 위해 국토해양부는 오는 2009년 완공을 목표로 36개역에 지하철을 설치하고 22개역에 개량형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한다(에이블뉴스, 2008.7.24. 박종태기자). 휠체어리프트를 타는 장애인을 본 적이 있는가? 휠체어리프트가 조금 커진다고 해서 조금 더 튼튼해진다고 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전체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는 한 지하철역 휠체어리프트 사고는 항상 예정되어 있다.


  그나마 지하철은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탈 수 있지만 버스는 이용자체가 쉽지 않다. 휠체어의 탑승이 가능한 굴절버스와 저상버스는 서울시가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해 도입했지만 운행노선이 턱없이 부족하고(전체버스의 3.1%) 도착시간 안내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장애인들의 이용률은 낮고 급기야는 시민들이 뽑은 '세금낭비사례'가 되고 있다.실제로 필자는 살면서 대중교통을 버스로 이용하는 휠체어장애인을 본 적이 없다. 수요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어딘가로 이동을 하려 할 때 이동권이 확보되어 있는 곳보다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이용자의 편의나 이용가능성보다는 전시행정으로 버스 몇 대 도입하는 잘못된 정책 때문에 장애인들은 버스를 이용할 수가 없다.


 장애인들의 목숨을 건 투쟁의 성과로 지난 2006년 11월 건설교통부가 발표한‘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2007~2011)(안)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장애인콜택시, 장애인셔틀버스 등 특별교통수단을 요구수준의 45.8%까지 확대하고 이 차량은 휠체어사용자가 이용하기 불편함이 없어야 하며 door-to-door서비스를 제공, 이용요금은 도시철도 요금에 준하도록 하고 예약제로 운행하며 장기 이용도 가능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장애인콜택시제도는 이와 사뭇 다르다. 이용자와 이용지역, 이용가능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며 콜택시의 수량도 적어 대중교통이용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이를 대체하여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요금또한 택시요금의 35%수준으로 (서울시는 철도요금의 3배수준으로 인하)대중교통을 대체하여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게다가 이용할 수 있는 택시의 대수도 서울등에 집중되어 있는 형편이다.

 

 휠체어를 타는 친구의 예로 상황을 설정해보자. 필자를 만나기 위해 그 친구는 자신의 집 앞에서 지하철역으로 간다. 그 친구의 집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지하철역 근처이다.그 친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간다. 지하철을 타려는 순간 아뿔싸 큰일날 뻔 했다. 승강장과 전동차의 문턱차이가 크다. 하마터면 휠체어 앞바퀴가 걸려 휠체어 지지대가 부러질 뻔 했다. 전에는 고꾸라졌었는데 그래도 다행이다. (서울지하철 50곳 중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높이차이가 5cm이상인 경우는 21곳.한겨레신문.2008.7.28)힘겹게 필자가 살고 있는 부천역에 도착했더니 이 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다. 역무원을 부르고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서 1시간이 넘게 걸려 역사를 나왔다. 휠체어 리프트가 계단 중간에 섰다 멈췄다를 반복한다. 두렵다. 가까스로 부천역을 빠져 나왔다. 저상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거장으로 향했다. 인도에는 입간판이 가득하다. 도저히 휠체어로 다닐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목숨걸고 차도로 버스정거장까지 갔다. 버스회사에 전화했지만 저상버스가 오는 시간을 알 수 없었다. 1시간즈음 지났을까. 드디어 버스가 왔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부천시 전체에 저상버스가 있는 노선은 1개노선이 더 투입되어 총 4개의 노선이 운영된다는 기사를 봤다. (한 노선당 1~3대 운영) 그래서 큰 기대를 안했는데 여하튼 버스가 와서 다행이다. 하지만 버스는 버스정거장앞까지 정차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버스를 향해 달려가고 버스는 사람들을 태우고 휙 가버린다. 하지만 상처받지 않았다. 뭐 흔한 일이니까. 부천역에 오기 전 전화를 해서 큰 맘 먹고 (부천 장애인콜택시 이용요금: 택시요금의 40%.경기도 등록장애인 12,000명당 한대꼴)장애인콜택시를 예약하려 했지만 처음에는 예약이 밀려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 친구가 부천시민이 아니란 사실을 안 후에는 부천시민이 아닌 사람은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사실 예상했었다.전화를 해서 도저히 필자의 집까지 오기 힘드니 부천역으로 오라고 했다. 함께 맥주를 마시기 위해 술집을 찾는다. 하지만 술집에 들어가는 것은 녹녹치 않다. 1층에 있는 호프집조차도 턱이 있어 입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과장된 이야기 같은가? 이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다. 실제 내 친구들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고 함께 다니며 내가 느꼈던 것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이게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저상버스도 생겼고 장애인콜택시도 생겼다. 그리고 지하철도 탈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의 현실은 험난 그 자체이다. 안전하지도 않고 용이하지도 않다. 200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중 지체장애, 뇌병변장애인의 60% 가까이가 교통수단이 어렵다고 답변했고 교통수단이 어려운 이유는 버스, 택시가 불편하다가 61%,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 부족이 20%, 장애인콜택시 등 전용교통수단부족이 10%로 지체장애, 뇌병변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90%이상이 대중교통시설때문이었다.


  국민이면, 또는 시민이면 누구나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 대중 교통 시설은 장애인들에게만은 구경거리일 뿐입니다. 또한 이러한 교통 시설 이용시 나타나는 차별은 장애인들이 실현할 수 있는 개인적, 사회적 욕구를 원천적으로 제거시키는 것으로까지 이어집니다. 개인적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애인을 만나기 위해 어딘가를 이동하고 싶지만, 이동할 수단이 없어, 집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발생하고, 노동자로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구직활동을 못해 실업자로, 나아가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기도 합니다. 교육을 통해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고 싶은 욕구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다른 사람들만의 행복으로만 바라봐야 합니다. (주.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홈페이지)

 이동권은 장애인이 세상에 나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이 당연한 권리를 누리기 어려운 그들은 집밖으로 나오는 것이 어렵다. 비장애인들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이 권리를 위해 장애인들은 오늘도 투쟁을 한다. 장애인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는 목숨을 걸고 리프트를 탄다.



칼라기자단/바트심슨 stj0924@hanmail.net

[ 2008-07-29 19:28:34 칼라뉴스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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