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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10
    교원 성과급 반납 투쟁에 즈음하여
    Mr.Bear
  2. 2006/08/10
    "자연인" 글 모음 from 이글루스 블로그
    Mr.Bear

교원 성과급 반납 투쟁에 즈음하여

이글루스에서 블로그를 이사 중이지만,

문득 글빨이 강하게 땡겨서 하나 써재끼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방학 전 심각한 분위기의 분회총회에서

윤선생님은 이렇게 말하셨다.

"전교조가 뭔데, 왜 맨날 해주는 거 없이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 거야?"

 

비합법화 시절, 학교측의 거센 방해공작 속에서도

끝까지 조합원으로서의 이름을 포기하지 않은 소위 "독수리 5형제" 중

한 분이신 윤선생님의 말씀이셨기에 더 강한 임팩트로 다가왔었다.

 

엊그제 "교원 성과급"이란 이름의 돈뭉치를 반납했다.

통장에는 딱 그 돈만큼의 잔액이 남아 있을 뿐이었고,

이 돈을 반납해버리고 나면 다시 내 수중에 돈은 한 푼도 없게 된다.

 

"악마의 유혹" 이라고 했다.

전교조 본부에서 날라온 성과급 반납 투쟁에 관한 소식을 담은 이메일에서

저 문구를 보았을 때, 왜 그리 저 흔한 클리셰가 인상깊게 뇌리에 박혔을까.

 

가끔씩 들어가보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에서는

교사의 월급이 너무 많다고들 난리다.

교사 4년차인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글들뿐이지만,

그래도 빠듯하나마 저축하고 편찮으신 부모님께 돈 조금 보내고

생활비 쪼개써가면서도, 우리 사회의 대다수 노동자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유복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불평하지 말자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왔다.

 

그래서 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선두에서

전체 교사 사회의 창의성과 모든 성과를 성과급 차등 지급이라는

악랄하고도 교묘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쥐어짜내어 흡수해버리려는

교육부 관료새끼들과 이에 복종하는 학교 관리자 집단들의

수작으로 통장에 수십 만원의 돈이 입금되었을 때, 나의

분노는 극을 향해 치닫기만 했다.

 

반납하고 났어도 찝찝한 기분은 여전하다.

성과급 차등 지급에 숨어있는 저들의 악랄한 의도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이

입금된 커다란 액수의 성과급을 신나게 쓰고 있을

학교의 저들 비조합원 교사들을 생각하자니

괜시리 시샘 비슷한 것을 내보게 된다.

그들이야 언젠가 곧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라는 최후의 공습이 본격화 되면

교육 전반이라던가 학생 생활에 대한 신실한 고민과 노력 없이

그저 학교 관리자들에게 잘 보여 좋은 등급 받으려는 노력만 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할테고, 혹여라도

자신들이 전반적인 평가에서 최하 점수를 받게 되면

그간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고 교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자기 통장에 입금되어 들어온 이 돈들, 지금

신나게 써버리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지금 당장 돈 들어갈 구석이 한두 군데도 아니고

물질적으로야 막막한 삶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그 동안 돈에 연연하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전교조에 소속된 교사라는 게

잘해도 욕먹고 못하면 더 엄청난 비난과 욕지거리를 먹는 존재 아니었던가.

비록 지금의 성과급 반납 투쟁이 아무런 효과없이,

아무런 파장없이 이루어지면서 저들이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고,

저들의 행정적 행위 하나하나가 종국엔 우리 아이들의 삶을

좌지우지할 틀을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기 위함임을 알기에

외롭다, 시샘난다 투정할 것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전교조에 관한 기사들이 나와 그 밑에 달린 댓글들 보면

교원평가와 성과급 차등 지급에 반대하고,

"김정일 만세, 북한 만세"를 외치는 친북좌익 단체라며

자신들의 모든 분노를 담아 비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실제 전교조에 몸담고 있는 교사로서,

억울하다 징징대고 싶어도 그럴 여력조차 없다.

교원평가와 성과급 차등 지급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시커먼 의도를

알리기에는 왜 우리에겐 우리의 의지를 알릴 방법이 이다지도 부족한지 모르겠고,

친북좌익과는 관계가 전혀 없는 대다수의 조합원 선생님들의

밝고 친근한 미소를 모르는 그들에게 전혀 사실과 다름을 알릴 방법 또한

지금 당장으로서는 없기때문에 가끔은 서글프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지 않은가.

아이들의 해맑은 두 눈빛이 있고,

우리와 함께 하는 수많은 동지들이 있으니.

그래, 속시원하게 반납해버렸으니,

이제는 돈에 관한 근심걱정일랑 잊어버리고

순간순간 즐겁게 고민하며 살아보도록 노력하는게 더 낫겠다.

 

* 누군가 자신의 블로그를 링크하지 않은 채 덧글을 달았다.

   반납한 성과금을 되돌려 받을 걸 알면서 생색내지 말란다.

   혼자 대단한 일 한게 아니라면서.

   진보넷에 블로그 이사를 했을 때는 그런 사람 없을 줄 알았다.

   노파심에 밝히지만,

   이번 성과급 반납 투쟁은 예전처럼 되돌려 받지 못한다.

   이것은 교육부에서 그렇게 밝힌 사안이고,

   전 조합원이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으면서도 벌이는 싸움이다.

   미혼인 나에겐 위에 언급한 "어려움" 정도는 새발의 피일 것이다.

   결혼하여 아이를 둔 대부분의 선배 조합원들에게 성과급은 "악마의 유혹"이다.

   이건 절대로 나 혼자서는 하지 못할 일이다.

   함께하는 동지가 있기때문에,

   우리의 삶이 돈에 좌지우지 되는 것을 거부하는 싸움이다.

   우리 사회의 다른 노동자들이 벌이고 있는

   여러가지 투쟁과 비교해서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생색내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일까.

   (아울러 그 덧글은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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