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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16
    거울을 마주하고 있는 양국의 극우
    Mr.Bear
  2. 2006/08/16
    어떤 핸드폰을 살 것인가(1)
    Mr.Bear

거울을 마주하고 있는 양국의 극우

날짜가는 줄 모르고 살다가 문득 TV를 보니 SBS라는 반동적 채널에서는 한 일본 우익 청년의 이야기를 스페셜로 내보내고 있고, 그나마 좀 나은 MBC라는 채널의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일본 속의 新친일파인 오선화에 관한 이야기를 내보내고 있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광복절이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던 일 모두 멈추고, 이 프로그램 둘을 모두 열심히 시청했다. 광복절이면 으례 나오는 방송이니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문득 의문이 하나 들었다.

 

양쪽 프로그램 모두에서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생각을 여과없이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는데, 그들의 인터뷰 발언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극우-수구주의자들의 말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 단지 그 발언들의 출발점이 한국이냐 일본이냐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방송은 일본 극우들의 생각이 점차 일본 국민들 속으로 흡수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었지만, 한국 극우들의 생각은 한국민들에게 흡수되지 않았느냐고 한다면, 그건 절대 아니올시다, 가 아닐까 싶다. 언론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극우적 인사들의 발언, 한나라당의 성명, 한기총의 집회성명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각종 포털사이트에 넘쳐나는 네티즌들의 댓글들에서 과반수 이상이 저들 극우-수구 집단의 주장과 논리에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은 일반 대중의 의식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오며 대중에게 이식된 '평균적 감성과 관점'에서 조금이라도 이탈한 경우, 무조건 "친북반미"와 "좌익빨갱이"라는 애매모호한 언어로 공격하는 것이 다반사 아니냔 말이다. 보통의 인터넷 사이트 댓글 게시판에서 민노당, 민노총, 전교조, 한총련에 가해지는 마녀사냥을 보면, 저 중 두 단체에 속해 있고, 한 단체에게는 선거때마다 표를 던지는 나로서는 진저리치며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요즘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보자면, 마치 양국 극우들의 멋진 한판 대결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슬하다. 한국의 좌파는 노무현 이후 그 기본적 존립 조건마저 위태로워지고 있고, 일본의 양심적 평화세력은 제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극소수의 상황으로 내몰려진 상황에서, 양국의 극우는 서로 똑같은 얼굴을 하고 서로의 얼굴에 비난의 똥물을 쏟아내고 있는 듯 하여, 나로서는 무지 헷갈릴 뿐이다. 이 문장은 어느 나라의 지배세력으로부터, 이 말은 어느 나라의 우익들로부터 나온 것이란 말인가, 라고.

 

똑같은 모양새를 한 양국의 우익들이 서로를 향해 달리고 있고, 언젠가 이들이 쎄게 충돌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다. 하지만 8.15가 진정 민족의 해방절이 되고, 양국이 미국의 우산 아래서 벗어나 진정한 협력-상생의 관계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진보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커져야하지 않을까.



지난 6월 도쿄에 주말 여행을 다녀왔었다. 빈곤한 삶에 왠 해외여행이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래도 좀 무리를 해서라도 그 놈의 "식견" 좀 넓혀보자는 자기위안으로 다녀온 여행이었다.

 

둘째날 날이 밝아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예의 그 극우단체의 트럭이 이른 아침 비어있는 도로 위를 달리며 확성기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이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더욱 놀랬다고나 할까.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신주쿠에 도착하니 역시나 아래 사진처럼 그 한복판에 극우단체 회원들이 트럭을 세워놓고 일장 연설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으려하자 이를 방해하는 극우단체회원때문에 멀리서 줌인하여 찍을 수 밖에 없었다. 헌데 내용을 들어보고 있자니,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의 영토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왜 우리라고 미국처럼 초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강력한 군대를 가질 수 없겠는가, 헌법을 개정해야한다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일본의 실상이 이렇구나 싶어서 상당히 착잡한 마음으로 아사쿠사역에 도착했을 때다. 역 입구에서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담배를 하나 피고 있자니, 입구 역 벽에 붙어 있는 일본 공산당 의원의 벽보를 볼 수 있었다. "아, 아직 일본에 양심세력이 죽지는 않았구나" 싶어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공산당 아닌가! (물론 민노당 수준의 정당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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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핸드폰을 살 것인가

 

2년간 써오던 스카이 핸드폰이 드디어 그 수명을 다했다.

AS를 받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용이 부담스럽다.

워낙 기계치다 보니, 새로 출시되고 있는 핸드폰이 뭐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몇 일동안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지만, 내 눈엔 죄다 그 놈이 그 놈일 뿐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들이란 고작,

우리나라 핸드폰이 노키아와 모토롤라에 밀리고 있다는 것,

VK핸드폰이 얼마전 부도를 내고 망해버렸다는 것,

그리고 많은 네티즌들이 용산 전자상가들에 대해 증오에 가까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용산에 대한 온갖 비난을 꼼꼼히 읽었다해도

여전히 나같은 기계치들이 맘놓고 발길을 돌릴 수 있는 곳은 용산뿐이다.

갈수록 이태원 골목에 버금가는 호객행위에 애써 무관심한 척하며

순간 여기다 싶은 곳에 발길을 멈추고 들어가보기로 한다.

 

내가 요즘 가장 탐냈던 것은 VK핸드폰이었다.

경제적 형편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요즘, 그렇게 싼 가격에

괜찮은 디자인과 괜찮은 성능을 가진 핸드폰을 살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나가던 벤처기업 VK의 갑작스런 부도는 우리나라 핸드폰 시장에 일대

혼란을 가져오지는 않았어도 나처럼 싼 가격 덕에 VK를 원했던 사람에게는,

용산을 둘러보며 느꼈던 많은 것들과 함께 더 큰 혼란을 줄 뿐이다.

VK에 대해 물어보면 미친놈 취급을 해버리는 용산 아저씨들에게 느꼈던

서운함과 함께 말이다.

 

몇 주째 주말마다 용산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며,

우리나라 핸드폰 자본주의의 여러가지 모순들을 느끼게 됐다.

 

거대 대기업들 틈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던 작은 벤처기업 VK의 갑작스런 몰락,

소득 수준 이상의 구매를 직간접적으로 강요하는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출시된

각종 뽀대나는 멋진 신형 핸드폰들,

지난날의 영광을 뒤로한 채 서서히 몰락해가는 거대 오프라인 전자제품 시장 용산의

썰렁한 모습들과 그곳에서 밥먹고 살아가야만 하는 많은 사람들,

어느 분의 말처럼 "없는 놈이 없는 놈 무시하고 사기치는 게 제일 기분 나쁘다" 는

명언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용산 전자상가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는

신용할 수 없는,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각종 거래행위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다녀올 수록 머리 속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핸드폰이야 다른 부가기능 다 필요없고 통화와 문자보내기 정도만 잘 되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을 아무리 굳게 다짐해봐도

기계의 튼실함과 판매가격 등을 고려해 볼때, 쉽사리 선택하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다음 주말에도 용산을 한 번 더 둘러볼 작정이지만,

인기 연예인들이 한껏 눈을 치켜뜨고 선전하는 여기저기 붙여진

신형 핸드폰 광고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21세기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라는 IT세계와 나와는 아무래도

가까이 할래야 도무지 가까이 할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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