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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로 가는길] 네티즌들의 새로운 행보

네티즌들의 새로운 행보 인터넷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하고 흩어져있던 저항의 힘들을 모으거나 새로운 가치를 담은 조직체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는 현실의 시민운동 단체들 이 그 곳에 사이트를 만들어 네티즌을 규합할 뿐만 아니라, 작은 목소리로 출발했으나 서서 히 커다란 공진을 일으키며 성장하는 그룹도 존재한다. 흔히 현실의 시민운동 단체들은 운동의 목표나 대의에 의해서 조직의 성격이 결정되는 경 향이 컸다. 그 구성원의 특성은 장기적 비전에 의해 움직이고, 조직의 실천은 대의나 목적에 의해 이끌리기 십상이었다. 이렇듯 경화된 조직 안에서는 구성원의 개별 가치들은 대의에 의해 쉬 억눌리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네트에서 활동하는 새로운 저항 단위들은 개별적 취 향이나 가치에 의해 모이고 사안별로 움직이는데 강한 친화력을 갖는다. 그만큼 움직임 자 체가 상당히 자생적이고 유동적으로 변했다. 그 흐름을 바꾸는데 인터넷 기술은 커다란 매 개체가 되었다. 이 글은 인터넷의 기술적 특성을 기반으로하여 활동하고 있는 미국내 네티즌들의 관찰 기 록이다. 현재 쟁점화하는 몇몇 사안을 통해, 어떤 단체나 개인들이 새롭게 네티즌의 파워를 키우고 있는지 그 흐름을 한 번 짚어보려 한다. 기업에 대항하는 개별 프로그래머들 인터넷의 가장 민감하고 거대한 화두는 단연 정보 공유의 열망과 관련한 움직임이다. 이 미 음악 공유프로그램인 냅스터(Napster)의 서비스 중지 판결로, 네티즌들의 격한 반발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냅스터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네트를 통해 자발적으로 음반산업계에 대 항하여 씨디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재판의 결과에 불복한 냅스터는 '보이콧 주간'을 선 포하기도 했다. "냅스터는 기업이 아니라 일종의 운동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누텔라(Gnutella)의 프로그 램 개발자인 지니 칸(Gene Kan)이 언급한 대목이다. 그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보아왔던 거 대 조직체로 운동을 바라보는 상식을 깨고 있다. 최근 유력한 언론의 인터뷰나 토론 자리에 이 나이 어린 프로그래머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개 발자가 이제는 운동의 뱅가드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분권화한 기술에 기반한 네티즌들의 정보 열망은 냅스터뿐만 아니라 그누텔라, 프리네트 (Freenet), 스카우어(Scour) 등의 후속 프로그램들로 번져나가고 있다. 개별화된 해커들의 정보 공유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소송에 들어간 디브이디(DVD) 암호 해독용 프로 그램인 DECSS의 배포와 관련해서, 미영화협회에 반대한 해커 잡지 2600 성원들과 전자프 런티어재단(EFF)의 공동 움직임은 사회적 여론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예들은 애초 거창한 목표나 상업적 이익과 무관했던 프로그램들이 네티즌들 사이 에서 확산되자 개별 프로그래머나 해커가 자발적으로 세력화하는 경우다. 기본적으로는 오 픈소스의 리눅스(Linux) 정신에 입각한 정보공유 운동도 각 개별 프로그래머들의 의식에 상 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향후 인터넷 문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이러한 개별 프로그래머 들의 의식적 흐름이 프로그램 개발 시점부터 전략적 운동으로 취해질 확률이 높아졌다. 한 편 특징적인 것은 개인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법정 싸움으로 비화될 때에, 시민자유연맹 (ACLU)이나 EFF 등 관련 시민단체들의 전문화된 변호사들이 개입하여 여론을 이끄는 역 할을 겸하고 있다는데 있다. 시민단체와의 연대가 무력한 네티즌들의 힘을 상승시키는 중요 한 기법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정당한 이용'과 소비자 운동 인터넷에서 소비자 권리를 되찾는 움직임도 중요한 흐름이다. 앞서 프로그래머의 예들과 마찬가지로 논쟁의 출발은 근본적으로 지적 재산권을 옹호하려는 입장과 소비자의 '정당한 이용'(fair use)의 권리를 지키려는 입장이다. 후자의 입장은 소비자가 화폐를 가지고 구매한 정보를 비상업적인 동기에서 이용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정보 복지에 필수적이라는 주장 이다. 반대로 전자는 이러한 이용이 상업적 정보의 미래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 어쨌 든 소비자 권리는 미국의 대다수 시민 운동단체들의 공통 관심사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 의 반독점 판정의 핵심 근거에는 소비자 권리 침해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즉 소비자의 권 리 침해가 명백한 독점 행위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만큼 미국 사회에서는 전반적인 시민권에 대한 논쟁보다는 우선적으로 소비자의 권리에 민감함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사회의 기술적 쟁점들과 관련하여 새로운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홈레코딩권리연합(HRRC)이다. 이 단체는 가정에서 쉽게 행해지는 레코딩의 권리 를 보호하기 위해 생겨났다. 이들은 디지털 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레코딩을 행하는 시간 이동(time shift)과 다른 매체에 옮겨 담을 수 있는 공간 이동(space shift)의 정당한 이용권을 지속적으로 보장받길 원한다. 최근 이들은 ACLU, EFF와 함께 HDTV, 케이블 셋탑박스, VCR 등에 레코딩 방지용 암호화 기술을 도입하려는 영화협회의 기도에 반발하면서 의회 청원서나 인터넷의 집단 시위를 유도하고 있다. 인터넷 검열에 대한 저항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 수정헌법은 거의 모든 시민단체들이 법정 변호에서 의지하는 핵 심 논리다. 필터의 잣대를 들이대거나 정보의 등급을 매겨 처음부터 접속을 막으려는 동기 는 인터넷에서도 잠재한다. 성적인 내용이나 매춘, 아동학대, 마약 등으로부터 네트를 차단 하려는 의지를 무리하게 적용하면 검열의 수단으로 뒤바뀌기 십상이다. 이미 그러한 위험성 을 지적하면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 그룹들이 존재한다. 우선 센서웨어 프로젝트(Censorware project)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네트에서 자유롭게 다 운받아 설치할 수 있는 필터링 프로그램들의 위험성에 주목한다. '센서웨어'는 그 의미상 필 터링 프로그램들을 검열 소프트웨어로 보고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각 공공 기관이나 기업, 정보제공업자가 사용하는 필터링 프로그램들이 애초의 도덕적 의지 와는 달리 검열의 도구로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 필터링 프로그램들의 적용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유용한 사이트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접근이 박탈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목적 을 가진 사이트로는 피스파이어(Peacefire)인데, 특히 이 사이트는 각 필터링 소프트웨어들 이 어떤 오류들을 지녔는지 인터넷을 통해 자세한 사례를 공개하고 있다. 이 두 단체의 일 치된 의견은 이미 검열의 수위가 기술적 수단에 의한 자동적 검열을 적용하는 단계로 접어 들고 있다는데 있다. 디지털 시대의 인권단체로 출발한 디지털자유네트워크(DFN)의 최근 반필터링 경연대회도 이러한 필터링의 사전검열에 대한 냉소를 연출한 좋은 사례다. 이 특별 행사에는 국제적으 로 수많은 네티즌들이 참여하여 어처구니없는 검열의 사례들을 공개했다. 한편 ACLU는 공 공 교육기관에서 검열되는 교재들을 연례 보고서 형식으로 인터넷이나 가판에 배포하는 활 동도 벌이고 있다. 이는 일상에서 행해지고 있는 검열들을 공론화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평가받고 있다. 전자눈으로부터 프라이버시 지키기 이른바 '전자눈'(electronic eye)으로 비유되는 디지털 감시 기술의 개인 정보 수집 능력은 무섭게 커져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위협받는 것은 사법기관이나 기업들의 디지털 기술력에 의지한 개인 정보들의 수집과 유용이다. 한창 논란 중에 있는 미 FBI의 인 터넷 도청 장치인 카니보어(Carnivore)와 닷컴기업들의 스파이웨어(spyware)나 상업적 목적 의 소비자 정보 거래로 인해, 프라이버시 문제가 인터넷의 커다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네티즌의 행동 반경을 훔쳐볼 수 있는 쿠키(cookies) 등 각종 인터 넷 기법들도 문제다. 각종 정치적 목적의 불법 도청과 함께 상업적 의도로 이루어지는 개인 정보의 수집은 프라이버시의 영역을 개인 사생활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 로 보게끔 하고 있다. 이미 네트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컴퓨터 전문가들의 모임(CPSR), 민주주의기술 센터(CDT), EFF, ACLU 등이 관련 사안에 따라, 법적 투쟁, 청원서, 대규모 학술대회 등의 전통적 방법과 국회의원들에게 일시에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가상의 연좌농성 시위 등의 새 로운 저항 방식들을 다양하게 벌이고 있다. 인터넷에서 프라이버시 문제만을 다루는 전문 단체로는, 특히 미정부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워싱턴 소재 전자 프라이버시 정보센터(EPIC) 와 영국 런던에 소재하고 워싱턴에 지부를 가진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PI)를 들 수 있다. 이 두 시민단체는 전세계 인터넷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관련한 사례들을 알리고 있다. 특히 이들이 함께 매년 발간하는 "프라이버시와 인권보고서"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심각성을 잘 정리하고 있다. 네트 운동의 새로운 경향 필자의 전자우편 주소만 보아도 알겠지만, 이제 힘없는 개인도 도메인을 얻어 단돈 몇 만 원에 평생 웹호스팅을 받으면서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사이트에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규합하여 논의의 장을 만들고, 이를 저항과 대안의 도 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 커졌다. 문제는 네티즌들이 규합할 때 가질 수 있는 전망의 지속성과 조직의 긴밀도다. 사안에 따 라 흩어지고 모이는 조직은 과거의 시민운동 단위들과 달리 그 지속성과 힘의 결속력이 떨 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네트에는 새로운 이슈를 가지고 사이트를 개설하려는 많은 개별 네티즌과 그룹들이 존재한다. 이 중 일부는 대중적인 동의를 얻어 급속하게 성장하기 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어떤 힘도 반영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미국의 최근 네티즌의 경향을 관찰해본 결과는, 특별히 소수 개별화된 운동이 점차 두드 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이나 소수의 인원이 모여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사이트를 운영 하여 특정 사안에 반향을 일으키거나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글에 서 검토되지못한 각종 아방가르드적 지향을 담고 활동하는 소규모 그룹의 사이트들이나 패 러디 사이트들은 그 정치, 문화적 지향의 특이성으로 인해 네티즌에게 그 활동이 알려진 경 우도 많다. 이는 내부 성원의 지향을 확실히 드러내지만, 현실적으로 인터넷의 흐름을 바꿔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단점도 아울러 지닌다. 원자화하고 소수화하는 네트 운동의 새로운 경향에 위험과 가능성이 상존해 있음은 바로 이에 근거한다.(정보화로 가는길, 200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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