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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중소 지역 언론의 신장론이 득세

중소 지역 언론의 신장론이 득세 이광석(뉴미디어 평론가) NBC, CNN, 폭스 등 미국의 주요 거대 매체들은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있었던 시점 에 즈음하여 모든 이라크 반전 광고를 전면 중단했다. 한참 몰아쳐도 부족할 판에 애국전을 흐리는 시민단체들의 광고들은 안팔아도 그만이라는 강짜를 놓는다. 말하기 싫은 것은 끝까 지 침묵하는 것도 거대 매체들의 속성이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독점 언론들의 살을 더욱 늘려줄 태세를 취하자 이해 당사자인 언론들은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데 침묵한다. 대 중이 몰라야 그들에겐 득이다. 원치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자며 미국내 반한 감정을 주도했던 <뉴욕타임스>의 보 수 평론가 윌리엄 새파이어조차 요사이 언론들의 독점의 폐해를 강도높게 비난할 정도니, 그 상태가 정말 심각하긴 한 모양이다. 일례로, 1200여개의 방송국을 소유한 클리어채널 (Clear Channel)과 같은 언론 괴물이 내보내는 방송의 질을 따져보자. 지역 사정과는 전혀 무관한 중앙의 프로그램들이 비용 절감을 핑계로 계열사에 무더기로 복제되어 분산된다. 저 질 상업화를 부추키는 바이러스가 따로 없었다. 지난 달 언론 독점의 해악을 밝히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언론발전기획'(Project for Excellence in Journalism)이라는 이름을 건 이 연구 단체는 98년부터 시작해 5년간 전 미 방송 시장의 25%을 대상으로 자본 규모에 따라 기업군을 넷으로 나눠 33000개 이상의 뉴스를 정밀 비교 분석했다. 애초에 시청자들의 뉴스 프로그램 선호도 등을 보려했던 이 기획은 근래 FCC의 지나칠 정도의 언론 독점에 대한 옹호가 미워 연구 방향을 전격 선회했다고 밝히고 있다. 뭐든 클수록 낫고 다양성이 증가한다는 FCC 위원장 마이클 파월의 감언 이 정말 근거가 있는지 따져보자는 심사였다. 20여 페이지로 정리된 이 언론 보고서를 읽고나면 파월의 독점 옹호론이 정말 새빨간 거 짓말 같다. 보고서 결과는 중소 규모의 지역 방송국이 독점 언론보다 그 지역에 양질의 뉴 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결국 자본 규모에 따라 지역 방송 뉴스의 내용이나 공익적 관심을 드러내는데 차이가 있더라는 설명이다. 전체 연구 결과에서 신문이 방송을 소유하는 등 교 차소유의 효과를 긍정하는 결과가 일부 나오기는 했지만, 소유의 집중이 지역 뉴스의 질을 갉아먹는 해악임이 충분히 입증됐다. 이들 보고서에 중소 규모의 언론 신장론과 시장 독과 점에 대한 규제론의 이중 메시지가 잘 담겨 있는 것이다. 언론계에 종사하는 현직 기자들이 언론계를 진단하며 쓴 책 <뉴스의 뉴스: 위기의 미 언 론>에서 보면 '나쁜 언론'의 세 가지 특징으로 알려야 할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일부러 잘 못 알리거나 피상적으로 알리는 태도를 꼽고 있다. 가만 보면 이 셋을 두루 겸비한 위험하 고 나쁜 언론은 상업적 이윤에 눈먼 독점업체들이다. 이렇듯 사방에서 독점 언론의 폐해에 대한 반대 증거와 여론이 늘고 있는데도 이를 관장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FCC는 아랑곳없 다. 이번 보고서가 시민단체들의 언론 독과점 반대의 유용한 증거가 되겠지만, 거대 언론들 과 이미 한통속이 된 FCC 관료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자극이 될 진 미지수다. (미디어오늘 200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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