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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임베드'? 동행취재 혹은 동거취재

'임베드'? 동행취재 혹은 동거취재 이광석(뉴미디어 평론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명분을 쌓는데 거대 언론사들의 노고가 지나칠 정도다. 이라크 침 략이 시작되자 거의 모든 매체가 전쟁반대의 목소리를 지면과 화면에서 일제히 제거했다. 신문에선 단 몇 줄의 개별 기사나 일부 외부 기고문에만 반전의 목소리가 겨우 유지되는 형 편이다. 미친 극우 매파의 희생양들이 곳곳에서 피흘리며 비명을 지르건만 텔레비전 화면을 채우는 건 첨단 살인 병기들의 시뮬레이션과 황량한 사막에서 분주한 미국 군인들 모습뿐이 다. 이라크쪽에 붙잡힌 미군 포로들에 '제네바협정'을 들먹이며 인권을 부르짖던 언론들이 이라크의 민간 방송사 건물을 한번에 날려버린 미군의 '전쟁 범죄' 행위는 애써 눈감는다. 미 국방부가 마련한 종군기자들의 동행취재 프로그램 '임베드'(embed)는 전쟁의 실상을 알리는데 더욱 무심하다. 임베드는 기자들을 스포츠 중개 아나운서 수준으로 만들었다. 민간 인들의 살상 등 전쟁의 잔악함을 알리는 임무는 온데간데 없고, 마치 큰 스포츠 행사를 취 재나와 경기를 마친 선수들을 인터뷰하듯 군인들의 시시콜콜한 감상문 받기에 분주하다. "사상 최초 연합군 부대 동행 취재"라며 으스대는 우리 선택받은 몇몇 언론들의 취재 행태 는 미 언론들이 국방부와 맺은 '동거' 수준을 넘어 한술 더 뜬다. 그러다보니 임베드가 선의 의 미 국방부 동행취재 프로그램으로 보이기 보단 사실상 민간인 참상으로보터 전세계 언론 을 멀리 떼어놓으려는 꼼수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미 이라크 침략 전에도 언론과 미 정부의 동거 수준은 심각했다. 언론기사 전문 검색 회사인 '넥시스'(Nexis)가 올 연초부터 3월 중순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동안 공중파 3 사 ABC, CBS, NBC의 뉴스 프로그램들은 미국 공격이 몰고올 민간인 참상과 피해를 심각 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그보단 첨단 살상무기들의 '정확성'을 신뢰하는 기사들이 줄을 잇는 다. 전시에 앞서 공중파 뉴스들이 "정부의 확성기" 노릇을 했다는 한 언론 시민단체의 평가 가 그리 낯설지 않다. 전쟁 전의 확성기가 이제 국방부의 부름을 받아 전시 동거 취재의 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침략의 명분이 너무나도 궁해서일까? 91년에 이어 이번 걸프전 작전명이 "이라크 자유"란 다. 한 아랍권 언론의 사설은 "미국과 영국은 살육으로 이라크를 해방"한다고 한탄한다. 칼 로 도려내듯 자로 오차없이 재어 터뜨린다는 첨단의 폭탄이 눈이 멀어 같은 편을 죽이고 이 라크 양민들의 저자 거리와 마을을 피로 물들인다. 뇌가 날아가 머리가 빈껍질처럼 우그러 진 한 이라크 아이의 처참한 몰골은 임베드 내부에선 죽었다 깨나도 기사화되긴 힘들다. 이번 전시 언론처럼 철저하게 피의 현장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던 적이 없었노라는 일부 양 심있는 언론인들의 개탄이 점점 늘고 있다. 이같은 언론의 무책임한 방관에 임베드가 크게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전쟁 게임에 부지런히 임하는 초정예 아군들의 꽁무니만 연일 쫓아 다니느라 힘이 부치도록 만들어놨으니 어찌 소소한 양민 학살의 현장까지 둘러볼 여력이 있 겠는가. (미디어오늘 2003.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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