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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폭스 효과'와 미 언론의 보수 우익화

'폭스 효과'와 미 언론의 보수 우익화 이광석(뉴미디어 평론가) 미 언론에 보수 우익의 칼바람이 분다. 이라크 방송에 출연한 까닭으로 NBC에서 쫓겨난 피터 아넷이야 그의 유명세 덕으로 언론의 주목을 끈 경우다. 얼마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 클> 일간지는 이라크 침략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는 명목으로 소속 칼럼리스트를 가차없이 잘라냈다. 미 정부의 외교 정책을 나치 독일에 비유했다는 이유로 CBS 방송사는 소속 피디 를 길거리로 내쫓았다. 멋모르고 반전 기사를 썼던 지방지 기자들의 해고 행렬도 여기저기 줄을 잇는다. 이들의 정확한 해고 사유는 애국에 취한 독자와 시청자의 흥분 유발죄다. 미 전역의 거의 모든 라디오 상업 방송을 틀어쥔 언론 재벌 클리어(Clear) 채널은 이라크 침략과 동시에 반전 무드를 조장하는 음악 모두를 자진 일소됐다. 한 유명 컨츄리 여성 3인 조는 겁없이 부시를 비판해 클리어의 모든 방송에서 자신들의 음악이 사라지는 수모를 겪어 야 했다. 참다못해 영국 BBC 방송의 그렉 다이크 사장은 어떻게 이처럼 미 주류 언론들이 애국주의의 "성조기 속에 꼭꼭 싸일" 수 있는 지 경악했다고 밝혔다. "언론의 이데올로기적 다양성 면에서 보자면, 지금보다 소비에트 스탈린 시절이 훨씬 낫 다"라는 냉소가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라디오와 방송은 완전 보수화의 진지가 됐고, 신 문은 거대 언론사들 중심으로 상당 수준까지 오염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이 이렇듯 미 언론의 보수화를 급격하게 가져오고 그나마 존재하던 자유주의적 시각을 후미진 곳으로 밀 어내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루퍼드 머독이 이끄는 거대 보수 언론의 공이 크다는 지적이 일 리 있다. 91년 이라크 침략 때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케이블 방송 <폭스 뉴스채널>은 9-11 동시다 발테러 이후 급격하게 시청률을 늘리며 이번 2차 침략에서 뉴스 경쟁사 CNN과 MSNBC를 한참 따돌렸다. 머독은 케이블 뉴스의 선두 장악과 함께 자신의 일간지 <뉴욕포스트>와 주 간지 <위클리 스탠다드> 등 골수 우익 매체를 한목소리로 이끌며 이번 침략 전쟁의 당위성 을 진두 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OL 타임워너의 부회장 테드 터너가 "머독은 전 쟁 미치광이"란 쓴소리까지 한 정황이 십분 이해가 간다. 더 큰 문제는 폭스가 안팎으로 우익 이데올로기를 세포 분열하는데 있다. 이것이 이른바 새롭게 우려할만한 미 언론의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는 '폭스 효과'다. 전쟁의 놀자리를 마련 해준 미 매파의 공조가 후광이 되고, 폭스는 애국주의로 자신의 매체를 적극 선전 도구화하 고, 다시 여러 경쟁 매체들은 폭스를 따라잡고 배우려는 모방 심리에 이끌림으로써 폭스는 보수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숙주로 자리잡는다. 일례로, 전쟁내내 MSNBC는 폭스의 애국 주의에 의한 상업적 성공에 감격해 폭스를 모방하는 폭스 효과에 철저히 감염된 모습을 보 였다. 폭스 효과는 보도의 윤리도 퇴색시킨다. 잣대는 공정과 객관이 아니라 국익과 애국이다. '우리', '해방'등의 수식어를 남발하고, 성조기를 늘상 텔레비전 화면에 드리우고, 때아닌 늘씬한 외모의 통신원들이 피로 얼룩진 사막에서 미군의 승전보를 전하고, 정말 찾기도 힘든 골수 우익 정객들을 한자리에 불러들여 스튜디오를 이들의 성토장으로 만들던 폭스의 보도 태도가 타 언론사들에 오염되고 학습된다. 미디어 평론가 에릭 앨터만(Eric Alterman)은 그의 새 책 <리버럴 미디어라고?>(What Liberal Media?)에서 보수 극단의 길에 들어선 우익 언론과 논객들에 신랄한 비판을 해 언 론계 내부의 보수-혁신간 이념 논쟁을 이끌고 있다. 앨터만은 골수 우익들이 미 언론의 자 유주의 분위기를 경계하고 비난하지만, 실상 공화당계 극우 보수들이 거대 자본력을 이용해 거의 모든 미국의 주요 매체들을 장악함으로써 좌파는 고사하고 자유주의자들이 마땅히 설 땅조차 사라졌다고 본다. 그의 판단에 의거하면 필자가 보기에 미 언론은 순도 99.9% 보수다. 더구나 폭스 효과의 자가 증식 능력에다 또 다른 침략을 준비중인 매파의 차기 행보를 따져보면 그마저 남은 0.1%의 리버럴한 희석 성분마저 극우 매체들의 위세에 눌릴 처지다. 온통 천지가 폭스들이 다. (미디어오늘 200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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