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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거대언론 후원의 FCC

거대언론 후원의 FCC 이광석(뉴미디어 평론가) 다음달 2일 표결 결과에 따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각종 언론 독점 규제안들이 일 거에 풀려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것도 부시 행정부와 FCC의 공화당계열 위원들이 사 려깊은 논의없이 표결을 속전속결로 밀어부칠 태세여서 여론의 비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제까지 공식 공청회라곤 단 한번 열렸고, 9건의 임시 공청회마저 FCC 위원장 마이클 파 월이 불참한 반쪽으로 치뤄졌던 터였다. 자연히 이번 표결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언론 관련 연구단체들이 FCC 에 보낸 18,000여건의 의견서들 중 거의 대부분인 97% 정도가 기업 집중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시민단체들과 3백여 학계 인사들, 그리고 가수들까지 언론 독점을 가속화할 이번 표결에 분노해 서명 작업에 나섰다. 1백여명의 국회 하원의원들은 예정된 표결을 한달 뒤로 미뤄 신중하게 언론 규제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시장 집중에 대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역시 파월이 꿈꾸는 약육강식의 시장 신념은 끄떡없다. 지난 2월에 '언론발전기획'(Project for Excellence in Journalism)에서 내논 보고서가 5년간 기업군별로 뉴스를 비교 분석, 언론 독점의 해악을 구체적으로 밝혀 여론의 큰 지지를 이끌었지만(<미디어오늘> 2003년 3월 6일자.), 여전히 파월의 독점 옹호론을 흔들기엔 역부족이다. 예상대로 2일 표결은 파월의 의도대로 갈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파월에 다시 악재가 생겼다. 그를 비롯해 FCC의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 다. 최근 '공공성 보전 연구소'(The Center for Public Integrity)라는 미디어 연구단체는 3년간에 걸쳐 FCC 핵심 직원들의 외유 자금 조사 과정을 수행한 보고서 (www.openairwaves.org)를 펴냈다. 보고서는 FCC 직원들이 지난 8년간(1995. 5월부터 2003 월 2월까지) 각종 행사 명목으로 받은 외유성 자금 지원이 200만 달러 정도의 국가 지원금 을 빼면 도합 280만 달러며, 그 출처가 대개 정보통신기업과 언론 기업들의 주머니로부터 나왔다고 적고 있다. 여러 차례 언론 시민단체들에 의해 FCC와 대기업들의 밀월 관계가 지 적됐지만, 이번 보고서는 외유 경비, 행선지, 방문 횟수, 수뢰자 명단, 후원 단체나 지원 자 금 액수 등 그 규모가 대단히 구체적이고 최신 것이라 그 신빙성을 더 높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직원들은 지난 8년간 총 2,500건의 외유를 다녀왔고, 가장 즐겨찾는 행 선지로 330회를 기록한 라스베가스, 그리고 뉴올리언스, 뉴욕, 런던 순으로 나타났다. 44회의 외유를 기록한 파월은 기업들로부터 역대 위원장 중 가장 큰 접대를 받은 것으로 기록된다. 한편 '전국방송협회'는 206명의 FCC 직원들에게 191,472 달러의 여행 경비를 조달해 가장 큰 자금줄로 드러났다. 재밌게도 이 단체는 지난 수개월간 현행 소유권 제한 규정을 풀려고 무던히도 애쓰던 중이었다. FCC의 핵심 직원들이 이렇듯 기업들과 '푸근하고 돈독한' 관계를 맺으면 정책이 올바를 리 없다. 기업의 돈을 덥석 물어 쉽게 흥청거리는 국가 공무원들의 도덕 불감증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이들이 각종 향응성 외유를 통해 기업가들과 주로 만남으로써 눈과 귀가 쉽게 멀 어 다른 재야 의견들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면 문제는 더 근본적이다. 그러다보니 FCC 가 기업들이 만들어낸 언론 독점 홍보용 자료나 보고서 등을 그대로 비판없이 정책용 자료 로 차용하는 우를 쉽게 범해왔다. 이번 표결에서 "FCC가 공정하고 독립적인 판단을 하리라고 본다면 개가 웃을 일이다". 이번 보고서를 만든 연구소의 찰스 루이스(Charles Lewis) 소장이 내뱉은 독설이다. FCC와 독점 언론간의 내연 관계가 폭로됐음에도 파월은 또 한번 외부 비판에 의연하다. 하지만, 독 점 강화에 대한 각계각층의 비판과 연대에 그토록 보수적인 전국총기협회까지 가세한 분위 기를 따져 보면, 이제까지 힘을 쓰던 파월의 독단도 그리 쉽게 가거나 오래갈 것 같진 않아 보인다. (미디어오늘 2003.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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