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진보넷] 네트의 삐끼들

네트의 삐끼들 물리적 공간에서 특정 목적지에 이르는 길까지 꼬시는 이들을 점잖지 않은 말로 '삐끼'라 부른다. 한마디로 호객하는 이를 지칭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삐끼들은 사람에서부터 추상 적인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발전한다. 호객은 음침할수록 소구 효과가 크다. 즉 삐끼 가 추상화되고 비가시적일수록 받아들이는 사람의 거부감을 제거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삐 끼는 소비의 덕목과 공생한다. 호객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소비를 유발시키는 과정이라면, 삐 끼는 소비와 함께 살고 죽는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 광고는 소비자를 상품 구매의 최종 목 적지까지 유인하는 추상적 형태의 삐끼다. 광고주와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별의별 기법들을 동원해 왔다. 텔레비전은 매체 특성상 시청자의 시선과 밀접하다. 그 시선을 지속적으로 잡아둘 수 있는 힘이 시청률이자 미디어 기업의 수익원이었다. 그래서 텔레비전은 끊임없이 광고와 프로그램의 시각적 연쇄를 통해 시청자의 눈을 잡아두려 한다. 하지만, 텔레비전은 시청자의 의지에 의해 리모콘으로 영상의 흐름을 중단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물론 그 중단까지의 과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내키지 않는다면 그저 이를 무시하고 꺼버리면 그만이다. 사실 텔레비전은 시청자들에게 보길 강요하는 가장 강력한 밑천이라곤 시각 영상 이외에는 없다. 형식상 강제로 시청자의 머리를 자신의 모니 터 속으로 쑤셔넣지는 않는다. 이에 반해 자유의 공간이라고 칭송되는 네트는 어떠한가? 아이러니하게도 네트는 텔레비전보다 훨씬 강력하지만 눈에 쉽게 띄지않는 삐끼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을 갖춰가고 있다. 특히 네트 기술의 상업적 전용은 사용자의 자율 의지 를 기술적 수단을 통해 가로막으면서도 동시에 교묘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해롭다. 대체 로 네티즌을 골탕 먹이는 네트의 삐끼들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부류들이 있다. 우선, 초보 적 수준의 삐끼는 인터넷 사용자가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전(back) 버 튼이 아예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주로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로 그러한 루프(loop)를 꾸 미는데, 윈도우창을 하염없이 닫아도 계속해서 또 다른 창들이 뜨게 만드는 것도 이와 비슷 한 기법이다. 이를 벗어나는 길은 모든 창을 닫고, 삐끼에게서 도망치는 길밖엔 없다. 두번째는 좀 더 점잖은 부류이다. 이들은 주로 메타태그(metatag)를 활용한다. 메타태그에 는 인터넷 문서의 기본 확장자(html) 코드내에서 그 페이지가 담는 정보가 위치한다. 예컨 대, 문서 제작자와 갱신일 등과 해당 페이지를 검색할 수 있는 주요 검색어들이 자리한다. 검색엔진에 주로 오르는 단어들, 예를 들어 '섹스' '야사', '공짜', 'mp3' 등의 검색어를 이 메타태그에 넣는다면, 이러한 사이트들의 검색률은 당연히 증가할 것이다. 메타태그의 삐끼란 경쟁자의 키워드를 자신의 메타태그에 심거나, 확률 높은 검색어를 자신의 메타태그에 끼워 넣어 네트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런 삐끼들에게 걸리면,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곳에서 길을 잃고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 번째 부류로 위장된 상업 광고들을 연결시켜주는 삐끼가 있다. 이것은 주로 포르노 사 이트들에서 볼 수 있는데, 아이콘이나 텍스트 자체의 상징성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트릭을 주로 사용한다. 네트에서 보여주는 아이콘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와의 인터페이스를 고려하여 제작되기 마련이다. 즉 어떤 아이콘이나 텍스트를 누르면 그 것에 연결된 페이지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대충은 이용자가 알게끔 고려한다. 그런데, 일부 사이트들은 그 연결 페이지의 추측을 무위화한다. 수많은 상업용 웹페이지들은 광고를 전혀 광고라고 눈치챌 수 없는 도 상과 텍스트로 위장하여, 다시 한번 덫을 친다. 마지막으로 한번 온 손님을 기억하는 삐끼들이다. 특정 방문객의 정보를 기억하는 쿠키 (cookies)란 기술은 소비자를 맞춤화하는데 제격이다. 이 기억력 좋은 삐끼들은 이용자에게 형식상 초대받은 손님이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데, 결국은 최종 소비까지의 클릭을 단숨 에 유발하기 위한 덫으로 돌변한다. 이처럼 네트의 삐끼들은 사용자가 가는 길을 막거나, 엉뚱한 수렁으로 빠뜨리기도 한다. 재수없으면 못빠져나가게 이들에게 억지로 잡히는 수도 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용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정해진 길을 잡아주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어쨌거나 네트 의 삐끼들은 인간이 고안한 어떠한 기술보다 사용자와 '인터렉티브'한 듯 하다. 지루한 정보 의 바다를 항해하는데 이만큼 스릴넘치고 완벽한 키잡이가 어디 있겠는가. 정 자신의 자율 신경이 떨어지는 자들은 삐끼들의 뒷꽁무니를 부지런히 쫓을 법하다. (진보넷 2000.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