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피디연합회보] 언론의 '열린자원' 운동을 위하여

언론의 '열린자원' 운동을 위하여 이광석(뉴미디어평론가) (피디연합회보: 2002년 1월 넷째주) 인터넷은 사회 자원의 이용 방식을 뒤바꿔놓았다. 저작, 권위, 기밀, 전문, 보안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정보에는 의례 이중삼중의 철통같은 가로막이 놓여있기 십상이다. 이렇듯 위계화된 정보도 잠금 장치가 한번 풀리면 무한히 복제돼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네티즌들간의 교류는 협업의 가치도 배양한다. 하나의 정보를 가지고 수백, 수천이 모여 지속적으로 갈고 닦아 쓸만한 형태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이것이 네트에서 벌어지는 '열린자원 (오픈소스)' 운동의 새로운 가치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컴퓨터 소스 공개와 협업 과정을 통해 성장한 컴퓨터 운영 소프트 웨어 '리눅스'가 초국적 독점체인 마이크로소프트에 위기감을 불러왔다면, 뉴스룸의 직업적, 전문가적 영역으로 남아있는 언론의 보도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시도들이 네트를 통해 이뤄 졌다. 일명 '언론의 열린자원운동'(open source journalism)이 그것이다. 이 개념은 99년말경 미국내 컴퓨터 전문가들의 한 공동체 사이트에서 알려지기 시작됐다. 한 저널의 편집인이 10만여명에 가까운 회원으로 조직된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문을 얻 기 위해 자신의 기사 초고를 올려놓은 것이 발단이 됐다. 곧장 300여명의 네티즌들이 그 기 사의 오류에 수많은 답글을 붙였고, 그 편집인은 기사를 다시 수정해 내보냈다. 그 일화가 알려지면서 언론인들 사이에 작은 논쟁이 일었다. 일부 언론인들은 편집인의 행동이 네티즌 대중에 의한 사전 검열을 불러들일 수 있는 징후라고 쏘아붙였고, 그 편집인은 기사의 사실 확인을 위한 자문 과정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여론은 저널 편집인의 행동에 손을 들었고, 사태는 한발 더 나가 언론계 직업윤리의 혁신에 대한 요구로 기울어졌다. 기사의 오류를 최 소화하는 장치로 '열린자원'이라는 인터넷 정보공유의 정신을 저널리즘에 적극 도입해야한다 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성 언론의 문제점은 알려진대로 심각하다. 사주에 목매는 비정상적인 운영 체제, 광고주 에 휘둘리는 편집권, 비공개 정보원 중심의 기사들, 게재 여부에 관여하는 정치적 편견들, 사실 확인없이 찍어내는 수많은 오보들 등 고질적인 병폐들이 언론의 뒤꼭지를 당기는 걸림 돌이었다. 게다가 조선 등 족벌 언론들의 정치 국면에 따른 보신성 논조 변화도 이에 한몫 거들었다. 이런 모든 관성화된 언론 체계에 도전하는 징후들이 네트를 먹고 자라난 새로운 '열린' 언론들에서 발견되고 있다. 얼마전 창간 2돌을 맞은 '오마이뉴스'나 인터넷상의 안티조선 사이트 '우리모두'는 이런 열린 언론의 국내 사례로 꼽을만하다. 1만 7천여명에 이르는 시민기자들이 '게릴라'식으로 기사를 자체 생산하여 여과 게재하는 뉴스 생산체계는 기성 언론의 상식과 바탕에서는 도저히 내오기가 힘든 민주적 과정이다. 한편, '우리모두'와 같은 커뮤니티는 언론의 2차 여과지 구실을 한다. 이곳에선 누구나 자발적으로 따서 옮긴 주요 기사들을 등록해 새로운 뉴스터를 만들어낸다. 한번 누군가에 의해 내던져진 글은 덧붙이고 수정하고 논쟁하는 난리굿을 치른 다. 그러면서 글들에 생명력이 붙는 것이다. 모든 자원들은 완벽히 열려있고, 그 자원들은 아래위 없이 수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철저히 검증되는 협업 과정을 밟는다. 하지만 아직은 '열린자원운동'을 활용한 언론의 궁극적 틀은 없는 듯하다. 이제까지 다양 한 실험사례들을 고려해보면, 보다 체계화되고 장기적 안목을 갖춘 뉴스 체계의 구축도 가 능하리라 보인다. 기계가 찾아주는 자동 검색 방식을 거부하고 2만여명의 네티즌들이 일일 이 직접 손으로 구축했다던 한 사이트의 '열린검색운동'과 비슷한 모델이 등장할 법하다. 상 업적 검색엔진이 찾아주는 검색 순위와 분류 결과를 마주해서나, 편견과 오류로 가득찬 뉴 스를 대할 때 무너지는 심정은 거의 비슷하리라. 자발적 협업을 통해 뒤틀린 기사들을 일일 이 골라 사실을 재확인하고 재가공된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축적·관리한다면 중요한 '열린' 뉴스원이 될 만하다. 게다가 기성 언론의 무사안일한 보도 관행을 감시하는 효과도 적지않 게 얻을 것이다. 우선 그 협업의 시작은 각 시민언론단체들이 고생해서 만들어 철지나면 묵 혀두는 정례 모니터링 보고서들의 디지털화가 아닐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