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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대학주보] 미국의 정보 패권과 음울한 미래

미국의 정보 패권과 음울한 미래 최근에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가 공동으로 펴낸 {제국}이란 역작을 보면, 제국의 3대 통제력으로 폭탄, 화폐, 정보(ether)를 들고 있다. 역사적으로 폭탄을 통한 힘의 독점이 나 화폐의 규제가 부분적으로만 그 힘을 행사해왔다면, 현재 정보의 영향력은 범지구적이다. 이는 모든 대안적 경로를 억압하고 자본의 힘 아래 전 지구사회를 복속시키는 가공할 힘이 다. 어쨌거나 미국은 이미 이러한 제국의 세 가지 요건을 두루 갖춘 국가다. 저자들의 재미 있는 지적처럼, 미국은 워싱턴(폭탄), 뉴욕(화폐), 로스엔젤레스(정보) 모두를 지니고 있다. 지구화가 미국화와 등치되는 이유에 대한 적절한 지적임에 틀림없다. 제국의 기획은 바깥이 없는 지구 영토의 구상이다. 외부가 없는 공간의 아이디어는 21세 기 정보 패권을 노리는 미국의 아이디어와 일치한다. 미국의 글로벌 정보 초고속도로의 기 획은 이와 맞닿아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일찌감치 '서비스경제모델'을 도입하여, 경제의 정보화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나라다. 1930년대에 안토니오 그람시가 {옥중수고}를 정리하면서 예견했던 '미국주의'의 상이 현재 미국이 갖고있는 정보 패권의 힘인지도 모른다. 그람시가 보았던 미국의 모습은, 유럽에 비해 청산할 과거의 기생적 유산들이 적어 자본 축적의 고도화를 빠르게 수행하고, 내부적으로 경제적 '구조'가 상부구조를 더욱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단순 합리화된 거대 부르주아 국가였다. 미국이 신경제 이론과 현실을 전세계에 강요하기까지 과거 공장시대의 본원적 축적이 현재에 이르는 바탕이 되었다는 얘기다. 작년 미국 상무부 보고에 따르면 정보기술 분야의 국가간 경쟁력에서 단연 1위는 미국이 었다.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 중 전자상거래는 대통령의 필수 과업이었다. 미국에게 정보와 정보망은 전세계의 주권과 국경을 빛으로 무너뜨려 세계시장을 구성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지닌 패권의 유지와 확대는 거대 자본에 의한 기술의 독점에서 비롯된다. 지난 수 년 동안 사상 최대의 기록을 세우고 있는 미국내 인수합병은 특히 정보산업에서 크게 두 드러진다. 이처럼 미국은 내부적으로는 고전적인 타자본 흡수를 통해 독점력을 배가하고, 국 제적으로 지적 재산권 등의 국제적인 공인을 외교나 협상 채널 등을 통해 강제화하면서 성 장했다. 물론 미국이 지닌 글로벌 하이테크 독점은 개발국가들에게 미국식 모델을 따르고 따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글로벌 동원의 기제를 필요로 한다. 일례로 한국과 같은 정보입국의 꿈 을 꾸는 나라에 심어진 벤처기업의 신화는 신경제론을 강화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미 국식 자유주의 정신과 시장주의를 적절히 뒤섞어 정보경제를 자본주의의 미래로 추켜세우는 미국의 전략은 개발국들에게 쉽게 먹혀들고 있다. 즉 개발국들에게 이루어지는 새로운 정보 모델의 이식은 미국이 지닌 정보 독점력을 확장하는데 기여한다. 정보의 독점은 코드의 독점이다. 기술적 코드의 독점은 기업간, 국가간 불균등을 영속화한 다. 일단 한 기업에 의한 코드의 독점이 이루어지면 또 다른 관련 코드들도 독점적 기술로 편입되고, 이를 깨기가 힘들어진다. 산업 시대의 자본 독점의 폐해에 비해 정보 독점이 더 심각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국은 이러한 코드의 독점력을 움켜쥐고 전세계를 새로운 미 국식 자본주의의 비전인 정보경제로 끌어들인다. 이것이 과거 제국주의의 위상과 비교해 새 롭게 달라진 미국이 가진 위험천만한 모습이다.// (경희대 대학주보 11/0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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