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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정보학회 발표문] 하이테크와 일상공간의 결합에 의한 소비문화의 변형

*유학 나오기 전에 발표했던 글인데 정보언론학회 자료실에서 주웠다. 당시 지정 토론자였던 김창남 선배와 함께 언론재단 빌딩에서 담배빨던 생각이 나는군.. Page 1 1 하이테크와 일상공간의 결합에 의한 소비문화의 변형 이 광 석(서울산업대 강사, 언론학) I. 일상 공간의 소비문화적 변용 보드리야르(J. Baudrillard)가 소비사회를 “소비를 학습하는 사회, 소비에 대해 사회적 훈련 을 하는 사회”(1994: 106)라고 언명한 대목은, 소비에 적극적 의미의 매개 행위가 개입함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고도의 생산력은 적극적인 소비 행동에 입각하여 소비자들을 학습 및 훈련시키는 사회화 과정을 삽입하길 원한다. 현대의 소비는 이러한 사회화의 능동 적인 진전 과정에 서 있다. 크게 보면 소비상품의 기술적 적용과 맞물리면서, 유하게는 유행 과 스타일 등의 미학적 견지에서의 소비 자극, 그리고 제도적이고 자본 재생산적인 경제 과 정으로서의 직접적인 소비 강제 등이 소비사회의 학습 과정을 구성한다. 문제는 소비 자극 과 소비 강제가 주고받으며 벌이는 소비 유발의 고리들도 중요하지만, 그 화학작용이 벌어 지는 인프라의 조건들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소비자를 유혹하는 새로운 소비 공간 의 생성과 변형, 그리고 그 새로운 공간에 대한, 혹은 그 안에서의 사회화 과정에 대한 탐구 가 필수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일상생활이 영위되는 공간은 자본과 노동의 집중 집적에 의해 상대적으로 희소화되며, 자본주의 경제의 등장과 더불어 상품화된다. 추상적 견지에서, 공간 의 성격과 유형이 사회적인 규정을 받으면서 (재)구성된다는 의미다. 과거에 볼 수 없던 것 이 새로 구축되거나, 이미 있던 것이 재배치되는 공간 구성의 변화는 그 시대 시대마다의 특수한 사회적 과정에 특수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자본주의는 사회적 재생산 의 물질적 실천 및 과정을 계속적으로 변화시키는 혁명적 생산양식으로 자리잡음으로써, 그 에 따라 공간의 의미와 그 객관적 성질이 유동적으로 변화해 왔다(Harvey, 1990: 204). 또한 사회적 과정에서 구체화하는 권력들간의 우위에 따라 발생하는 공간의 변형 과정은 그 사회 의 본질과 실세를 드러낸다. 현대 소비공간의 역학 구조를 자본주의 현실에 대해 경험적 관 찰을 통해 보자면, 이는 소비를 조장하고 선전하는 문화산업의 힘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현대인들의 일상 공간은 재생산을 위한 소비활동이 중심을 이룬다. 예컨대 자본주의 도시의 문화공간들인 극장, 영화관, 커피숍, 학교, 음악실, 전시실 등은 모두 상품을 매매하는 시장 이 되어버렸다. 공간은 이러한 단위시장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배치시킬 수 있도록, 나아 가 그 자체로서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최병두, 1994). 유 연적 축적이 관통하는 일상공간의 모든 것이 자본이 가공하는 문화상품들을 소비하는 시장 이 되가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공간의 변동 양상에 대한 관찰은 기업 이윤원의 변화와 소비 자들의 구성과 내용 변화 등을 일단의 ‘흐름’(flow)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해진 다. 이 글의 목적은 삶의 터전 구석구석에 삼투해 들어오는 하이테크 문화상품들이 개인들의 일상 공간에 긴박하게 맞물리는 구체적인 지형을 읽고자 하는데 있다. 이미 서구에서는 70 년대부터 소비사회란 용어가 자본주의의 대용어로 취급되는 현실에서, 인간의 소비와 욕구 Page 2 2 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지점들을 찬찬히 독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글은 80년대 이후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더불어 소비공간의 유형과 내용에 상당한 변 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자본의 새로운 소비 창출의 역학들을 읽어내는데 학계 내부에서 너무 정체되어 있지 않았는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내가 주목하는 것은 물리적 공간에 디지털 크롬(digital chrome)의 외피를 입힌 하이테크 복합 놀이공간들 이다. 이 90년대식 놀이공간들의 사례를 통해 향후 전개될 새로운 자본의 이윤 전략을 전망 해보는 것이다. 소비공간의 새로운 패턴으로 등장한 게임센터 등의 디지털 소공간, 하이테크 상품의 선전장이자 이벤트홀인 엑스포, 그리고 ‘복합 미디어공간’(Media Complex)인 테마공 원의 특징적 사례를 통해서 하이테크와 일상공간이 결합되어 펼치는 오락산업의 새로운 전 략과 이에 따른 소비공간의 변화들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II. 소비공간들의 후기자본주의적 풍경 일상 소비공간의 21세기적 변동은 하이테크 기술에 의한 일상 경험에서의 ‘시 공간 압 축’(temporal-spatial compression) 효과에서 비롯한다. 이는 다양하고 이질화된 도시적 일상 을 압축해 경험해보고자 욕구를 증대시킨다. 현대는 첨단 교통 통신 정보 상품 등의 소비 와 일상의 욕구를 해소한다는 믿음이 비례 상승적으로 가동되는 시기이다. 현대인들은 전자 영상 및 음향 전달매체의 급격한 발전과 보급으로 말미암아 지구촌의 변화와 시공간적으 로 동시화되는 일상 경험에다 스스로를 조율해야만 하는 강박에 시달린다. 한편 물리적 이 동의 초고속과 함께 주어진 혜택은 물리적 장소를 기초로 한 디지털 복합공간들의 탄생이 다. 서울만해도 이곳저곳 거리를 거닐다 보면 새로운 형태의 놀이 공간들과 마주칠 수 있다. 거대한 백화점, 쇼핑몰, 빌딩 등의 요소요소에 박혀있는 작은 임대지들. 소비문화의 거대 프 레임이 순환하는 건축 공간들과 함께 새로운 유형의 소공간들이 자본주의적 사회화의 기본 조건들을 튼실히 받쳐주고 있다. 전자 오락실, 인터넷 게임방, 인터넷 카페, 전화방, 노래방, 비디오방, 사이버방, 스티커 체인점인 포토제닉류의 실내 놀이공간들이 늘면서 소비문화의 현대적인 변형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공간은 일정 정도 각 개인들의 여가 활 동을 흡수하기도 하면서, 개별화된 욕구 배설의 새로운 창구들로 자리잡는다. 쁘띠적 소상인들이 이같이 밀실을 임대하여 전자 오락기 투입구 안의 돈통을 수거하는 방 식이 재래적이라면, 글로벌한 오락산업의 면모는 단연 엑스포(Expo)와 테마파크에서 세련되 게 드러난다. 엑스포가 단일 이벤트적이고 비상시적이며 이동성이 강하다면, 테마파크는 상 시적이고 복합 미디어적이며 놀이 자체만을 지향한다. 그들의 공통성은 거대하고 하이테크 적이라는데 있다. 이들은 미래의 놀이와 산업 경향을 선도하고 결정짓는다. 오락산업의 향배 는 이들 산업이 펼치는 놀이기법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다. 앞서의 디지털 소공간들은 이 거 대 공간들의 틈새로 기능하며, 이들 거대 놀이공간들의 하이테크 기술들을 본받는다. 이처럼 소비를 통한 놀이의 학습장은 규모면에서 다차원적으로 열려있으며, 소비자의 경제적 여건 에 따라 놀이 유형에 대한 선택 가능성의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화폐 경제하에서 놀이의 조건은 제한 시간에 기준한 투입 동전의 양으로 환산하거나, 화폐 지출에 대한 반대 급부로 입장 혹은 이용 티켓 등의 초단기적 유가증권을 발급함으로써 시/ 공간적으로 지정된 틀내에서만 해당 놀이를 허용한다. 결국 디지털상품 전시의 대규모 엑스 포—교외의 거대 테마파크—도시의 게릴라식 디지털방들로 이어지는 핵심 축은 실지로 디지 Page 3 3 털상품의 이벤트화 과정—집단적 소비과정—일상화된 소비의 체득과정으로 진행하는 효과일 수 있다. 소비 효과의 증폭 과정은 이 전체 순환 과정에 특정 하이테크 기술들이 유효한 놀 이물로 적시에 이용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오락산업들은 현대적인 하이테크 기술을 적절히 배합하여 소비욕을 생산방식의 전환과 맞물려 새로운 놀이 패턴을 통해 흡수하려 한다. 컴퓨터 게임 및 오락산업이 놀이의 현대적 변형을 통해 노리는 전략과 그 변형 과정에는 항상 하이테크 기술의 개발과 놀이의 성사라는 문제가 개입되어 있는 것 이다. III. 결연한 하이테크의 시연장: 테크노 엑스포 “만약 대재앙이 발생해 인류의 문화유산이 모두 사라져버린다 해도 ...박람회에 대한 기록 만 남아있으면 우리의 문명을 되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Panati, 1997: 154) 현대 소비사회는 소비를 성사시키기 위한 배려로 이벤트, 기법, 장소 등을 다종다양하게 활용한다. 매체 광고나 판촉이 그 대표적 예이며, 이를 통해 발휘되는 소비욕의 자극은 보편 화되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인 태도 변용을 불러온다. 이벤트나 축제는 소비상품의 판매를 구경거리로 확대시킨다. 박람회(fair) 혹은 엑스포라고 일컫는 이벤트는 특정 대중 동원을 통해, 그리고 깊이없는 구경을 통해 세심하고 의도된 주최자들의 안건(agenda)을 보급하는 장소이다. 엑스포는 달리 보면 신제품의 쇼핑 전시몰이다. 예술관련 전시장의 엄숙한 분위기 와는 달리 엑스포는 부르주아의 상술적이고 카니발식 아우라(aura)가 풍겨나온다. 개별 부스 에 자리잡은 기업들은 제품선전의 카달로그와 멘트를 끊임없이 뿌리고, 늘씬한 도우미들이 별로 유효하지 않는 관련 경품들을 나눠준다. 엑스포의 관객은 입장권을 보상키 위해 어느 덧 소비자가 되어 경품과 카달로그를 받으러 기다란 행렬에 참여한다. 혹은 유명 연예인의 이벤트로 엑스포의 테마 자체를 잊어버리는 관객도 출현한다. 구수한 구래의 장터를 연상하 던 관객들은 어느덧 산업적 가치로 환산된 차가운 은색의 엑스포와 대면하고 곧장 이 향연 에 적응되어 간다. 엑스포는 거대화, 국제화되어 가고 있다. 전세계적 참여를 기본 전제로 하는 글로벌 수준 의 엑스포들이 대거 생기거나, 기존의 범위를 확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제 문제는 크기 이다. ‘국제’,‘최대’,‘전세계적’등의 수사들이 전시 광고의 중심에 선다. 최대/국가, 인원, 면 적, 행사, 전시관 등이 엑스포의 질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 그래픽과 인 터랙티브 기술의 국제 최첨단 전시회인 ‘씨그래프’(SIGGRAPH)만 보아도, 96년 뉴올리언스 (New Orleans)에서 열린 대회에 2만여평의 단지, 321개의 전시관, 2만 8,500명의 참가 인원 을, 그리고 97년 LA대회에서는 비슷한 규모에 359개의 전시관, 4만 8,700명의 참가 인원을 자랑한다. 올해 7월말경 올란도(Orlando)에서 씨그래프의 25주년 행사를 기념하는 박람회에 서는 앞서의 통계치들이 또 다시 갱신된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 1 또한 최근에 인터랙티브 오락산업의 가장 성대한 전시회인 ‘전자오락 엑스포’(E3)의 전시 광고도 비슷한 맥락에서 그 들의 행사 규모에 대해 홍보한다. 98년 애틀란타(Atlanta)에서 진행된 E3 쇼는 일반 관람객 1) 씨그래프에 대한 최근 전시회 관련 자료는 [URL: http://www.siggraph.org/]에서 찾아볼 것. Page 4 4 을 제외하고 전세계 80여개국에서 모두 4만 1천명의 게임산업 관계자, 외국인 관람객만 7천 4백명, 6만평 규모의 단지에 1,600여개의 출품작을 자랑하고 있다. 2 규모의 거대화와 국제화 추세와 함께 변화하는 경향은 엑스포들이 세부 영역화 되어가고, 새로운 첨단 엑스포들이 늘어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내 전시회의 집합소인 한국종합전 시장(KOEX)의 행사 내역을 보면 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표 1>에서는 필자가 편의상 세 영역으로 나누고 있지만, 실지 내용으로 볼 때 하이테크 산업의 영역은 서로가 걸쳐있고 중복되거나 새로운 영역들을 위한 신종 전시회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본의 이 벤트 전략도 대범위 수준에서 중소범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기획함으로써 각 전시회를 통해 참여 인구들을 시장 분할할 수 있는 조건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국제 박람회는 1851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후원으로 런던의 크리스털 궁에 서 열렸다. 이 행사는 지금까지 이어져 1998년 포르투갈의 리스본(Risbon)에서 ‘해양-미래의 유산’이란 주제로 치러졌다. 최근 들어 글로벌 엑스포는 단순한 전시 행사가 아닌 공연에 가 까워지고 있고, 해양이라는 주제를 위해 동원된 각종 첨단 전시기법이 중요한 화제로 등장 하고 있다. 산업시대의 발상과 내용을 지닌 과거의 엑스포가 주로 시각적 효과에 소구했다 면, 새로운 테크노기술을 전시하는 엑스포들은 관객의 오감 모두에 효과를 미치고 있다. 첨 단기술에 의해 몰입을 강요하는 하이테크 시연을 감상하고, 관객 스스로 조작하여 몽환(夢 幻)에 빠질 기회도 갖는다. 이같은 기술적 연례행사는 첨단 영상, 컴퓨터 그래픽 전시장 뿐 만 아니라 일반 전시회나 박람회에서도 전반적으로 채용되는 기법이다. 토플러(Alvin Toffler)식의 표현법을 빌리자면, ‘공장굴뚝시대’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대표적인 국제 모토쇼 들도 이제는 화려한 영상과 테크노 기법들을 도용하거나, 아톰들로 구성된 고철에다 첨단 디지털 부가물들을 첨가한 신종 자동차들을 시연하기 바쁘다. 이제는 첨단기술적 특성 중 오락과 놀이에 결합할 수 있는 내용들이 전시장을 주도한다. 모든 엑스포들은 카니발적인 축제의 분위기를 현대적 방식으로, 즉 하이테크 기술의 집합적 아우라로 연출하는 것이다. 이것이 엑스포의 변화하는 특성인 전시의 첨단화이다. 전체 산업 이벤트가 첨단화되는 것과 맞물려, 보다 본질적으로는 관련 첨단기업들의 이벤트가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 어, KOEX에서 97년부터 98년까지 진행한 전체 행사(210여건) 중 하이테크 관련 산업 전시 회가 약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표 1> 참조.) KOEX의 모든 국제/국내 행사 중 뉴미 디어와 컴퓨터 및 통신 등 하이테크 전문 이벤트만 15%를 웃돈다. 특히 김영삼 정권 초창 기에 고양되었던 ‘세계화’를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과 이어지면서, 국가 정보화의 여론몰이가 이같은 상시적 이벤트장들의 개장을 거들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축제적 분위기 속에서 놀이를 통해 정보/통신 산업을 적극 권장하는 것이 대민 홍보의 세련된 기법이라면 기법일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국내 엑스포의 내용들이 하이테크 일색으로 돌아서는데는 정부의 정책 향방에 크게 좌우되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표 1> 한국종합전시장(KOEX)의 하이테크 행사 구성(97˜8년) 3 2) E3쇼에 관한 정보는 [URL: http://www.e3expo.com/] 참고. 3) 한국종합전시장 전시회 및 행사 내용에 관한 페이지([URL: http://www.koex.co.kr/korean/ exhibition/schedule/])를 토대로 표 구성. Page 5 5 주영역 전 시 회 주 최 사 목 적 영 상 미 디 어 (97/ 98) 국제 케이블 TV 및 위성방송 전시회 KOEX 정보/기술 교류, 관련산업 활성화, 산업연관효과 제고, 세계 경쟁력 강화, 정보마인드 확산, 국민 인식 전환, 영상/놀이문화 정착 국제방송장비 음향기기전시회 한국일보사 영상미디어 엑스포 중앙일보사/KOEX 서울멀티미디어쇼 한국경제신문사 국제광학 및 영상기자재전 KOEX/한국광학기기협회 국제광고물 및 기자재전 KOEX/한국광고사업협회 서울 국제만화페스티발 KOEX/SICAF'98조직위 컴퓨터그래픽스/멀티미디어전 KOEX/소프트웨어산업협회 (98) SFX 세계공상과학영화 100년대전 중앙일보사/MBC프로덕션 컴 퓨 터 및 통 신 (97/ 98) 컴덱스 코리아 디지틀조선일보/KOEX 정보 교류, 신제품 개발의지의 고취, 수요기반 확충, 관련산업 활성화, 개발 경쟁력 제고, 대중적 인식 제고, 국민문화생활 향상 국제 컴퓨터/소프트웨어/통신기기전시회 한국경제신문사 국제 정보통신 및 이동통신전 KOEX/E.J.Klause 국제 게임기기 및 어트랙션 쇼 KOEX 윈도우월드 전시회 전자신문사 한국 컴퓨터/소프트웨어전 전자신문사 한국 전자전 전자산업진흥회 (98) 인터넷/네트워크 코리아 중앙일보사/KOEX 산 업 정 보 화 (97) 국제 자동인식산업 및 기기전 (주)경연전람 정부정책 부응, 정보/기술 교류, 우수성 홍보, 수요기반 확대, 국제 경쟁력 강화, 산업발전 도모, 대중적 인식 제고 (97/ 98) 한국 국제공장자동화 종합전 KOEX/(주)첨단 한국산업기술대전 통신산업부/KOEX CALS/EC APEC 한국 CALS-EC 협회 /중앙일보사/KOEX (97) 텔레마케팅 페어 코리아 한국통신/KOEX (98) 한국 소호 엑스포 능률협회/매일경제신문사 스마트 솔류션 페어 삼성전자 하이테크와 결합된 두드러진 특성은 전시의 카니발성이다. 테마별 이벤트와 축제가 가속 도로 급증한다. 하이테크는 전시의 이벤트를 돗보이게 하며,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촉매 역할 을 한다. 엑스포는 그것들이 지닌 다양한 전시명을 통해서도 그 이벤트성을 유감없이 발휘 한다. ‘페스티발’,‘쇼’,‘대전’(大殿) 등의 명칭으로 전시회의 이벤트 기획성 자체를 부각시킨 다. 엑스포 자체의 정기적이고 한시적인 속성은 이벤트의 특성으로 자리잡는다. <표 1>에서 드러나고 있지는 않으나, 97/8년에 지속된 기획전은 거의 비슷한 월별대와 기간 동안에 짜 여져 있다. KOEX 전시장의 이용 편성의 효율에 따라 비슷한 시기에 기획들이 잡혀졌으리 라 추측을 할 수도 있으나, 그 효과는 비상시적 엑스포의 정기적 이벤트에 대한 막연한 기 대감을 관람객들에게 부추키는데 있다. 대체로 엑스포들은 매분기, 반년, 일년, 격년 등의 정 해진 시간 개념으로 짜여져 있어, 특히 급변하는 디지털 신제품들의 수요 창출을 고려한 상 품 생산주기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데 민감하다. 엑스포의 세분화된 시분할에 입각한 적시 의 이벤트는 소비시장 형성의 촉매 역할을 자임하며, 그 카니발적 요소로 냉혈한 시장의 의 도를 가려버린다. 철저하게 관리되는 이벤트의 정기성과 함께, 거대 도시들을 따라 개최지를 변경시키는 공간적 이동/기동성은 그 축제적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세계적 엑스포들은 글로 벌 도시들의 지명 이동을 통해 이벤트를 지방성(the local)과 결합시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복합 시연장으로서의 역할도 행한다. 컨퍼런스 개최, 호텔 숙박, 도시 관광, Page 6 6 경품 추첨, 극장 상연, 쇼 공연 등 다기능적 공간 소비의 장을 마련한다. 이 모두는 현대적 엑스포의 카니발적인 특성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기능한다. 카니발적이고 이벤트적인 특성은 기본적으로 주최사의 수익과 직결한다. 엑스포들이 일종의 수익 사업으로 자리잡는 것을 지 칭한다. <표 1>에서 보면 유난히 국내 특정 언론사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데, 이는 언론사들 의 사업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뉴미디어 영역인 하이테크 이벤트사업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보통 국내 전시회의 일차적 목적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여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련 산업전반을 활성화하는데 있다. 관련 기업들을 모이게 하여 그들간에 정보와 기술을 교류하 여 산업연관 효과를 보자는 심산이다. 이러한 목적이 산업 정책과 경제적 관심사의 측면이 라면, 이벤트를 통해 신소비 영역에 대한 마인드를 확산시키자는 목적은 또 다른 중대한 측 면이다. 즉 이벤트의 공통적 특징인 ‘정보마인드 확산’,‘국민 인식 전환’,‘국민 문화생활 향 상’,‘영상/놀이문화 정착’등의 홍보용 선전문안은 엑스포를 통해 신소비 영역을 학습할 것 을 강제하는 문구이다. 대중적 인식의 제고와 학습을 거쳐 이벤트가 의도한 문화를 정착시 키는 것.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려면 딱딱한 관전 분위기 보다는 전시회의 카니발적이고 하 이테크적인 속성이 잘 어울린다. 전시회를 놀이로 다룸으로써 새로운 소비 영역에 대한 거 부감을 자연스레 달래는 파급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카니발한 하이테크 시연이 노리는 표 적은 “기술 그 자체보다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경연장” 4 을 만드는 것이다. ’98리 스본 엑스포의 일본 전시관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의 이같은 발언은 장차 전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갈 것인지를 짐작케 한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물론 본고의 방향에서 본다면 이 일 본인의 인용문 중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이란 말 앞에는 ‘새로운’이라는 접사가 붙어야 할 것 이다. 보다 정확히 얘기한다면 새로운 기술의 선전을 통한 새로운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고 선전하는 경연장이 미래 엑스포의 청사진인 것이다. IV. 과잉 생산의 집중된 탈출구: 테마파크 대형 놀이공간들은 엑스포 보다는 훨씬 본격적으로 상시적인 축제, 공연, 어드벤처, 모험, 이벤트가 첨단과학과 결합하여 스펙터클로 등장하고, 관람객들에게 이를 소비(쇼핑)할 수 있 는 즐거움과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꿈을 실현하는 장소로 선전된다. 스펙터클은 특정 목 적을 위해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대량생산되고 대량소비되는 이미지이다(이정재, 1994). 실제 스펙터클은 실제적 소유를 보조하기 위한 시각적 전유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면 서 동시에 전유한다는 것을 은폐하는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기술이 되며, 이를 복합적으로 구현한 공간들이 바로 자본주의의 대형 테마파크이다. 놀이공간 안에서는 최대의 수익 효과 를 위해 다종다기한 공간 지배장치가 고안되고 동원된다(임석재, 1997). 연쇄적이고 복합적 인 놀이 행위를 통해 공간을 가로질러 관객의 소비 행위를 극대화한다. 이제 이 거대한 복 합 미디어공간은 스스로 ‘스펙터클 주식회사’(Spectacular Inc.)라는 가명을 얻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1976년 삼성계열이었던 (주)중앙개발이 용인 자연농원을 개장한 이후 주 로 후진적인 국가들이 여가를 전유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 형태로 동물/식물원 등의 자 4) 한겨레21 , 1998년 8월 6일자, 52쪽. Page 7 7 연 친화적 이벤트를 살리다, 96년초에 자연농원의 국제화라는 기치하에 (주)삼성 에버랜드의 ‘에버랜드’(Everland)로 바뀌면서 첨단 어드벤처 테마공원으로 성장한다. 게다가 96년 7월에 에버랜드 내에 실내외 복합형 워터파크(water park)인 ‘캐리비안 베이’(Carribbean bay)를 개장함으로써, 이 공원은 완벽한 글로벌 복합 공간의 외형을 갖추게 된다. 에버랜드는 93년 에 520만명, 95년 730만명, 그리고 이를 96년까지 누적해 보면 약 6천만명이라는 엄청난 입 장객들을 불러들였다. 에버랜드 외에도 국내에는 서울 도심과 그 외곽에 펼쳐진 대표적인 놀이공간으로, 롯데 그룹의 잠실 롯데월드(Lotte World), 과천시의 서울랜드, 강북의 드림랜 드 등을 꼽을 수 있다. 롯데월드는 단일 실내 놀이공간으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테마파크 라고 얘기될 정도로 대단한 규모를 자랑한다. 롯데월드는 건조 당시 롯데그룹에서 약 10억 달러를 투자하였는데, 그 전체 공간은 이제 실내 테마파크인 어드벤처, 옥외 호수공원인 매 직아일랜드, 박제화된 전통의 민속박물관, 실내 수영장, 스포츠센터, 롯데호텔, 5백여개의 전 문 쇼핑몰, 2개의 백화점 등으로 확장되었다. 또한 롯데는 테마파크를 체인화하기 위한 전초 기지로 98년 2월에는 부산에도 롯데월드를 개장했다. ‘월드’공간을 찾는 한 해 방문객은 약 6천만명으로 추산되는데, 그래서 롯데월드의 마케터들은 롯데월드를 “도심 속에 있는 또 하 나의 도시”로 선전한다. 돈만 있으면 이 안에서 일상의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평생을 보낼 수 있는 성역화된 왕국인 셈이다. 한편 과천의 서울랜드는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 비해 그 규모면에서 뒤쳐지기는 하지만, 보다 저가로 이용할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서울랜드는 서울의 외곽에 위치하면서도 지하철과 (마을)버스의 운행이 여유롭다는 점에서 강북구에 위치한 ‘드림랜드’처럼 한강 이남의 하층 서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중규모의 틈새 공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입지상으로 서울랜드는 서울대공원, 현대미술관, 경마장을 끼고 있어 종합 레저공간으로의 위상을 다지고 있다. 한편 87년 (주)일우공영이 230억을 들여 만든 드림랜드는 96년 (주)드림랜드로 상호명을 변경하면서 원주 치악산에 체 인으로 향토 동물원을 개원함으로써 현재 본격적으로 공원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아무래도 테마파크의 원조는 소비문화의 첨병인 미국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세 기초 ‘유원지’(amusement Park)라는 이름의 놀이공간들이 도시 근교에 세워지거나 대중교통 노선에 공원을 연결하여 노동자 가족들이 주말에 재생산 휴식을 취하도록 유도했으나, 60년 대 이후 들어서 새로운 거대 테마파크들이 시 외곽의 한가운데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전 후 미국의 호황으로 소비와 여가를 구가하게된 이들 미국인들은, 이 당시 누구나 할 것 없 이 자동차를 구입하여 주말이면 교외로 나가 노동 재생산의 권리를 누리게 되었다. 이같은 상황을 소비와 연결시키는데 귀재였던 그 당시 오락자본들은, 미국 시민들의 일상적 여가 행위를 그들의 세력 범위 안에 묶어두기 위해 거리상으로 도시의 일상적 삶으로부터 확연히 떨어진 장소에다 소비의 터를 제공했던 것이다. 즉 외곽의 테마파크들을 이용하는데 자가용 이 없으면 험난하고 힘든 하루가 되며, 비싼 요금을 치르지 않으면 입장할 수조차 없는 상 황이 테마파크 참여의 전제가 되버렸다(Davis, 1996). 미국적 상황에 비춰볼 때, 국내의 서 울랜드나 드림랜드는 강북과 강남을 텃밭으로 하여 서민층을 끌어모으는 유원지 수준의 놀 이공간으로, 에버랜드는 미국식 모델을 따르는 대표적인 교외 테마파크로, 롯데월드는 입지 상으로 백화점, 몰과 함께 상품 소비욕구를 노골적으로 확장시킨 도시형 복합 소비공간으로 봐야 할 것이다. 테마파크는 종합적인 미디어 공간이자 지리적/물리적 복합 미디어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이 안에서는 대중들의 놀이욕구를 다차원적인 공간에서 주어지는 시각적 소비를 통해 해소 시키며, 이를 통해 다양한 뉴미디어 기제를 개발한다. 샌디에고 대학의 노교수, 허버트 쉴러 Page 8 8 (H. I. Schiller, 1995)는 이러한 미디어 전략을 ‘토탈 혹은 원스톱 커뮤니케이션’(total or one-stop communication)이라고 명명했다. 테마파크는 전체 메시지의 통일성을 얼개로 지니 면서도 풍부하고 다양한 외관, 문화, 역사, 스타일, 텍스트, 건축, 연출을 허락한다. 즉 모든 중심적, 혹은 부차적 요소들이 조화로운 관계 안에서 함께 작동하면서 완결된 단위로 기능 한다. 이 안에서는 개념화 단계에서 최종 생산, 배달 단계에 이르기까지 그저 미디어자본이 만든 메시지와 이미지를 소비하고, 디지털계급들이 만들어내는 스펙터클을 즐기고 배설하는 주체들만을 양산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테마파크의 스펙터클은 산재하여 있는 “분리된 것 을 재결합하지만, 분리된 상태 그대로 재결합한다”(Debord, 1996: 23). 이른바 차이를 지닌 각각의 놀이들을 통해 자본주의적 질서와 유사한 총체화되고 통일된 공간 논리를 배양한다. 도시 사회학자인 샤론 주킨(S. Zukin, 1998: 49)은 이를 ‘차이의 미학화 과정’(aestheticizing of differences)이라 칭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게는 테마파크가 현실 자본주의의 경제 장치들, 특히 오락관련 기업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단기 수익 발생의 근거지이자 생산적인 과정들의 집합이며 뉴미디어의 잠재적인 도입구라는데 있다. 현찰을 통한 회수력의 증대, 생 산-유통-소비 전국면의 빠른 회전, 특히 신기술의 풍부한 실험장으로서 중요한 결절점이 되 고 있다. <표 2> 5대 글로벌 테마파크 5 기업명 테마파크/리조트(미국) 방문객수 (93년) 해외진출 현황 디즈니 매직 킹덤 파크, Epcot, 디즈니-MGM 스튜디오, 디즈니 애니멀 킹덤 파크, 디즈니 크루즈라인 41.4 파리 디즈니랜드(29%), 토쿄 디즈니랜드(로얄티만) 타임워너 씩스 프래그즈 파크 19.2 무비 월드 (뒤셀도르프, 독일) MCA 유니버셜 스튜디오, 헐리웃, 플로리다, 올란도 12.3 *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일본 오사카) 바이어컴 킹스 도미니언, 킹스 아일랜드, 그레이트 아메리카, 캐로우윈즈, 레이징 워터스 인 산호세, 스타 트렉: 어드벤처 12.4 원더랜드(Wonderland) (캐나다) 부쉬 엔터테인 먼트사 씨 월드 체인들 18˜20 그랜 티비다보 테마파크 (스페인) 범례: 방문객수 단위는 100만명, * 95년 방문객수 미국에서는 이미 테마파크의 잠재능력을 익히 간파해 온 거대 미디어기업들이 속속 6,70년 대에 세워진 테마파크의 체인들의 대부분을 흡수하여 자사내의 주력 업종으로 통합시킨다. 소위 글로벌 테마파크의 5대 소유주들은 디즈니, 안호이저-부쉬(Anheuser-Busch), 타임워 5) The Nation, June 8, 1998, pp.21˜8., 그리고 (Davis, 1996)의 내용을 토대로 도표화. Page 9 9 너, 바이어컴(파라마운트), MCA이며, 이들 파크에서 걷어들이는 입장비만 기업 수익의 절반 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빅5’는 북미에만 24개의 파크와 1억 200만명(93년 통계치)의 관람객 들의 방문 횟수를 기록한다. 미국과 캐나다 전체로 놓고 보면, 700개 정도의 테마파크와, 93 년 한 해 동안 방문객 수가 2억 5,500만으로 추산된다. 여기에서도 독점의 논리가 우세한데, 상위 50개의 대형 테마파크의 방문객만 약 1억 4,330만명에 이르고 있다(Davis, 1996). 90년대초 5대 미디어 기업들이 테마파크 체인을 지속적으로 매입함으로써, 몇 가지 중요 한 효과가 발생한다. 우선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높고, 즉각적인 현금 회수 능력을 발휘하다 보니, 유동 자본이 증대하였다. 예컨대 80년대말에서 90년대초까지 디즈니 파크는 디즈니사 전체의 수익 중 거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빅5’중 거의 모든 모기업들은 파크 수익을 타 산업 부문으로 팽창하기 위한 내부 거래자금으로 활용했다. 특히 계열사 중 영화산업이 불 안정성을 보일 때, 그리고 케이블산업 등 다른 주식들이 새로운 컨텐트의 점증하는 수요에 직면할 때, 테마파크의 자금 동원력이 이러한 계열사들에 큰 영향을 발휘한다. 오락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테마파크는 즉각적으로 엄청난 돈을 낳는 보고였다. 둘째, 투자 영역의 다각 화/다양화 효과. 사업 다각화의 정식화된 목적이 연관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면, 이를 철저히 수행하는 것도 테마파크의 투자 요인이다. 즉 특정 테마파크와 이를 둘러싼 환경은 이 일대 를 ‘왕국’으로 만든다. 그리고 왕국의 위성들인 호텔, 식당, 야영지, 주차장, 선물가게, 요트 장, 눈썰매장, 골프장, 카지노, 수영장 등등. 물론 테마파크 소유주가 이 모든 것을 관리하며, 이를 통해 철저히 외부로 매출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다. 일례로 (주)삼성 에버랜드의 서비 스표 등록원부의 권리란을 보면 20개 이상의 지정 서비스업종이 나열되어 있는데, 6 이는 바 로 파크에서 원스톱으로 전 업종을 임대, 관리하여 수입원을 다양화하겠다는 의도이다. 셋 째, 생동하는 오락 공간으로써 테마파크는 모기업의 계열사들에서, 혹은 흡수한 기업들로부 터 제작된 교차-촉진적 재화(cross-promote goods)와 이미지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이같은 상호 교차적인 판매촉진의 가능성은 거대 미디어들간 매수와 합병을 통해 더욱 분명히 드러 나고 있다. 역으로 이는 소비자들의 표적 시장을 넓히고 세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 다. 예컨대 당해에 계열 영화사에서 출시될 영화를 이벤트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방법이다. 또한 영화 캐릭터 상품의 시판은 영화보다 더 높은 수익을 장기적으로 보전한다. 예를 들어, 94년 디즈니가 제작한 <라이온 킹Lion King>이 첫 해에 2억 6,700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라이센스 계약을 통한 그 영화의 캐릭터 상품 매출은 거의 4배 가까운 10억불에 이르렀다. 이런 정황만 보아도 공원내에서 일상화된 상영 전야의 이벤트화-영화화-연관 소비 상품화 로 이어지는 효과들이 어떠한 지를 짐작할 수 있다. 즉 테마파크는 책, 테잎, 비디오 게임, 음반, 영화, 만화 등과 비미디어적 소비재들에 이르기까지 상품 광고를 위한 물리적 장소이 자 출구로, 생산물들의 거대한 판매소로 복무한다. 또한 테마파크는 일종의 물질화된 광고, 전자 영상물과 그 홍보를 구체화하는 수행적이고 동적인 공간이 된다. 마지막으로 테마파크는 향후 놀이공간의 위상과 관련하여 디지털 상품 판매의 구매력을 실험하는 장이 되어가고 있다. 초창기 테마파크들의 전략이었던 식물/동물원 등의 자연친화 적인 전략, 즉 ‘자연의 상품화’ 7 라는 것도 이제는 오락과 첨단과학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볼 거리와 체험 영역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즉 뉴미디어 신제품을 선전하는 정돈된 플랫폼이 중심 논리에 끼어든다. 테마파크는 한 곳에 이 첨단적인 모든 것을 늘어놓음으로써 중산층 6) (주)에버랜드의 서비스표 등록원부는 에버랜드의 하위 페이지([URL: http://.../regist/regist.htm])에 서 받아 볼 수 있다. 7) 테마파크들의 ‘자연의 상품화’전략에 관한 내용으로는 (Light and Higgs, 1997: 116˜7) 참고. Page 10 10 의 광대한 대중들에게 다양한 신매체의 생산물들을 소개하고 시장력을 측정하는 등의 실험 을 수행한다. 그래서 최첨단 기업들, 세가, 마이크로소프트, 필립스, 크리스탈 다이나믹 등의 기업들은 테마파크에 터를 잡고 싶어 한다. (최)첨단의 수사에 따라붙는 현대 기술의 보편어 는 3차원, 입체, 시뮬레이션, 그래픽 등이며, 이는 놀이공간 안에서의 게임 형식에 각인된다. 보드리야르식으로 평가하자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소외되거나 수동적인 구경꾼들이 아니 라 ‘인터랙티브한 엑스트라들’(figurants interactifs)” 8 로 승격할 수 있다. 휴가, 방학, 생일, 졸업 등 가족내 일상의 축제는 테마파크의 이벤트와 맞물리면서 파크 나들이를 통해 이제 능동적 소비 의례의 일부로써 기능하는 것이다. 현대 소비사회에서 테마공간은 독점화된 미디어 기업들이 수행하는 다면적인 판촉 마케팅 과 판매책을 위한 자본주의적 공간의 변형태로 굳게 자리잡았다. 9 그들에게 있어서 테마파 크는 이윤 창출과 판촉의 통합적 장소이자 뉴미디어 상품의 실험장이다. 그들은 상시적인 축제와 이벤트, 상품 판촉으로 소비의 거대한 국면을 세련되게 위장하여 과잉생산을 해소하 기 위한 탈출구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미국내 테마시장은 테마파크 자체의 공급과잉 으로 인해 과포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세부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 보험 비용의 증 가, 입장객의 한계, 테마기업간 경쟁 등이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내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테마공간을 창출하여 소비의 탈출로를 마련했듯이, 그들은 새롭게 신시장의 창출 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3가지 영역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테마파크의 국제적 팽 창이다. 해외로 미국의 거대 테마파크를 수출하는 것.(<표 2>의 해외진출 현황 참고.) 특히 디즈니는 속속 세계 지도 곳곳에 미키 마우스의 문양을 찍어대고, 전세계 대중들이 서구의 문화를 평등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체인망들을 구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중들의 의식상 테마파크가 보편적인 국제 언어가 되가고 있다.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스펙터클을 기억하는 방문객들은 이제는 굳이 멀리나갈 필요없이 자국내에서 동일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둘 째, 보다 작은 형태의 틈새시장인 미니파크나 어린이들의 놀이공간 등이 활성화될 것이다 (Davis, 1996). 마지막으로 거대 테마파크들의 지속적인 개장과 함께 이들 공간들은 하이테 크산업 영역과 보다 밀접한 결속이 이루어질 것이다. 테크노기술의 자원들과 상품들을 외부 로부터 끌어들이는(outsourcing) 이벤트를 상시화하여 시장 가능성을 점치는 작업이 부단히 이루어질 것이다. 아니면 미래적 테마파크의 형태로 공간 전체를 완벽하게 뉴미디어의 복합 무대로 만드는 경향도 출현할 것이다. 일례로 일본의 게임기 회사인 세가는 요코하마와 오 사카에 가장 새롭고 첨단의 기술을 구현한 인터랙티브 테마파크를 개장한 것처럼, 하이테크 기술의 완전한 구현을 통해 미래적 놀이공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들은 테 마공간내 스펙터클의 변화뿐만 아니라, 테마공간 운영 주체와 관련하여 앞으로 뉴미디어관 련 오락산업의 테마파크 진출이 본격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 그것이 과장 이라면, 현재 테마파크는 디지털 자본들이 새롭게 생산하는 상품의 유형들을 해소시킬 수 있는 확실한 시장임이 분명하다. 8) Baudrillard, J., “Disneyworld Company”, Liberation, March 4, 1996., trans. by F. Debrix, in Ctheory, [URL: http://www.ctheory.com/e25-disneyworld_ comp.html]에서 인용. 9) 국내 상황은 조금 다르다. 대체로 유원지를 포함한 국내 테마파크들은 토목/건축업자들이 진출한 경우가 다반사이다. 부동산관련 손익계산에 따라 토지개발이 이루어지는터라 이들 업자들에게 유원 지에 대한 마인드란 부재하다. 특히 삼성이나 롯데 등 재벌들이 운영하는 테마파크는 미국과 비교 하여 시설 투자면에서는 뒤지지 않으나, 운영 주체와 관련하여 미디어 독점기업들이 운영하는 미국 의 90년대 토양과는 차이(비전문성과 천민성)를 갖고 있다. Page 11 11 V. 소공간들에 크롬 입히기: 전자 게임방 문화 게임의 성장은 십여년간 MIT대학 등의 기술적 마인드를 가진 소수집단들의 이용을 거쳐, 현재는 급격하고 폭넓게 확산되었다. 게임의 역사로 볼 때, 1971년 미국에서 ‘스페이스 워’(Space War)라는 상업용 아케이드 게임을 시초로, 76년 아타리(Atari)사가 ‘퐁’(Pong, 일 명 핑퐁게임)이라는 게임으로 최초의 사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일반 대중에게 비디오게임이 친숙해지기 시작했다(서경학, 1995). 일명 ‘벽돌깨기’는 76년 일본에서 성공했고, 일본의 타이 토(Taito)사가 개발한 ‘인베이더’는 78년 미국에서 대선풍을 일으키면서 전세계적으로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는 도화선이 되었던 중요한 게임들이다. 미국에서는 80년대초 조잡한 게임 타이틀이 시장에 범람하면서 ‘아타리 쇼크’(Atari Shock)가 발생하여, 소비자의 불만 가중과 게임기 판매 하락으로 말미암아 게임기 시장이 침체하게 된다. 일본이 게임기 시장을 제패 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해부터이다. 이제는 세계 전체의 비디오 게임기 시장의 80% 이 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일본과 피씨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77% 정도의 점유율을 지 닌 미국 시장으로 압축되고 있다. 10 <그림 1> 국내 게임시장의 성장 규모 11 현재 일본의 닌텐도나 소니, 세가의 기술력과 그들의 미니어처식 방 문화가 결합되어 새 로운 유형의 전자 게임방들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전국에 1만 5천개 이상의 실내 전자오락 실과 아케이드내 종합 오락장이 110여개 이상이나 세워졌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94년에 약 3,500억원대로 추정되며, 97년에는 5,5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그림 1> 참고.) 97년 한 해 통계치만 보아도 게임산업은 극영화, 애니메이션, 음반, 비디오 산업 보다도 높은 시장 가치를 보여준다. 12 게임산업 중 업소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그 10) 전자신문 , 1996년 11월 15일자. 11) 기업경제 , 1995년 11월, 126쪽 내용을 토대로 구성. 12) 문화관광부, 통계로 보는 문화산업 , 1998. 범례: 96년은 자료 없음, 97년은 추정치. Page 12 12 비중이 20% 미만인 선진국에 비교해 볼 때 아직까지 가정용 게임기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13 그러나 96년 들어 국내 게임시장에서 피씨게임의 시장 규모가 300억원대(30%의 시장점유율)에 이르렀으며, 비디오 게임기에 비해 피씨 게임이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의사결정권과 인터랙티브한 속성, 그리고 업소용 게임기의 지속적인 이용 가격 상 승 또한 조만간 놀이공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로 보인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과도하게 업소용 게임장들이 동네 여기저기에 문을 열었던 것은 아이들이 아직까지 개인적 놀이 욕구의 해소 공간이 부족했고, 피씨나 게임기를 구입 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데 대해 쁘띠 상인들이 밴드웨곤식으로 단기 이윤에 몰려 창업했던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14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80년대초 이래 개인용 피씨 의 광범위한 보급과 함께 아이들이 업소용 게임장들을 찾기 보다는 피씨게임을 즐겨하기 시 작했다.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사에 따르면, 미국내 온라인 게임 인구만 현재 990만 정도에서 2001년에는 16억불의 수입과 사용 인구가 1,830만명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 고 보면 15 , 앞으로의 추세는 아케이드용 보다는 컴퓨터에 기반한 네트워크 게임산업이 유망 하리라 여겨진다. <표 3> 미스트와 쥬라기 공원의 비교 수 입 액 * 수입액: 생산비용 인원수(완전고용) 개발비용 회복기 미스트 1억 3,000만 달러 260 : 1 6명 12주 쥬라기 공원 3억 5,700만 달러 6 : 1 500명 1주 범례: * 미국내에서 93년˜97년 9월까지의 수입액만을 포함. 미래형 게임산업의 한 장르를 구성하는 라이븐(Riven)과 미스트(Myst)란 피씨게임용 패 키지는 장차 게임산업이 얼마나 고부가가치 영역인가를 입증하고 있다. 최근 와이어드 (Wired)잡지는 미국, 호주 등에서 최고의 판매율을 기록한 미스트와 최대 흥행을 기록한 스 필버그 사단의 쥬라기 공원을 비교하는 기사를 실었는데, 생산비용 대비 260배의 수입액을 올린 미스트의 경이로운 기록은 눈여겨볼 만하다.(<표 3> 참고.) 이는 특히 소프트웨어의 연관효과가 거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스트는 프로그램의 구성 시나리오를 시리즈 용 책으로 출판되거나, 그 배경음악을 사운드트랙으로 만들어 시판하거나, 마우스패드, 티셔 츠, 가방, 찻잔, 화보 등으로 상품화하여 판매고를 증가시켰다. 16 저렴한 제작비와 소규모 인 13) 뉴스메이커 , 1996년 8월 29일자, 69쪽. 14) 게임장 확대의 또 다른 경제적 요인은 양성화된 슬롯머신 영업장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리와 관련되어 있다. 이에 대한 유흥업소들의 대응은 소단위의 변칙 영업 형태로 전자 오락실이라는 간 판하에 게임과 도박을 이원화하든가, 음성적으로 숨어들어 개점하는 것 등이었다. 90년대 들어 이 같은 게임방 문화의 개념 전환이 이루어지는데, ‘오락장’,‘오락실’등 기존의 전자 게임공간을 호칭 하던 간판 글자들의 대부분은 실내 도박장 용도로 둔갑하고, 일반 전자게임 영업소들은 ‘게임피아’, ‘게임센터’,‘게임파크’혹은 오락실 앞에 ‘컴퓨터’,‘두뇌 개발’,‘사이버’등의 수사를 붙여 스스로를 건전한 오락문화로 취급해달라고 호소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되었다. 15 ) 인터넷 전문 리서치 기관인 이마케터(eMarketer)의 통계 자료([URL: http://www.e-land.com/estats/ec_hot.html])에서 재인용. 16) Wired, Sept., 1997, pp.126,7. Page 13 13 원 동원, 그리고 전제 조건인 아이디어의 창발성이 제대로 만난다면 동일 영상업종 틀내에 서도 엄청난 이윤을 보장하는 놀이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방들은 엑스포와 테마공원 등 거대 오락문화가 트리클다운(trickle-down)된 소비문화의 하위 지형을 형성한다. 그 혜택은 크게 보아 첨단 기술적인 놀이의 시범을 거쳐 대중적으로 보급된 측면과 소비 내용에 있어서 지출의 상대적 저렴성으로 이루어진다. 하지 만 최근에는 전자 게임공간 자체가 대형화되는 경향이 있다. 전자게임방이 테마공원내의 중 요한 놀이공간으로 자리잡거나, 게임방이 게임센터 등으로 체인화하는 변화를 겪고 있다. 앞 서 세가의 테마공원의 예를 들었듯이, 전자게임만을 위한 90년대식 하이테크 게임센터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3차원(3D) 혹은 가상현실(VR)을 응용한 게임공간 에 대한 기업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만도 가상의 오락세계사 (VWE Inc.)가 90년 시카고 일대에 만든 테마공원에 ‘배틀테크’(Battletech)라는 가상현실 게 임센터를 구축했는데, 센터 안에 설치된 14개의 가상현실 캡슐에만 250만불이 투자되었다. 이와 비슷한 게임센터로는 92년 캘리포니아에 개장한 군사 비행용 시뮬레이터, ‘화이터타 운’(Fightertown TM )을 들 수 있다. 그 외 아케이드용 VR 게임기로는 군 산 복합기업인 GM 휴즈 일렉트로닉스사(GM Hughes Electronics Corp.)가 만들어 영국에 1대당 7만 6천 불을 받고 판 ‘코만도’(Commander TM ), 그리고 휴즈사와 루카스 아츠 엔터테인먼트(Lucas Arts Entertainment)가 공동 제작한 ‘미라쥐’(Mirage TM ), VR 개발사인 VPL 리서치사와 MCA의 제휴를 통해 만든 가상현실 극장, W 인더스트리즈(W Industries)가 개발한 수많은 시뮬레이터들이 대표적이다(Hawkins, 1996: 170˜6). 이제 컴퓨터게임들은 빠르게 세분화한 장르나 내용들로 바뀌고 있다. 소프트웨어 상점 진 열장의 게임은 대개 장르별로 배열되고, 소비자들은 그럼으로써 시뮬레이션, 퍼즐, 어드밴처 혹은 롤플레잉 게임을 그 즉시 찾는다. 게임의 장르는 직접적으로 주제보다는 게임 유형으 로 구분되나, 게임의 주제와 유형, 이 둘은 종종 폭넓게 결합한다. 대개 시장규모를 측정할 때는 게임의 유형에 따라 분류하는데, 아케이드 게임 혹은 비디오 게임, 피씨 게임, 네트워 크 게임, 가상현실 게임 등이 이에 속한다. 또한 이용 공간에 따라서는 크게 소규모 오락실, 게임방 등을 포함한 아케이드 공간과 각 가정의 개인 피씨 이용 공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컴퓨터게임만의 특성이라고 한다면 상호작용성을 들 수 있다. 이 특성하에서 사용자에게는 가상세계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력을 지닌 환경이 영화와 텔레비전의 수동성을 대체한 다. 집안에서는 스크린, 키보드, 조이스틱, 스피커 등의 기계장치가 사용자를 에워싼다. 때론 아케이드에서는 사용자가 말 그대로 기계안에 앉아, 앞뒤로 움직이며, 의자에서 흔들리고, 쏟아붓는 소음을 듣기도 한다. 보다 최근 VR 기계를 통해 사용자는 머리에 헬멧을 쓴 채, 그의 신체운동에 반응하여 시각이 따라서 변하는 3D 환경의 완벽한 환상을 체험한다. 현재 시장에 널리 보급되지 않은 데이터 장갑(data glove)과 같은 여타 장치들은 촉각적 피드백 을 제공하며, 소프트웨어의 임의적인 인터페이스 도움없이도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세계와 직접적 상호작용을 외견상 가능케 한다. 그 장비가 무엇이든지간에, 그 목적은 장면에 한정 되지 않고 행동에까지도 환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게임은 보다 많은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 해, 그리고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체험 내부로 사용자를 가둬두기 위해 애쓴다(Stallabrass, 1996: 85,6). 무엇보다도 컴퓨터게임은 반응, 영상, 음향을 연결함으로써, 사용자가 조정하는 분명하고 통일된 현실을 제공하려 한다는 점에서 완전몰입의 변화무쌍한 체험으로 이끌고 있다. 전자 게임방 문화는 미시적인 소비 경로를 통해 가상의 오락과 놀이를 생활공간에까지 끌 Page 14 14 어들인다. 일상적인 놀이의 체득화 과정에 합류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다른 학습 기제들 과 달리 게임은 체득 과정이 빠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앞서 본 게임 기술의 자극과 몰입에 서 주어진다. 이미 게임의 설계와 관련하여 난이도 보다는 자극의 양이 재미와 중독성에 비 례한다는 결과가 나온 상태이다. 17 그래서 게임 디자이너들은 보다 강한 자극과 유사 주체성 의 구성이라는 점에서 게임을 설계하려 한다. 한편 이들은 참여와 상호성을 기반으로 구성 된 게임의 과정이 최고의 개방형 체제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게임에 임하는 역할자가 다양 한 옵션을 통해 게임 원리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 즉 탈신비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세계 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고 주장한다(Friedman, 1995: 81,2). 하지만 역할자의 선 택이란 말 그대로 ‘제한된’옵션에 불과하다. 과정의 개방성은 통제된 개방을 의미하며, 가지 치기된 과정의 종착지는 궁극적으로 동일한 곳이다. 그리고 최초 소프트웨어 설계자들의 편 견으로부터 자유로운 객관적 프로그램이란 존재할 수 없다. 게임 생산의 첫 국면에서 이미 설계자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현실을 빼닮은 일상의 ‘부호화’(encoding)가 진행되어 버린다. 게임의 설계물이 이데올로기적 구조물이라면, 게임의 실행은 이를 학습하는 주체의 학습기 제로 작용하고, 게임의 주체적 효과란 현실에 대한 신비화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가상 놀이 의 배설 행위를 통해 사회화된 학습을 스스럼없이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전혀 과장이 아닌데, 예컨대 대표적 시뮬레이션 게임인 씸시티(SimCity )의 내용만 보아도 이 사실을 감 지할 수 있다. “씸시티는 당신을 시장이나 도시 계획자로 만들어, 당신의 꿈의 도시를 디자 인하고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당신의 선택과 설계 기술에 의존하면서... 시뮬레이션으로 만 들어진 시민들(Sims)은 주택, 병원, 교회, 가게, 공장 등으로 입주하여 살거나 보다 나은 생 활을 위해 이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ibid., 80). 최적의 도시 건설이라는 씸시티의 프로젝트 는 현실의 모방일 확률이 높다. 전략적 사고를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적 논리가 게임의 동학 에도 적용된다. 18 실업과 연금 기금, 교육기관, 공원 등을 확충하면, 시예산이 곧 바닥날 것 이고 파산에 이른다. 파산전 선고는 게임 중 깜박거리는 위험 신호이며, 게임의 충실한 수행 결과는 디지털 화폐를 집행하고 남은 예산 보유고가 곧 점수로 환산될 것이다. 즉 자본의 질서를 그대로 모방한 게임설계를 게임 개발자들은 무의식 중에 인코딩한다. 이를 통한 수 행 과정은 자본주의적 사회화 과정이며, 그 효과는 현실의 학습효과인 셈이다. 이미 현실의 이야기나 영화, 볼거리들이 게임의 텍스트를 구성하면서, “게임의 세계는 현실과 유리되어 있는 픽션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과 상호작용하는 픽션의 세계”(김창남, 1998: 176)를 구성한 다. 게임의 규칙은 현실을 모방하고 은유한다. 물론 게임상품이 노리는 가장 중요한 효과는 재미와 중독성이다. 특히 어드벤처 게임류가 부여하는 자극의 강도는 재미로 통하고, 시리즈 를 지속적으로 소비하게 만듦으로써 연쇄적인 이미지를 소비하는 중독의 효과를 얻고자 한 다. 버전업 되기 전 한계욕망점에 이르면 또 다른 시리즈의 개발을 통해 매 단계마다의 욕 망을 부단히 재생산한다. 실지 게임의 난이도는 자극과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한도내에 서만 상승 가능하다. 이제 전자게임은 더 이상 신세대나 남성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다. 전자게임의 태동이 있었던 70년대 중반 이후의 모든 세대들이 그 강력한 소구대상들이다. 이미 전자게임은 여 가 향유의 보편화된 한 계열을 형성하고 있다. 그 중 디지털 소공간들을 통한 놀이문화는 그 저변을 확대하여 일상의 재생산 공간을 잠식하고 있다. 본질적으로는 현실의 모사 환경 17) 김동현, 게임산업의 현황과 과제 , 한국멀티미디어협회 주최 ’97 멀티미디어 산업기술 동향 세미 나, 1997년 10월 29일, [URL: http://www.multimedia.or.kr/tech/9710/semi5-4.htm]. 18) 씸시티를 일그러진 현실의 모사로서 상세하게 관찰한 논문으로는 (Bleecker, 1995: 200˜9) 참고. Page 15 15 을 창출하고 놀이를 통한 상품 소비와 사회적 학습기제를 작동시키는 게임공간들의 항구적 (재)생산 과정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VI. 하이테크 소비공간의 사적 변형 앞서 본 몇 가지 사례들은 일상공간의 사유화(privatization) 과정에 대한 90년대식 고찰이 다. 소비공간의 현대적 실례들을 통해 오락기업들이 소비문화를 어떻게, 왜 하이테크 변형시 키는가를 살펴보았다. 다양한 소비공간의 창출과 재생산 속에서 유독 이 세 가지 영역을 주 목한 것은, 우선은 이 물리적 영역들이 첨단적 소비의 첨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역들 이 하이테크 소비 과정의 각 주요 인입 지점이자 연결 고리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지적한대 로 엑스포는 하이테크 기술의 실험장의 역할, 테마공원은 집단적 대중화의 역할, 전자 게임 방들은 디지털소비의 체득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그 각각은 놀이라는 촉매를 통해 (전 시)-실험-운용-정착이라는 고리로 연결되는 과정을 취한다. 이 고리는 실지 각각 소비의 한 국면들이며, 새로운 놀이 기술의 발명과 함께 재순환하는 경로를 따른다. 각 공간 구성의 합 혹은 각 고리의 순환 정도는 그 시대의 소비문화적 농도를 짐작케 한다. 보다 정확히 얘기 한다면 하이테크 소비공간들의 합과 각 고리를 통해 흐르는 상품 연쇄의 회전율이 현대적인 하이테크 소비문화의 농도에 해당한다. 한편 순수하게 하이테크 상품이 각 고리에서 이동하 는 시간의 정도는 오락기업의 창구/연관 효과의 증대와 반비례한다. 또한 소비의 과포화 상 태를 고려하여 각 영역 혹은 고리들은 스스로를 복제하여 확장하거나 이합집산하며, 새로운 하이테크 공간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로써 오락, 게임, 놀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행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훨씬 기술이 소비문화와 결합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과 피씨통신을 얘기하면 의례껏 문화를 떠올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문화는 소비를 전제해왔고, 소비는 문화를 규정해왔다. 특히 급격한 소비 패턴의 변화는 문화와 일 상공간의 형질전환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90년대 들어 가장 큰 소비 패턴의 변화는 소비 의 하이테크화였다. 엑스포, 테마공원, 전자 게임방은 이같은 형질전환의 출발이자 그 심층 이다. 문제는 왜 이렇게 놀이 또는 문화의 방식이 점차 전화하는가인데, 일차적으로는 거대 오락산업들이 짜는 새로운 이윤 확장로의 모색과 관계한다. 현대적 놀이의 표층을 하이테크 기술로 세심하게 (재)포장함으로써 식상한 놀이의 양식을 가상화하여 새로운 이윤원을 창출 하고자 한다. 둘째로는 이미 거대 자본에 의해 물질적 일상공간들이 축소 및 포위되는 지경 에 이르렀을 때, 그 탈출구는 비물질의 사이버공간과 함께 물질의 하이테크 놀이공간을 통 한 가상적 해방감의 일시적 유포일 수 있다. 즉 억압에 대응한 두 욕구 배설로의 첨단기술 로 익명의 소비자들을 호객하고자 하는 것이다. 셋째로는 물리적 공간 이동없는 놀이의 발 굴과 유관하다. ‘보다 빠르고 쉽게’라는 디지털시대의 구호에 어울리게 놀이도 변형되어간다. 붙박힌 자리에서의 놀이, 즉 그 자리에 타고 앉아 돌고, 달리고, 움직이는 것이 최고의 운동 성이다. 프랑스의 도시연구가인 뽈 비릴리오(P. Virilio, 1997: 11)도 동의하듯, 지난 시기가 ‘동적인’(dynamic) 수송 장치들(기차, 오토바이, 자동차, 비행기 등)의 대중화가 중심이었다 면, 현대의 기술혁명은 ‘행동적이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behavioral inertia)의 도래로 특 징지을 수 있는 시청각 장치의 개발이 주도한다. 망막을 흐려 시각의 착란을 일으킴으로써 속도감을 부여하는 것이 주목표가 되며, 이에 걸맞는 소비자의 유형은 터미널에 고정된 인 Page 16 16 간이 된다. 일반적으로 인간들이 영위하는 일상의 ‘공적 의사표현’(public expression)과 창의력이 표 출되는 공간만은 자본의 침해를 받지 않는다고 여겨왔다. 이들 공간은 모든 공중이 자유롭 게 참가할 수 있는 공적인 장소이며, 그 공간은 마치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천연자원과 같은 것이었다. 또한 일상공간은 노동의 재생산을 위한 휴식의 공간이자 기업이 쉽게 침투 하지 못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이러한 일상공간은 자본의 이윤추구라는 원칙과 맞물리면서 사적 공간으로 점유되어 가고 있다. 일상공간에서의 자본형성과 관련한 몇 가지 사례는, 현재의 자본운동이 미치는 공간적 범위의 무제한성을 깨닫게 한다. 예를 들어 거대 기업에 의한 공공 정보자원의 상업화, 기업전시관으로서의 박물관, 새로운 도심가인 교외의 대규모 쇼핑몰에 의해 사유화된 공공 공간, 도시내부에서의 사적인 건조물에 의한 공적 공 간의 축소, 거리의 통제(축제 시위 시가행진 등의 상업화), 상업방송망에 의한 일상공간의 소비주의적 침투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Schiller, 1989: 91˜110). 여기에 자본주 의 사회내 억압적 국가기구들(법 제도 행정 경찰 등)의 일상공간에 대한 사회적 통제력 을 감안한다면 공공 영역의 축소와 사유화 과정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결국 대중의 일상 적 유희 자체도 거대 자본에 의해 수축되고 포위화되는 형국에 이른다. 근원적으로 일상의 이벤트, 게임, 놀이 형식들이 외연을 값비싼 첨단장비로 감싸고 안으로 는 소비문화와 단단히 결합되었을 때 봉착하는 문제는 현실에 대한 저항의 상실이다. 일상 공간을 소비하며 즐기는 대가는 깊이없는 사유와 구체적 현실에 대해 무력해지는 것이다. 즐긴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 고통을 목격할 때조차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즐김의 근저에 있는 것은 무력감이다. 즐김은 사실 도피다. 그러나 그 도피는 일반적으로 얘기되듯 잘못된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마지막 남아있는 저항의식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다. 오락이 약속해주고 있는 해방이란 ‘부정성’을 의미하는 사유로부터의 해방이다(Horkheimer and Adorno, 1996: 200). 그러나 일면 저항의 복귀를 희망할 수 있는 여지는 하이테크 영상세대들의 문화정치적 활 동에서 움튼다(이광석, 1998). 거대 자본에 의한 하이테크 소비문화의 양성화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소비 주체들은 하이테크 문화를 즐기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재구성하려는 습성을 지 닌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문화산업의 철권적 압도에 숨막혀했던 그 당시 예측과는 달리, 이제는 첨단기술의 자본화 과정에 파산 선고라도 내려는 반대 이용세력들, 즉 디지털 저항 의식체의 결집이 이루어지는 듯하다. 문제는 문화 영역에 있어 힘의 역학관계인데, 자 본의 지배적인 소비 창출을 빗겨가는 식이라면 새로운 이들은 그저 주변부로 내몰릴 수 밖 에 없을 것이다. 더욱 비관적으로 보자면 이벤트, 놀이, 게임의 양식이 굳건하게 거대 기업 의 의도와 밀착되고, 첨단기술로 외피를 감쌀 때, 그 이상 다른 어떤 것을 사유할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하이테크 영상세대가 자본이 사유화하는 영토들을 자신의 자유로운 저항의 기폭 지점으로 활용하기에는 여러모로 힘이 모자란다는 점이다. 오 히려 그들의 개성과 자유가 디지털기업들이 이끄는 스타일 정치문화의 미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소비 주체의 욕망을 자극한 하이테크상품의 미끼라는 유혹이 도사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정황에서 자본의 사유화된 영역들에 대한 공개적 점유의 노력들이 중요하며, 깊게 사 유할 수 있는 현대적 놀이공간의 개발이 더욱 필요하다. 이제까지 오락기업들이 추구한 첨 단기술이 소비문화적 변형이었고, 그 이면에서도 공적이고 인간적인 놀이의 요구와 필요에 Page 17 17 도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 매 순간 저항은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김창남, 1998. 대중문화의 이해 , 한울. 이광석, 1998. 사이버 문화정치 , 게릴라총서 8, 문화과학사. 이정재, 1994. 도시 문화경관 , 문화과학 , 제 5호(봄). 임석재, 1997. 소비사회와 놀이공간 , 리뷰 , 제 12호(가을). 최병두, 1994. 자본주의 도시공간의 정치경제학 , 문화과학 , 제 5호(봄호) Baudrillard, J.(이상률 옮김) 1994. 소비의 사회-그 신화와 구조 ,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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