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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 과점, e북이 깰수 있나

출판시장 과점, e북이 깰수 있나 [한겨레]2000-12-08 01판 25면 122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미국내 5대 기업이 출판시장의 80% 이상을 지배한다. 상위 20대 기업까지 확대하면 93%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개 기업이 전체 출판 수입의 75%를 가져간다. 최근 앙드레 슈프랭의 (출판사업)이란 책에 실린 내용이다. 그는 진보적 색채의 책들을 기획해 반향을 일으킨 뉴프레스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40년 이상 출판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생각을 자전적 글쓰기를 통해 표현한 그는 현재 진행되는 사상의 독점화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그는 심각한 출판시장 독점에 대한 한가지 대안으로 인터넷 기술의 가능성을 꼽는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작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연재된 공포소설을 독자들이 직접 내려받게 한 스티븐 킹의 시도는 슈프랭도 주목한다. 출판에서부터 배포까지의 중간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독자와 직접 대화를 시도한 킹의 인터넷 출판은 업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막히게도 그의 인터넷 연재소설 (식물)의 내용이 영세 독립출판사를 잔인하게 공격하는 넝쿨식물의 이야기인지라 더욱 업계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킹은 매달 연재되는 각 장마다 독자가 자발적으로 1달러를 내도록 하고, 적어도 독자의 75% 이를 지키면 연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소설은 첫주 만에 12만명 이상이 내려받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으나, 지난주 킹은 연재를 잠정 중단했다. 갈수록 무임승차자의 수가 늘어나 연말까지 6장을 끝으로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이번 일로 킹의 출판 실험이 실패했다는 언론의 평가가 줄을 잇고 있지만, 실제 그는 광고비를 빼더라도 약 37만6천달러(4억5천만원)를 벌어들였다. 그리 실패한 실험은 아닌 셈이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는 다른 작가에게도 개인 출판을 독려하면서, 앞으로 인터넷 출판을 본격화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그의 계속되는 실험은 출판시장의 독점에 아랑곳없이 누구나 직접 인터넷을 통해 책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섣부른 희망은 금물이다. 거대 출판사가 지닌 광고.배급망.브랜드가치 등의 자본능력을 고려하면, 킹의 실험은 극히 주변적일 수 있다. 게다가 그에게는 대단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유명세가 존재했다. 인터넷 기술이 거저 출판시장의 민주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기 쉽다. 기존의 시장지배력을 인터넷으로 확장하는 거대 출판업자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대안적 출판을 꿈꾸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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