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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3-유니버설 타결이 남긴 것

엠피3-유니버설 타결이 남긴 것 [한겨레]2000-11-17 02판 26면 1281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전세계 거대 음반사들이 인터넷에 충만했던 정보 공유의 흐름을 새로운 사업 모델로 바꾸기 시작했다.미국의 음악파일 공유서비스업체인 냅스터는 네티즌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베르텔스만과 유료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하기로 제휴했다. 이번주에는 엠피3이 세계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에 승복해 음반 판매 소실분에 대한 저작권료로 거액을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유니버설은 이번 타결로 5% 정도의 지분을 얻어 최소한 엠피3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창작자의 의욕을 고려해 창작물 이용에 대한 최소한의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윤리에 비춰볼 때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냅스터와 달리 엠피3이 재판에서 불리했던 이유는 저작권과 충돌하는 음악파일을 등록해 가입자들에게 무료로 내려받게 만든 데 있다. 엠피3이 법정밖 해결로 간 것도 유니버설에 승소할 명분이 희박한데다 갈수록 법정 비용 부담이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엠피3의 이번 타결은 그 효과면에서 음악파일 사용료 인상의 선례를 남겨 소규모 음악서비스 닷컴기업의 시장 퇴출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전세계 음반 재벌이 음악파일을 서비스했던 소규모 닷컴기업들을 인수합병해 자사 계열화하는 경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실 음반시장의 독점적 폐해가 고스란히 거대 음반사의 온라인 이윤 모델로 옮겨갈 수 있다. 특히 이번 엠피3 저작권 타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미국의 저작권법에는 저작권 양도 뒤 35년이 지나야 창작물은 원창작자에게 귀속되게 돼 있다. 지난해 음반업자들은 저작물을 영구히 소유하기 위해 저작권 관련 법안의 임금고용 조항에 '음반 녹음과 같은'이란 단서 문구를 슬쩍 끼워넣었다. 임금고용 조항은 고용주가 임금을 대가로 고용계약을 맺고 수행한 작업에 대한 모든 권리를 영구적으로 갖는다는 것인데, 이 조항에 음악가의 음반 창작물까지 들어감으로써 음반사와 음악가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낳았다. 유니버설은 이번 재판에서 자사의 음반 저작권을 주장하면서, 음악가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로 이 조항에 의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타결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분노한 음악가들이 엠피3의 법정 참고인으로 합세할 것으로 예상돼,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유니버설을 난처하게 만들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음악 소유권에 대한 이런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결국 법정밖 타결로 흐지부지됐다. 유니버설이 이번 타결로 엠피3으로부터 받은 배상금 중 절반을 음악가의 몫으로 돌리겠다는 발표가 그저 정당한 나눠먹기로 비치지 않는 씁쓸한 대목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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