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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 정보 뒤트는 패러디사이트

권위적 정보 뒤트는 패러디사이트 [한겨레]2000-11-03 04판 26면 1326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인터넷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정보 소통의 수평적 관계다. 정보 흐름의 수평성은 권력에 의해 유포된 정보들을 아래로부터 위협한다. 한 예로 프랑스의 신좌파이자 미디어 운동가였던 펠릭스 가타리는 이미 1970년대초 권력의 정보에 대항한 '반정보'의 긍정적이고 민주적인 가치를 내다봤다. 인터넷이 보편화한 오늘날에는 패러디 웹사이트들이 권위적인 정보를 뒤틀고 조롱함으로써 반정보를 생산하는 데 한몫한다.다국적기업 몬샌토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패러디 사이트 몬샌토스(monsantos.com)도 그 가운데 하나다. 세인트루이스 소재의 몬샌토는 1902년 사카린 제조로 출발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농화학 기업이자 유전자조작(GM) 씨앗 생산업자로 자리잡았다. 이 기업은 베트남 전역에 살포됐던 고엽제, 맹독성 살충제 디디티, 소에 주입되는 성장호르몬, 열매는 맺어도 씨앗이 말라버리는 '터미네이터 씨앗' 등을 개발해 악명이 드높다. 96년부터는 엄청난 자본력을 동원해 동종 기업들을 흡수하고, 이를 토대로 유전자조작 씨앗들을 개발해 전세계 식량 공급의 미래를 좌우하려 하고 있다. 이미 이런 씨앗으로 재배된 농산물이 인간이나 동물, 생태계 전반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유럽 등 각국 환경관련 시민단체들은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프랑켄슈타인 식품'이라고 부를 정도로 경계하는 실정이다. 몬샌토는 광고 등을 통해 유전자조작 씨앗이 전세계 기아를 물리칠 수 있는 농업 생산성의 기적이라고 추켜세운다. 이에 대한 몬샌토스의 반정보 전략은 이렇다. 몬샌토스는 몬샌토의 공식 홈페이지 틀거리를 그대로 빌려온다. 처음 방문하는 네티즌이라면 누구나 착각할 정도로 전체 틀이 동일하다. 내용에 들어가면 완전히 상황이 달라진다. 각 페이지 안에는 곤충과 과일이 합쳐진 흉측하고 기괴한 돌연변이들이 등장한다. 또 몬샌토의 가려진 행적들을 상세히 공개하고 파헤치며, 유전자조작 돌연변이들이 전세계 먹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들은 여론 환기를 위해 돌연변이 그림들을 담은 스티커나 배너를 내려받거나 상점에 붙이도록 만들어 놓았다. 몬샌토스의 운영자가 누군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저 재능있는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모임이라고만 언급된다. 분명한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유전자조작 식품들에 경각심을 갖게 하고, 몬샌토의 불순한 기도를 막는 데 그들의 목표가 있다는 점이다. 일개 패러디 사이트가 지닌 힘이 미미할 수 있지만, 이들은 최소한 몬샌토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진실'을 가장한 거대 권력을 향해 그들만의 재치있는 디지털 반정보를 되먹이고 있는 것이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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