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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세계 시장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휴대전화?

세계 시장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휴대전화?

 

이광석             [시사IN 105호] 2009년 09월 15일 (화) 14:53:30 

 

정부, 단말기 제조기업, 이동통신사 모두 좀 더 다양한 차세대 모바일 기술을 통해 우리 소비자에게 가져다줄 이점을 먼저 생각해보자. 지금과 같이 닫힌 서비스로는 시장의 미래가 없다.

 

 

애플 사의 아이폰이 한국 휴대전화 시장에 입성하기가 이리도 까다롭고 어려운가? 일반 애플 유저는 물론이고, 최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까지 나서서 소비자 권리를 외치며 아이폰을 수입하라고 하는 판국이다. 휴대전화 기기 하나 들여오는데, 왜 이리 오래 걸리고 주판알만 두드리는가.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도 외국계 휴대전화 수입의 걸림돌이던 우리식 모바일 플랫폼 ‘위피’를 이미 제거한 상태다. 한국에서만 유독 터치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하고, 그로 인해 모바일 데이터서비스 시장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옳은 선택이었다. 그런데도 이후로 전혀 진전이 없다. 이미 전 세계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터치폰의 진화가 이상하게도 한국 시장에 오면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포함해 지금 국내에 법인용으로만 수입되는 블랙베리폰, 그리고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등은 사실상 기술적 기능성에서 보면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문화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어느 나라보다도 진일보한 휴대전화 시장을 가진 우리가, 거의 대다수 나라에서 인정 받은 기기들을 이용조차 못 해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터치폰 시장이 아예 정체 상태까지 이르렀다.   
 

     
애플 사의 휴대전화 아이폰.

문제가 무엇일까? 우선 국내와 전 세계 휴대전화 기기 매출 1, 2위를 다투는 삼성과 LG를 보자. 이들이 아이폰의 수입을 꺼리는가? 신빙성이 있는 얘기다. 경쟁 업체이다보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이 정부를 상대로 어떤 로비를 한다든가 하는 정황은 없다. 기술력 등에서 그리 크게 밀리지 않는 우리 휴대전화 기기업체들이 그리 옹졸할 것 같지는 않다. 선의의 시장 경쟁을 통해 이번 기회에 터치폰 기술 향상과 소비자 선택 및 가격 하락이라는 점을 고려하는 배포가 필요하다.

 

이 제 통신 규제를 총괄하는 방통위의 움직임을 보자. 위피를 제거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거꾸로 최근 아이폰의 위성항법장치(GPS)를 쓴 ‘구글 지도찾기’ 기능을 문제 삼고 나섰다. 국내 위치정보법에서 보면, 이는 애플이 위치정보사업자의 까다로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일전에 구글 본사가 유튜브 문제와 관련해 우리네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한 때처럼,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디지털 정책 현실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애플이 국내 입성을 자포자기하게 만들기 위해 꾸며진 일이 아니라면, 모바일 기기를 통한 지도 서비스에 대해 위치정보법의 좀 더 유연한 정비가 요구된다.    



아이폰, 무료로 무선 인터넷 쓸 수 있어

마 지막으로, 가장 혐의가 짙어 보이는 KT와 SKT 등 이동통신사 현실로 가보자. 아이폰에는 무료로 쓸 수 있는 무선 인터넷 기능이 있다. 국내는 전혀 다르다. 이용 시간에 따라 비용을 지불한다. 사실상 애플 것은 통신사들이 초 단위의 데이터 통신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주요 수입원을 갉아먹을 수 있는 기능이다. 이래서 수입을 꺼린다는 주장이 많다. 개연성이 높다. 아이폰의 무선 인터넷에 연결해 스카이프를 쓰면 소비자들은 공짜 통화도 가능하다. 게다가 ‘위젯’ 혹은 ‘어플’이라 불리는 다양한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앱스토어’ 시장이 형성되면, 소비자와 벤처기업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가뜩이나 음원 저작권 배분에서 대부분의 이윤을 이통사가 독식한다고 해서 여론이 좋지 않은 분위기다. 이통사들이 혹여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좀 더 나은 모바일 기기와 그에 맞는 서비스가 있는데도 이를 배제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정부, 단말기 제조기업, 이통사 모두 좀 더 다양한 차세대 모바일 기술을 통해 우리 소비자들에게 가져다줄 이점을 먼저 생각해보라. 장기적 이윤원을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라고 본다면, 지금과 같이 닫힌 서비스로는 시장의 미래가 없다.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제대로 키우려면, 이통사는 독식을 멈추고 과감히 해외 단말기 도입을 긍정하고, 다 죽어가는 벤처기업을 살리기 위해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것이 모바일 시장도 살리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보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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