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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제 2의 미디어 혁명을 일으킨다

아이폰이 제 2의 미디어 혁명을 일으킨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지역정보화지>

이광석

얼마전 애플에서 ‘아이패드’(iPad)라는 터치스크린 전용 테블릿 피씨를 내놨다.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 그 경이로움에 비하면, 기술적으로 그리 큰 새로운 스마트 장치로 보긴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실망만큼 애플의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보통 해외 전자제품 매장에서의 신제품 디스플레이 갱신 속도가 일년에 보통 4회 정도라 한다. 우린 거의 계절별로 매번 새로운 디지털이나 가전 신상품들이 가판에 깔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아이패드가 일단 e북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렇듯 곧 나올 후속 아이패드 버전들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


‘아이폰’의 전세계적 영향력에 비해 좀 못미치더라도, 아이패드는 주춤했던 디지털북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몇 년 아마존닷컴의 ‘킨들’(Kindle) 정도가 e북 리더기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했었다. 킨들은 사실 아이패드와 그 기능성을 비교하면 형편없다. 터치스크린 기능도 없는데다 종이책을 흑백 화면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가격대비 기능도 훨씬 떨어진다. 아마존닷컴이 주요 거대 출판사들과의 e북 가격 협상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다 이번에 타격을 받은 것도 아이패드의 등장과 맞물려있다.         

 

아이패드와 같은 터치스크린형 테블릿은 우선, 킨들류의 e북 리더기 기능을 넘어선다. 우리가 보통 책을 사서 읽는다 하면, 당연히 부드러운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이로부터 눈의 피로를 덜고 생각날 때 종이 여백에 손쉽게 낙서를 하거나 귀퉁이를 접고 길을 걷다 나뭇잎을 꽂아넣을 수도 있는 개인적 정서상의 이유 때문이다. 아이패드와 같은 개인 테블릿들이 미래 독자들에게 선사하려하는 것은 종이책에서 느끼는 만족도를 스마트 전자기기에서도 채울 수 있도록 구상하는데 있다. 예를 들어, 엄지와 검지로 페이지를 휙휙 넘기다가 궁금한 정보가 나와 콕 누르면 그의 신상명세가 나오고 관련된 이미지들을 풍부하게 볼 수 있고 이와 관련한 비디오를 잠깐 시청하거나 이를 타인에게 메일로 보내는 등의 기능들이 가능하다. 먼 미래 얘기가 아니라 사실상 이미 테블릿 피씨에서 실현되는 기능들이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하게 텍스트 아래 다른 텍스트들과 사진, 동영상 등이 연결되어 향상된 인터랙티브한 e북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면, 아이패드의 미래도 가히 혁명적일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에 국내에서 참 말들이 많았다. 필자는 여러 지면을 통해 한국 휴대전화 시장에 아이폰을 도입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국내 아이폰이 들어왔을 때 피해를 입을 사업자들은 여러 경로로 이를 막으려 했지만, 난 우리의 디지털 장래를 위해서는 필히 그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애플의 기술을 빨리 배울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물론 난 기술 결정론자가 아니다. 기술 결정론이라 하면, 아이폰과 같은 기술이 인간과 우리 사회를 바꾸는 동력이라 믿고 그 반대의 경우는 별로 따지지 않는 기술숭배주의적 시각을 지칭한다. 그것이 국내 시장에 몰고올 기술적 효과를 분명히 봤지만, 난 한국인들의 자유로운 디지털 문화가 아이폰 기술 지형에 미칠 미래 파장에 사실은 더 흥분했다. 후자의 조짐은 곧 올 것이고, 지금은 예견된대로 그 기술적 파장만은 쉽게 감지된다.

 

아이폰이 미친 영향력의 가장 큰 변화는, 무선 인터넷의 이용방식이다. 이제까지 무선 인터넷은 집에서 무선공유기를 달고 노트북의 실내 공간 이동 목적으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아이폰의 등장으로 무선 인터넷 환경은, 아이폰 등 무료 접속과 이용자 서로간 정보공유의 출발 지점이 되고 있다. 아이폰 이전에 분당 인터넷 사용료로 재미를 봤던 이동통신회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속이 뒤틀린 상황이지만, 소비자 복지 측면에서 본다면 대단한 진전이다. 사실 미국에서 벌어졌던 시민사회내 무선인터넷과 정보공유운동이 없었다면, 사실상 아이폰의 성공은 반쪽짜리였을 것이다.

 

한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가 아이폰의 발전에 발판이 됐던 것이다. 두 번째는, 아이폰의 국내 등장으로 우리는 이동통신 콘텐츠 개발의 형편없는 현주소를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 전세계 휴대폰 판매 점유율 1, 2위라는 순위가 사실상 허울임이 판명됐다. 하드웨어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휴대전화도 소위 ‘어플’(리케이션)이라 불리는 응용 프로그램들에 의해 좌우됨을 배웠다. 이제까지 국내 업체들은 대체로 휴대전화 신모델만을 시장에 내어놓으면서 구형 모델 소비자들의 어플 접근 제한을 하거나 쓸만한 어플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는 어플 개발 환경이 폐쇄성을 갖는다는 점도 문제다. 누구든 원하면 콘텐츠 개발에 참여할 수 있고 구글 ‘안드로이드’와 같이 개방형 플랫폼을 응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나마 최근에 우리도 정신을 차려 이와 같은 개방형 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세련된 디자인 외장과 향상된 기술 스펙을 갖춘다는 것이, 요새같이 무섭고 빠르게 휴대전화 기술 발전의 속도가 이뤄지는 때는 필수는 될 수 있을지언정 충분 조건은 아니다. 휴대전화 제작 전문 디자이너들이 모여 앉아서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휴대전화 디자인에 신경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결국 문제는 어떻게 소비자들이 이를 갖고 최대의 만족감을 느끼게 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이 점에서 다른 터치 스크린폰과 다르다. 전혀 가격대비 월정액 금액이 싸지도 않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휴대전화에 비해 성능이나 디자인이 앞서지도 않는다. 설사 애플의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의 구성 능력이 우리보다 뛰어나도, 우리의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모자란 것 혹은 없는 것은 뭘까? 아이폰에는 잘 알다시피 수천수만의 유·무료로 제공되는 어플들이 들러붙어 있다. 수없이 많은 어플들은 아이폰을 통해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스마트 기기가 된다. 이제 전화의 기능은 부차적이다. 아침이면 유튜브 순위를 따지고, 구글맵으로 맛집을 찾아나서고, 저장해둔 PDF파일을 읽을 수도 있고, 만화 e북을 보기도 하고, 막간을 이용해 여러 장르의 게임을 하기도 하고, 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해외에 스카이프로 전화를 하기도 하고, 음악과 동영상을 보고듣고, 사진을 찍어 바로 인터넷으로 친구에게 쏘아보내고, 그날 스케줄 관리도 하는 등 그 기능이 끝이 없다.

 

한국 기업들은 아직도 아이폰이 만들어내는 성공의 원리를 읽는 눈이 부족하다. 그 성공의 근거는 바로 소비자들의 디지털 정서 파악이다. 아직도 많은 나라들에서는 한국을 ‘인터넷 천국’이라 말하고 인용한다. 이와 같은 평가는 우선 일차적으로 초고속 인터넷이라는 물리적 환경 조성이라는 국가적 노력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한국인들 특유의 자유로운 정보 공유와 상호 소통의 문화가 그 속에서 꽃피지 않았다면 불가한 얘기다. 현재 우리의 휴대전화 문화의 새로운 2.0 버전에는 사실상 이 교훈이 빠져 있다. 제조업체는 기기 자체의 하드웨어 생산과 디자인에만 과도하게 집중했고, 이동통신사들은 보다 자유로운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단 이용자들의 이용 방식을 철저하게 통신료로 환산하는 잘못된 서비스 정책을 펴왔다. 이용자들의 문화에 대한 관대함과 배려가 없이는 아이폰과 같은 기술이 절대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예전처럼, 기기와 달라서 국가가 나서 단순히 콘텐츠 장려하자는 슬로건 내온다고 다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래로부터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판들을 마련해야, 독창적 콘텐츠들이 서서히 나올 수 있음을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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