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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정보국의 벤처투자

미 중앙정보국의 벤처투자 [한겨레]2002-02-08 05판 14면 1347자 국제·외신 컬럼,논단 9.11 미국 동시다발 테러 이후 민간 벤처자본들의 투자 성향이 확연히 달라졌다. 벤처 투자 위축에도 불구하고 보안 관련 닷컴 업종들은 전혀 마르지 않는 자금줄을 쥐고 있다. 더 큰 수혜자도 있다. 록히드나 보잉 등의 전통적인 군수업체들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늘어가는 국방예산 가운데 군사기술 관련 연구개발비의 대부분도 이들 업체의 몫으로 돌아간다. 수익이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흐르는 민간의 벤처 자본과 정부의 뭉칫돈이 기술 발전의 경로를 군사정보화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흐름 가운데 국방 연구개발비의 일부로 운영되는 인큐텔이라는 중앙정보국 산하 조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으며 1999년 2월에 사업을 시작한 인큐텔은 중앙정보국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닷컴 기업에 출자해 지원하는 벤처 투자회사의 형식을 빌리고 있다. 이 회사는 수십억달러의 종잣돈을 민간 신생 기술 개발 기업에 나눠주고 단기간에 원하는 기술을 거둬들인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생리를 본떠 만든 '신군산복합체' 모델에 가깝다. 동시다발 테러 이후 인큐텔의위상이 확실히 더 높아진 것은 물론 앞으로 기술 개발의 군사화와 관련해 새로운 사업 모델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큐텔은 군비 지출에서 흔히 거론되는 거대 군수업체와 정부의 검은 밀약 등 음모론을 불식시키면서 유망 닷컴 기업에 대한 소규모 공개 투자를 특징으로 하고, 중앙정보국의 비밀스런 이미지와 전혀 무관한 젊은 닷컴 경영자의 영입과 독립법인화 등 개방형 조직 모델을 지향한다. 투자 종목이 군사정보화 기술에 편향된 점을 제외하곤 일반 벤처 투자자와 같은 선명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1500여개 기업의 투자 자문을 접수해 지금까지 23개 정도의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일부 기술은 중앙정보국에서 활용될 정도니 단기간에 쾌속 성장한 셈이다. 투자 영역은 주로 정보수집.보안.감시 관련 기술이다. 개발된 기술은 바로 이용되지 않고 중앙정보국 산하 6개 독립 위원회의 136단계에 이르는 검증을 거친다고 한다. 인큐텔의 벤처 투자 금액이 아직까지 미약하지만 닷컴 기술 개발업체를 쉽게 끌어들이는 힘은 이런 다단계 기술 검증 기회와 정부 관련 기관 등의 추가 구매 시장 확보에 대한 보장 때문이다. 육군도 이런 벤처 투자사 창업에 나선다고 하니 인큐텔이 군비 지출의 유연성을 기르는 촉매제가 되는 셈이다. 세월이 바뀌어 국방비로 벤처 사업을 벌이는 것을 뭐라 시비걸지 않더라도 문제는 최근의 시류를 타고 형성되는 기술 시장의 기형적 발전에 있다. 군사정보화를 위해 지칠 줄 모르고 흘러나오는 자금들이 기술 개발의 향방을 미리 선점한다면 당연히 그 미래는 온전하기 어렵다. 이광석 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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