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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용 ‘광고게임’ 배포 미 육군의 노림수

전쟁용 ‘광고게임’ 배포 미 육군의 노림수 [한겨레]2002-09-18 01판 20면 1283자 정보통신·과학 컬럼,논단 게임은 가상처럼 보이지만 현실의 통념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이다. 게임 개발자들이 짜는 게임 설계에는 의도했건 안했건 현실을 답습한 일상의 질서들이 자리잡기 마련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과정을 통해 이용자는 현실의 지배 논리를 자연스레 놀며 즐기며 습득하게 된다. 이것이 게임과 현실이 노는 터가 다르지만 서로 포개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겉으로 드러내놓고 게임의 이런 학습 효과를 의도적으로 노리는 장르로 ‘광고게임’을 들 수 있다. 보통 기업의 상품 선전을 위해 게임 설계가 이뤄졌으니 그 목표가 가장 분명한 장르로 꼽힌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미국 육군이 이 게임 형식을 이용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5월말 전자오락박람회에서 소개되고 지난달에 무료 배포된 ‘아메리카 육군’이란 제목의 징집 선전용 전쟁게임이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7월초에 공식 버전의 예고판이 나오면서 불과 일 주일 만에 약 50만 명이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았을 정도니 인기를 실감할 만하다. 매년 22억달러에 이르는 국방부의 징집 예산에 견주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니더라도 제작 기간 3년, 개발비와 유지비 합쳐 1200만달러, 배포에만 750만달러를 썼으니 들인 공력이 장난이 아닌 셈이다. 다른 전쟁게임에 비해 현실감을 크게 높인 시뮬레이션이 이 게임의 성공에 한몫했다. 실제로 수십 곳의 군사 훈련장을 방문해 군인과 지형을 철저히 조사하고, 육군 무기고로부터 직접 고안된 게임용 무기를 뛰어난 그래픽으로 선보이고 있다. 게임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온라인 역할 게임을 통해 군인의 기본 소양을 익히는 훈련 부분과 ‘자유 수호’를 위해 아프간 사막의 테러분자들과 싸우는 전투 부분이 있다. 단연 게임의 즐거움은 쓰러지는 적군에 있다. 여느 전쟁게임과 달리 이 게임의 살인 장면에는 신기하게도 별반 피도 튀기지 않으며 비명 없이 쓰러지는 적군들만이 존재한다. 이로써 ‘청소년가’ 등급 판정까지 받은데다 죽이는 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감정적 흔들림조차 방지하는 효과까지 얻었다. 아직까지 이 게임의 징집 효과는 정확히 측정되지 않는다. 다만 게임 사용자의 시선을 항상 따라다니는 육군 징집소 링크 페이지의 조회수는 확실히 늘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한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몸바쳐 싸울 8만여 명의 젊은이를 올해 징집 목표치로 잡고 온갖 광고매체로 유혹하던 육군으로서는 확실히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다고 앞뒤 재지 않고 사람 잡는 전쟁게임을 사방 뿌려대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혼을 빼놓는대서야 어찌 명분이 서겠는가. 이광석/뉴미디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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