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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재단? 자선주식회사? 미덥지 않은 빌 게이츠

자선재단? 자선주식회사? 미덥지 않은 빌 게이츠 [한겨레]2002-11-20 01판 20면 1285자 정보통신·과학 컬럼,논단 암만 좋게 보려 해도 기업의 자선에는 구린내가 난다. 특히 기업이 어마어마한 돈을 선뜻 풀면 추측은 단순해진다. 누굴 험하게 욕보인 대가로 선심을 썼거나 시커먼 꿍꿍이속이 자리틀고 있겠다 싶다.세상에서 제일 돈을 많이 번다는 소프트웨어제국의 주인 빌 게이츠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돈을 사회에 기부하는 ‘빌 앤드 멜린다 재단’을 운영한다. 그는 빈국들의 에이즈 퇴치와 컴퓨터 교육 사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다. 얼마 전 그는 인도를 방문했다. 때 맞춰 〈뉴욕타임스〉에 빈국 구호의 인류애를 부르짖는 그의 칼럼도 실었다. 직함은 마이크로소프트(엠에스) 회장과 자선 재단 설립자로 함께 표기됐다. 칼럼 내용은 인류애로 뭉클한데 여전히 그는 제국의 총수다. 에이즈 퇴치에 거금을 내놓은 자선 재단의 명패 뒤에 윈도 총부리를 겨눈 게이츠가 불현듯 떠오른다는 얘기다. 그의 인도 방문 전만 해도 그 곳에는 엠에스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졌던 ‘열린소스’ 계열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려는 정부 정책 차원의 독자적 의지가 있었다. 대대적인 엠에스의 지원과 함께 그 계획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시장의 위협 요인을 확실히 제거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심는 데 기부와 투자의 협공이 잘 먹혔다. 이미 게이츠 재단은 얼마 전 한 케이블방송 회사와 에이즈 치료약·진료기·백신 등을 공급하는 9개 초국적 제약회사에 주식 투자를 해 구설에 올랐다. 초고속 쌍방향 서비스 진출의 발판으로 케이블방송에 투자하는 동시에, 빈국들의 의약품 공급에 절대적인 입김을 행사하는 기부자로서 직접 제약회사에 손을 댔으니 그럴 만했다. 형식상 재단의 기부금이 보건단체에 전해지지만 게이츠의 투자사인 제약업체로부터 사들인 약품들에 비용이 지급되고 주가를 올리는 묘한 부수 효과 또한 누렸다. 게다가 개인의 투자를 위해 자신이 세운 비영리 자선 단체를 이용해 감세 혜택까지 본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샀다. 최근에는 게이츠 재단이 의욕적으로 벌였던 지역 정보화 사업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허허벌판 농촌에 사회문화적 인프라 없이 사용자만 늘리려 엠에스 컴퓨터들만 설치해놨더니 오히려 사람들이 인터넷을 쓰면서 대도시를 동경해 이농 현상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쯤만 봐도 재단의 최대 과제인 건강과 교육 사업 둘 다 성한 구석이 없다. 제약회사들과 자사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전도사 노릇을 자임해 온 소프트웨어 황제가 어찌 빈국민들의 건강과 교육을 두루 걱정하는지 수수께끼다. 이번 인도의 에이즈 퇴치나 교육 정보화 사업이 더욱 미덥지 않은 까닭이 여기 있다. 이광석/뉴미디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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