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 왜 생겼나 했더니…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 왜 생겼나 했더니…

정규직도 53%가 "고용 불안 느낀다"…2년 만에 8%p나 ↑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와 '전투적 조합주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노사갈등의 대부분이 임금 등 정규직 조합원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현대차 아산공장 노조의 주말 특근 거부도 '우리 공장의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넘겨줄 수 없다'는 압력 행사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노동자들은 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제 밥 그릇' 지키는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추론케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23일 나왔다. 정규직 2명 가운데 1명이 자신의 고용상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고용 자체가 원초적으로 불안정한 비정규직 뿐 아니라 정규직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한 나날 속에 놓여있다 보니 '챙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챙겨야 한다'는 심리가 성과급을 위해 소화기를 뿌리고, 같은 기업 안에서도 우리 공장 물량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40대는 63.7%가 '언제 잘릴지 불안하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는 직장인 지식포털 비즈몬과 함께 '2008 직장인 고용안정성 만족도' 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대상 1289명 가운데 53.2%, 686명이 '현재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자는 26.8%, 보통이라는 대답은 19.9%였다.
  
  가장 불안감을 심하게 느끼는 연령대는 40대였다. 40대 직장인 가운데 '고용불안'을 호소한 응답자는 63.7%에 달했다. 30대(61.3%)와 50대(51.9%), 20대(41.8%)의 순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 가운데는 여성이 55.4%가 '불안하다'고 대답해 남성(51.7%)에 비해 다소 더 높게 나왔다.
  
  업종별로는 유통·서비스 업종이 가장 높았다. 유통·서비스업종 정규직 가운데 70.7%가 '고용이 불안하다'고 대답했고, 금융업이 66.5%, 식품·의료업이 63.2%, 전기전자가 51.3%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실시됐다.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음이 확인됐다. 처음으로 조사가 실시됐던 지난 2006년에는 응답자 1556명 가운데 704명, 45.2%가 고용이 불안하다고 대답했었다. 2007년에는 같은 대답이 51.3%로 전해에 비해 6.1%p 증가했고, 올해는 53%로 나타나 2년 만에 8%p나 늘어났다.
  
  "'주관적 고용불안' OECD 국가 중 한국이 1위"
  
  이 같은 조사결과는 외환위기 이후 개별 기업들에서 상시 구조조정과 조기퇴직 관행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대기업일수록 뚜렷하게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의 사업체기초통계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종업원 수는 1996년부터 2006년의 10년 사이 무려 30.8%가 감소했다. 1000인 이상 대기업은 같은 기간 인력의 39.9%가 줄어들었다. 반면 300인 미만 기업은 같은 기간 종업원수가 늘어나 '괜찮은 일자리'일수록 '잘릴 위험이 높은' 일자리가 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기업들도 정규직을 자르고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형태의 노동유연성을 추구하는 곳이 많다. 지난 2003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3.3%가 정규직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활용을 동시에 추구한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은 쓰지 않고 정규직 구조조정만으로 유연성을 추구한다는 기업도 25.5%였다. 이런 사정은 최근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론이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06년 OECD조사 결과에서도 주관적 고용불안 정도가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한국이 1위였다"며 "언제 나에게 닥칠 지 모르는 구조조정의 불안감과 미흡한 사회안전망으로 '자리가 있을 때 돈이라도 벌어놓자'는 심리가 당장 눈 앞의 실리만을 추구하는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