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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 와서 지역운동 이야기 하나

왜 이제 와서 지역운동 이야기 하나

[공공성 지역투쟁] 신명호, "지역투쟁 실천방안 새로운 게 없다"

유영주 기자 www.yyjoo.net / 2008년05월26일 8시56분

23일 노동전선 정책토론회에 대전지역 지정토론으로 참석한 신명호 활동가는 주발제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는 가운데, 제시된 지역운동의 실천 과제가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토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  신명호 활동가. 과학참터에서 과학기술과 관련한 지역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참터에서 활동중인 신명호 활동가는 “왜 이제 와서 지역운동을 이야기하는가. 지역운동은 이전부터 이야기해왔고 여러 사람들이 해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라며 과잉된 지역운동 논의 분위기를 환기했다.

 

신명호 활동가는 우선 이경수 노동전선 대표의 발제문 ‘지역운동의 방향과 실천방안’의 ‘관점과 방향’ 부분(1.2장)과 관련, 다섯 가지의 토론을 펼쳤다.

 

첫째,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과 관련, 지역운동이 중앙 차원의 운동과 분리될 수 있는가를 물었다. 신명호 활동가는 두 가지 실패를 드는데, 민주노동당의 정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와 산별노조 운동의 실패가 그것이다. 신명호 활동가는 “최근 이 두 가지가 다 안됐으니 새로운 목표를 찾자는 것이고, 그래서 상실된 운동의 목표를 지역운동이라는 모호한 단어에 집약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신명호 활동가는 두 번째로 “지역운동은 지역사회운동인가, 지역정치운동인가, 지역노동운동인가”를 따졌다. 신명호 활동가는 “대전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와 노조 등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지역운동이 하나가 아니며, 이 세 가지는 분명히 구분이 되고, 주체도 실천방식도 다르다”고 짚었다. 재생산과 공공서비스 영역은 지역정치운동에 가깝고, 대안적 양식을 모색하는 것은 지역사회운동이며, 지역 미조직 노동자 조직 문제는 지역노동운동으로 제각기 다른 실천 방법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어서 “중앙 중심의 운동이 갖는 한계를 철저히 인식하지 않고 지역운동을 만병통치약처럼 처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명호 활동가는 “중앙 중심적 운동이 어떻게 노동운동을 고사시키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현장활동가가 정당과 상급단체로 가면서 생기는 공백, 직업적 활동가들의 관료화에 따른 운동의 퇴보, 노동계급의 분화로 인한 조직노동자의 보수화, 새로운 노동 활동가가 재생산 되지 않는 문제 등을 짚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명호 활동가는 “(이런 점을) 고민해보지 않고, 잘 안되니까 지역운동을 해보자는 것인가. 각각 정말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네 번째 질문은 “‘노동과 고용의 지리학’을 지역운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이다. 신명호 활동가는 “자본 발전은 원래 불균등하며, 발전하는 곳이 있으면 반드시 내부 식민지가 생기게 마련이며, 지역 경쟁을 하는 셈”인데 “그렇다면 고용을 지역에서 창출해야 하는가. 과연 이 문제를 지역운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행정도시 건설 등은 ‘노동과 고용의 지리적 분포와 관리’ 즉, 국가적 차원의 전략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신명호 활동가는 ‘관점과 방향’의 마지막 질문으로, 노동조합이 지역 사회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 말하자면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 메커니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적 체제를 만들 수 있는가를 따졌다.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 생산양식과 생활양식이 사회의 전 영역을 식민화하는 상황에서 이 생산 소비 메커네즘의 소멸은 곧 임금노동의 소멸이자, 고용되지 않고서도 지역사회 차원의 생활이 가능한 것임을 의미하는데, 이는 "한 지역을 사회주의화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지역운동을 제기하는 한 이러한 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준비할 수 있는지를 토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계속해서 신명호 활동가는 이경수 대표의 발제문에서 밝힌 ‘실천과제’(3장) - 지역노동운동 차원의 실천(지역투쟁 강화, 지역본부 강화, 지역중심 산별노조)과 지역차원의 연대(지역민중전선의 구툭과 민중투쟁, 사회공공성 강화투쟁) - 가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일축했다.

 

신명호 활동가는 “지역 운동을 끌고갈 수 있는 주체와 지역본부가 있다지만 그들이 기획하는 사람들은 아니며, 구심점이 되는 활동가조직이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정작 지역 차원으로 잘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 뿐”이며, 이는 대중추수주의적이라고 냉정하게 짚었다. 나아가 "노조 스스로가 지역운동에 대한 내용과 목표를 갖고 있지 않는다면 (네트워크 제안도) 일회성 협의체 구성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명호 활동가는 자신이 속한 과기노조의 활동과 과학기술과 관련한 지역사업을 소개한 뒤 앞으로의 방향과 관련 △활동가조직의 건설과 현장조직과 소통할 수 있는 지역본부 운영 실천방안 △지역사회운동과 지역정치운동의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내용과 노동조합의 전략 마련 △지역운동과 중앙 운동의 상승작용을 위한 단계적 실천 방안과 전략적 집중점 마련 등을 꼽았다.

 

현재 논의의 한계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네트워크나 협의체가 성장해 나가고, 거기에 계급적 관점을 관철시키고, 우리가 견인시키고 저들도 변화해 나가고. 그러려면 우리의 중심성과 계기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공공성 투쟁은 아주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대전 지역의 경우 “당장 협의체도 없고, 민주노총 대전본부도 안 만들어진다”며 어려운 현실 상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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