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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Tango)에 빠지다

문화예술적 '재능'이나 '감수성'은 커녕 보통사람의 그것에도 크게 미치지 못함을 늘 아쉬워해왔다.어릴적 문화예술과 관련된 엇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면 라디오를 통해 듣는 음악프로그램이 전부였고, 이종환이 진행하는 '별이빛나는 밤에'라는 프로그램이 내가 즐겨들었던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나에게도 어쩌다 마음을 흔들어 놓던 문화예술적 감흥이 있었다.

 

대학입학을 앞두고 잠깐 상경했다가 우연히 학교 앞에 있던 서점에서 노찾사 2집 앨범을 구입, 귀향했다. 라디오카세트를 통해 들었던 노찾사는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새내기새로배움터 가는 길, 관광차 안에서 선배들이 가려켜주던 '포장마차'나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같은 노래들은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운동권이었던 덕분에 그나마 민중가요라도 열심히 들었고, 불렀다. 기타 반주가 유일했던, 지하 연습실에서 녹음했음직한 테이프부터 시작해서 민중가요 테이프라면 모조리 사서 모으기도 했었다. 매일 이어지던 뒷풀이 자리에서의 노래가 큰 즐거움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노래가사를 다 외워서 부를 줄 아는 노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입대 후 첫 휴가를 나와서는 정태춘, 박은옥의 '92 장마 종로에서'만 듣다 들어갔다.
운동도 썰물이었고, 사람들도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제대하고 나오면 내가 아는 이들이 몇이나 남아 있을 것인지, 또 그동안 나와 함께 했던 이들과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었다. '92 장마 종로에서'는 그런 내 심정을 너무 잘 표현해주었다. 왜 그리 가슴이 아팠든지..  그리곤 한동안 뜸했다.


'브래스트 오프'나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같은 음악영화들이 인상에 남았을 뿐이다. 

평생에 누릴 호사를 다 누리고 있는 것 같은 요즈음 음악을 즐겨 듣고 있다.
이것 저것 찾아서 듣기도 하고, 음악 CD며 관련 책들도 몇권씩 구입해서 읽고 있다.
물론 그래봤자 내 빈약한 감수성으로 내가 찾고 듣는 노래는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칠레나 아르헨티나,그리스 판 저항음악이라든가 '안데스 음악'이나
'파두'같은 월드뮤직으로 분류되는 지지리궁상스러운 음악들이다.
아이한테 좋다며 들려주는 클래식 음악도 가끔식 듣는데,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느낌이다.

 

그러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탱고'에 빠지고 말았다.

"조선소, 도살장, 피혁 공장이 늘어서 있는 강가에 모여 북적대며 일상의 삶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태양이 서쪽 지평선에 사라진 후에야 하루의 걱정을 놓을 수 있는 휴식이 찾아든다.
꼰훈또(Conjunto 소편성 악단)의 애드리브가 흥에 겨우 햇빛에 그을린 투박한 손으로 늘씬한 여인들의 허리를 잡는 남자들, 보카의 어두침침한 거리를 배경으로 그것에서 생활하는 가난한사람들의 감정이 얽히고설켜서 우러나오는 4분의 2박자의 격한 리듬감, 악센트를 듣고 있노라면 무엇인가 강렬하게 호소해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탱고는 차라리 음악이라기보다 한 가닥 하소연일 수도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 자기를 버린 여인의 배신, 여인을 빼앗아 간 무정한 친구, 고향을 떠난 서글픔, 세상을 성실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좌절하는 밤거리 여인의 울부짓음... . 탱고는 이렇듯 온같 종류의 슬픔과 그 고독이 드라마틱하게 노래되고 있는 것이다."

- 월드뮤직 중에서

 

탱고와 관련된 영화들도 제법 있는데, 그 중에서도 탱고연습(The tango lesson)의 OST는 나를 탱고에 빠지게 한 주범중 하나이다.
"감독인 샐리포터(SALLY POTTER)의 자전적인 영화이기도 한 '탱고연습'에서 그녀는 각본과 연출, 또 주연을 맡았으며, 실제 탱고 무용수인 파블로 베론이 샐리 포터의 파트너로 출연해 그녀와 함께 탱고를, 그리고 사랑을 나눈다. 또한 그녀는 몇개의 영화음악 작곡에다 영화의 엔딩에 흐르는 I Am You라는 주제곡을 직접 부르기까지 했다.  다재다능하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랄 만큼 재능이 출중한 감독이다."
아쉽게도 비디오 태잎이나 DVD를 구할 수가 없다.

 

 

 

"영화에 쓰였던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를 리메이크했다. 첼로리스트 요요마의 연주, 네스토르 마르코니의 반도네온 연주, 안토니오 아그리의 바이올린, 레오나르도 마르코니의피아노, 호라시와 말비시노의기타연주,그리고 프레드 퍼쓰까지 참여해 탱고음악의 혁명가인 이 위대한 뮤지션, 피아졸라를 햔해 애정을 토로한다. 요요마의 뮤직비디오는 이 영화 <탱고 레슨>의 이미지를 사용해 감독 샐리 포터가 직접 연출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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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치노의 연기가 일품인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en)또한 탱고가 있어 감동적인 영화다.
영화에서 알 파치노는 춤추기를 망설이며 머뭇거리는 여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탱고는 인생과는 달리 아주 단순해요. 그래서 탱고에는 실수란 있을 수 없죠. 왜냐하면 스탭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니까요..."

 

영화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en)중에서.

탱고장면도 명장면이지만, 마지막 알파치노의 연설 장면 또한 영화의 '백미'다.

 

 

영화 "탱고레슨"의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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