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문제, 혁명의 문제

여전히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혁명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바로 혁명과 국가의 문제인 것 같다. 어렵다 어려워.

 

레닌은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혁명 이후 노동자국가가 점차 스스로를 사멸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이 노동자국가가 외부의 다른 국가 혹은 내부의 적과 대립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한 것이어야 한다. 국가가 대립할 대상을 가지고 있는 이상 사멸은 불가능하다. 박노자의 강의에서 나온 것처럼 레닌 또한 일국에서의 혁명이후 권력을 장악한 국가는 자본주의국가들과의 기나긴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사멸은 불가능한 거다.   

 

스탈린주의에 대한 평가도, 트로츠키주의에 대한 평가도, 소련에서 노동자민주주의의 후퇴의 문제도 모두 국가에 대한 문제를 풀지 않으면 일관된 설명이 불가능해진다. 사노위 강령논쟁에서 국제건달이라는 이름으로 올린 글들 또한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계혁명의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국가의 사멸이 아니라 국가의 강화가 이뤄지는 현실에 대한 마땅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면 스탈린이 택했던 정책들에 대한 비난은 허망한 입장이 된다.(국제건달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글들은 참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것 같은데 그거에 비해 논쟁이 너무 안 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 

  

가라타니 고진은 UN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국가의 지속적 약화, 네이션의 극복을 얘기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러한 전략을 제시하는 것도 "다시 혁명이 일어난다고 치자. 그것이 확대되어 세계혁명이 되리란 100% 보장이 있느냐. 그렇지 안다면 러시아혁명 이후 거쳐온 역사를 되풀이하게 되는 것 아니냐"라는 입장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국제연대의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그럼. 세계혁명 당연히 되지."라고 무조건 주장하는 것은 "안 되면 말고"라는 뒷말을 숨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혁명당시에야 물론 유럽에서의 권력장악이 곧 국제정치 전반에서 압도적인 힘을 지니는 것이므로 혁명의 지속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으로 보면 적어도 유럽권역, 동아시아권역, 북미권역 중 '두 권역에서' + '압도적인 힘으로' 권력을 장악해야 '혁명의 지속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이건 그냥 드는 생각이다.

 

물론 혁명은 계획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 누가 국제혁명의 가능성을 부정하다고 해도 국제적으로 혁명은 항상 일어나고 있다. 노동자혁명당추진모임에서 쓴 글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 사람들은 혁명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무장봉기를 통한 권력장악은 계획이다. 사람들이 혁명이라는 말에, 심지어 반자본주의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아도 사회주의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은, 여전히 권력장악이 세계혁명을 통해 국가의 극복을 이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문제를 우회하면서 혁명의 현실성만을 강조하며 소련의 현실을 정당화하는 것은 꼬뮌의 포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이 문제를 우회하면서 혁명을 낭만적으로만 생각하며 어떠한 억압적 요소도 존재하지 않는 '현존 사회주의'를 꿈꾸는 것 또한 꼬뮌의 포기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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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5 19:50 2011/08/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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