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90208 -- 명성산 산행

명성산 (鳴聲山:923m)

명성산은 울음산의 한자 이름이다.
신라의 마의 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이 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향할 때
이 산이 울었다는 전설도 있고, 또한 후고구려(태봉)를 건국한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어 이 산으로 피신했다가 죽임을 당하기 전 통곡했다는
전설로 이런 애틋한 이름이 만들어 졌다고 한다.

명성산이 있는 산정리에는 태봉국을 세운 궁예와 관련된 지명이 여럿이다.
패주(敗走)골, 항서(降書)받골, 야전(野戰)골, 망봉(望峯) 등이 모두 궁예와
관련된 지명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전설에 의지하는 것이지만, 부하였던
왕건에게 쫓겨 궁예가 최후를 맞이한 지역이 이곳 주변이다 보니 그저
생긴 이름은 아닐 것이다.

“산 가운데 자리한 우물(山井)”이라 불리는 산정호수의 기운을 받아 물이
풍부한 명성산은 정상부근 억새꽃 군락에 닿기 직전까지도 끊임없이 계곡이
이어져 산을 찾는 이에게 좋은 벗이 되어 준다. 명성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정호수는 넓은 호수와 주변 경관이 빼어나 봄부터 가을까지 보트와
수상스키를 즐기고 겨울에는 얼음썰매장이 운영돼 사계절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한국 전쟁때에는 김일성의 별장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주변에는
평강식물원이 있어 5,000여종의 수목을 볼 수 있고 조각공원, 눈썰매장, 놀이공원이 있다.

산정호수 옆 광장에서 3Km가량을 오르면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만난다.
높이 2m 남짓한 난쟁이 비선폭포가 눈에 든다. 가을이면 수량이 줄지만
끊이지 않고 흘러내린다. 비선폭포를 지나 숲속을 걷다보면 명성산의
얼굴격인 높이 10m인 등룡폭포를 만나게 된다. 잠시 땀을 식힐 겸
폭포를 보면서 쉬어갈 만 하다.

비선폭로를 지나면 뽀족한 암석이 빼곡히 박힌 심술궂은 경사길이 이어진다.
지금은 얼었던 땅이 녹아 진흙길이 되어버렸지만 중간 중간 이어지는 바위를 밟고
산길을 재촉한다.
60도의 바위길을 오르느라 땀 훔칠 여유도 없겠지만 숨을 들이 쉬고 막판
높다랗게 솟아오른 능선을 넘자 시야가 넓게 펼쳐진 억새밭이 펼쳐진다.

약 20만㎡(6만평)에 이르는 거대한 억새밭이다. 명성산 억새군락은 군부대가 포사격장을
위해 나무를 베고 정리했던 곳에 뜻하지 않게 억새가 자리 잡으면서 생겨났다.
포연이 자욱했던 탄착지대조차 생명의 도약 앞에서는 아름다운 억새군락으로 변한 것이다.
10월 가을에 한껏 은빛 자태를 뽐내고 있을 억새밭이지만 지금은 허허로운 쑥대머리 모양이다.
그런들 어떠하랴...

억새밭을 가다가 편안한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팔각정 정산에 올라본다.
팔각정 부근에는 대형 빨간 우체통이 세워져 있다. 자신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써 넣으면 1년 뒤에 배달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체통안에는 편지는 없고
등산객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가 들어가 있었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산정호수는 산골짜기의 보석처럼 반짝이고 광덕산에서
국망봉과 귀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그 뒤로 화악산등 해발 1,000m가 넘는
경기도 키다리 산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시원하게 뻗어져 있다.

팔각정에서 자인사로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급한 바위길로 위험스레 한 시간 넘게
내려가야 하지만 나무계단도 만들어져 있고 길도 명확하게 보여 초등학생도 내려올만 하다.

끝으로 법정스님의 법문 한 토막을 옮겨본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강과 산은 본래 주인이 없습니다.
그것을 보고 느끼면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강과 산의 주인입니다.”


- 산행길 : 산정호수-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군락-팔각정-자인사
- 참고자료 : 명성산 관련 신문기사 및 인터넷자료





#1 등룡폭포



#2 산속은 아직도 추운 날씨! 잎에 내린 서리.



#3 볼품없다 하지만 여전히 자태가 있는 억새군락



#4 억새군락에 있는 바람개비. 아마 포천시에서 억새축제하면서
만들어 세운 듯 한데...이게 여기 왜 있죠?



#5 산 등성이에 나무 한 그루와 긴 의자가 있습니다.
뭔가 그림이 나올 듯 한데..(사진이 시원찮아서...)



#6 자인사 극락보전
이곳 극락보전은 앞쪽 양 계단은 폐쇄를 하고 측면으로만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1층은 스님들 거처가 있고 종무소가 있고 2층은 극락보전이 있는데
옆으로 돌아서 올라가는 특이한 구조입니다.



#7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