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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퇴근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수유역에서 내렸다. 집에 가려면
마을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마을버스 정류장쪽 계단을 올라 나서려는데
내가 타야하는 2번 마을버스가 막 출발하고 있다.
순간 뛸까 말까 고민을 했다. 근데 바로 앞의 건널목이 파란색 신호로 바뀌면서 버스가 서서히 건널목 앞에 정차를 한다.
옳거니 하면서 냅다 버스로 내달렸다.
버스 앞 문에 가서 똑똑똑 노크를 했다. 보통 이럴 땐 운전기사가 알아서
문을 열어 준다. 어쩔때는 반대편 건널목에서 뛰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알아서 문을 열어주는 기사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째 이상하다. ‘잘 못 들었나?’ 다시 한 번 “똑! 똑! 똑!”
그래도 반응이 없다. 운전기사는 앞만 보고 있지 이쪽으로 눈길도 없다.
이쯤 되면 도로 위에서 버스에 문 좀 열어달라고 애원하는 꼴로 보인다.
슬슬 부아가 돋는다. 다시 한 번 “똑! 똑! 똑!” 여전히 반응이 없다.
‘동전을 세워서 두르리면 크게 들리는데…’
주머니를 뒤져볼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세워 두드렸다.
“똑! 똑! 똑!”
갑자기 문이 확 열린다.
재빨리 올라타서 버스카드를 찍으려 하는데 운전기사가 대뜸 말한다.
“여기서 태워주면 벌금이 십만 원이예요. 밑에 써 붙어 있는데 안보이세요?”
한 40대 정도의 운전기사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 있다.
‘어쭈구리..좋아..’
나도 지지 않고 고개 빳빳이 들고 말했다.
“아,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하시든지...아니면 아예 열어주지 말든지요?
사람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거지...뭐예요? 이게”
“아..그러니까 타시라구요.”
내가 대거리를 하니까 조금 수그러든 목소리다.
버스에 사람들이 제법 앉아 있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서 있다.
분위기상 냉큼 카드 찍고 버스에 오르기가 부끄럽다.
“아~안 타면 되잖아요.”
그러고는 내려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 갔다.
버스는 떠나 갔지만 열 받아서 혼자서 씩씩거렸다.
‘그냥~욕이라도 한 마디 할 걸 그랬나? 좀 더 조리있게 말해서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운전기사 망신을 줬어야 하는 건데...’
정류장에서 혼자서 열 받아 있는데 어디 말하기도 그렇고 좋은 저녁에 기분 잡쳤다 싶다.
다음 버스로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운전기사는 사람을
도로 위에 세워놓고 곤란하게 한 다음에 문을 열어주고는 다 들으라는 듯
내 행동을 나무랐다. 아예 안 열어주면 그러려니 싶은데 열어주고는
도리어 나에게 무안주고자 하는 의도를 추측해 보니 은근히 부아가 돋는다.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야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그런 식으로라도 ‘고객’에게 큰소리치고 싶은 기사의 마음이 느껴지니 안쓰러운 생각도 든다.
그리고 혹시 진짜 벌금 십만 원 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현실을 무시한 법규와 규칙으로 피해 보는 건 일하는 사람들과 시민들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댓글 목록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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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 함께 가면 더 어울릴것 같아요.부가 정보
앙겔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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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내진 않겠지만 들키면 벌금 내는 거 맞아요. 단속이 얼마나 이뤄지는진 모르지만. 버스기사는 안 열어주려다가 자꾸 두드리니까 연 거고, 사실을 말해주자니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할테니 짜증이 났겠지요.저 는 버스 탈 때 이것저것 버스기사의 무례를 용서 못 하는 편인데-_-; 무정차가 아닌 이상 정거장에서 떨어진 곳에서 문열어주지 않는 것은 이해해요. 그리고 이건 현실을 무시했다기보다 안전성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교통정체문제도 있고. 전 버스가 정거장 아닌 곳에서 사람들 편의를 위해 세워줬다가 내리던 사람이 달려오던 오토바이에 치이는 걸 봤었어요. 버스기사는 호의로 해줬다가 완전 대낭패인 모습이었긔.. 버스기사가 독박 쓴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때 그 버스는 시험장에 지각한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한 건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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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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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주신거에 블로그 주소 나와 있어서 들여다보고 갑니다..누군지 모르겠죠? 프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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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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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님 : 사진이 없어요..한 번 쯤 없는것도 좋을 듯 싶어요.ㅎㅎ앙겔부처님 : 사실 저의 일방적인 토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운전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저같은 사람이 곤란한 경우이겠지요. 제가 화가 난 부분은 사람을 길 위에 세워두고 아예 무시하하는 경우입니다. 일부러 곤란하게 한 다음에 꾸짖듯 말하니 화가 난 경우이지요. 신경 써 주시어 감사합니다.
엘리스님 : 알지요..자주 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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