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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생각

아래의 글은 최근 보건의료노조와 한 대학 총학생회 사이에 있었던 사건에 관한 것으로서, 현장에 있었던 총학생회장(직무대행)이 작성한 글이다. 우선, 이 글에는 "이상이 사실관계"라고 되어 있으나, 여러 가지 정황상 왜곡이나 오류, 누락 등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 현장에 있었던 몇몇 사람들이 상황에 대한 다른 의견을 내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이 글을 기초로 몇 가지를 확인해 두고 싶어서 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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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대학교 학생여러분
총학생회장(직대) ㅇㅇㅇ 입니다.
새벽에 있었던 사건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1. 기숙사에 계시는 분들이 총학홈페이지, ㅇㅇㅇㅇㅇ 등에 제기한
소음에 대한 항의글과 총학 집행부 핸드폰으로 들어오는
"소음 항의"를 해결하기 위하여
저와 ㅇㅇㅇ 미디어국장은 집회의 장소인 노천강당으로 갔습니다.

 

[얼마나 많은 기숙사생들이 항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단지 노천강당을 빌려 쓰는 게 아니꼽거나 꼴보기 싫어서 의도적으로(적극적으로) 노조원들을 몰아내고자 이런 불평을 쏟아냈을 것 같지는 않다. 그 항의는 복잡한 상황 파악을 기피하는 일반 사생들의 중의라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소음 항의를 해결하기 위하여" 총학생회장과 미디어국장은 어떤 준비를 하고 가야 했을까? 즉, 어떻게 해야만 그 항의를 '해결하는 것'이 되었을까?

 

이미 진행되고 있는 행사를 완전히 중단시킬 작정이 아니었다면, (행사를 하는 것 자체가 아니꼬운 게 아니라 다만 시끄러웠을 뿐이었으므로) 어느 정도까지 행사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볼륨을 줄여야 할 지는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 준비나 합의가 되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이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다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즉, 그냥 "줄여주세요"라고 말한다면, 줄이고자 하는 측에서는 상대편이 줄인 것보다 더 줄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고, 행사를 주관한 측에서는 상대편이 줄이라는 것보다는 조금 덜 줄이고 싶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객관적으로 얼마나 줄였는가 하는 것은 절대로 논쟁이 될 수 없다. 처음에 '시끄럽다'고 한 사생들에게 물어보았어야 하는 것.]


2. 보건의료노조 "ㅇㅇㅇ 단장"을 찾았으나 자리에 안 계셔서
우선 사운드를 총괄하는 무대 옆 콘솔 쪽으로 갔습니다.

3. 여기서도 단장을 찾았으나 안계시고, 책임자를 자처하시는 분이
계셔서 "ㅇㅇ대학교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잠을 못 이루고 있으니
볼륨을 줄여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4. 우선, 지금 진행 중인 한 곡만 끝나고 볼륨을 줄여주신다고 하여
한곡이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오히려 의외인데, 바로 여기에서 주먹이 안 날아간 것만 해도 다행이다. 나는 솔직히 이 아저씨들이 몹시 무섭다.]

5. 한곡이 끝나자 소량의 볼륨을 줄이셨습니다.
그래서 현재 크기의 절반으로 줄여달라고 요청 드렸습니다.
역시 또 소량을 줄이시기에 다시 줄여달라고 요청 드렸습니다.
그러자 지금 진행중인 한 곡 끝난 후에 줄이시겠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사실 관계에 대한 논쟁이 있는 모양이지만, '얼마나 줄였나'하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양 측에서 모두 소리의 크기에 대해서는 자의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만 증명할 따름. 차라리 사생에게 물어보았어야 했다. 전화 연락 등의 방법을 사용해서.

 

요컨대, 음량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측에서 계속해서 음량을 줄여달라고 할 경우, 그건 행사 주최측에 대한 도발로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계속 줄여달라고 하다가 어느 선에서 물론 그들은 만족하겠지만, 그렇게 볼륨을 줄인 측의 입장에서 볼 때는 완전히 농락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요구하는 측이 완전히 자의적으로 음량을 판단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으므로). 따라서 정확한 기준을 제시했어야 했다.]


6. 이러한 언쟁이 계속되는 도중에 총학 미디어 국장이
콘솔의 볼륨을 내렸습니다.

 

[이것 역시 도발적 행동인데, 딱히 할 말은 없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자존심이 센지, 오만한지, 혹은 자신의 판단만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7. 이에 운용자는 바로 볼륨을 올렸고, 운용하시는 분 왼쪽에 계시는 분이
ㅇㅇㅇ씨의 멱살을 잡고 오른쪽에 계신분이 주먹으로 ㅇㅇㅇ씨 얼굴을
가격하였습니다.

 

[아무리 정상 참작을 하고 사실 관계에서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역시 이 부분(과 여기를 포함하여 아래에 계속되는 폭행에 대한 기술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큰 짜증과 분노와 두려움을 느꼈다고 할 수 있겠다.

 

1) 싫다. (실현 불가능한 상상이라는 걸 잘 의식하고 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만) 손을 잘라버리고 싶다. 어찌 그리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지. 아니, 아무리 자기 감정이 상했기로서니 거기서 손찌검을 하는 식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발동하는지. 정말 유치원(혹은 유치장)에 다시 가라고 말하고 싶다.

 

2) 무식하다. 어쨌든 그 사람은 일을 다 그르쳤다. 바보. (일이라는 게 얼마나 의미있는지도 모르겠지만)]


8. ㅇㅇㅇ씨는 뒤로 넘어지고, 노조분들 수십명이 달려들었습니다.
저는 노조원들과 ㅇㅇㅇ씨를 분리시키려고 막고있는 중에
ㅇㅇㅇ씨가 일어나면서 노조원들에게 몸부림을 치고, 신발을
던지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사실 관계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그러나 ㅇㅇㅇ씨가 무술인이 아닌 이상 여러 '노조원'들을 상대로 대단한 무공을 펼쳐 폭행을 가했을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ㅇㅇㅇ씨가 아무리 그 상황에서 싸가지없게 보였다 한들(분명히 그랬을테지만) 어쨌든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보는 편이 좀 더 적절할 것 같다. 아래에서 좀 더 확실해진다.]

9. 이어 노조원들이 ㅇㅇㅇ씨를 넘어뜨려 수십명의 노조원들이
ㅇㅇㅇ씨를 발로 밟는 등의 구타를 행하였습니다.
(노조원 한 분과 ㅇㅇㅇ씨가 싸웠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수십명으로 부터 구타 당한 것입니다.)

 

[이런 데에서.]


10. 어느정도 간부급의 사람3~4명이 오자, 수십명의 노조원들이
저와 ㅇㅇㅇ씨 머리채를 휘어잡고 천막쪽으로 끌고 갔습니다.

 

[여기에서도.]


11. 저와 ㅇㅇㅇ씨는 천막에서는 따귀를 5~6 차례 불특정 다수로 부터
맞았습니다. 머리채를 휘어잡힌채로 고개 숙이기를 강요받고
뒤통수를 4~5차례 타격 당하였습니다.

 

[정말 혐오스럽다. 이게 정확한 사실이라면, 소위 운동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니는 인간들의 일부가 (아마도 일상적/가능적으로)하는 짓거리가 무엇인지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일부를 마치 썩은 살처럼 도려내지 않는다면, 운동의 구호도 공허할 뿐이다. 나는 이런 인간이 내뱉은 구호 따위는 조금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바로 앞 문장은 분명히 오버한 것이지만, 일단 그대로 둔다)]

12. 총학이 노동자들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이게 무슨 행패냐고 하시면서
사과를 강요하셨습니다.
우선 먼저 볼륨을 내린 행동은 무례했다고 사과드렸습니다.

 

[모든 것은 여기에 기인하는 것 같다. 당위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에서 출발하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에 살고 싶다. 사생들 잠은 못 재울 망정...]

13. 돌아가려고 하자 강제로 잡혔습니다. 계속해서 머리 숙이기를 강요 받으며
ㅇㅇㅇ씨의 핸드폰을 뺏고, 갖은 욕설을 퍼붓는 등의 강압적인 행동이 계속되었습니다.

14. 노조 규찰대원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우리끼리 해결하겠다" 면서
옆에 계시던 청원경찰 분들을 막았습니다.

15. 노조 규찰대원들은 일단 단대 학생회에 연락해서 해결하겠다면서
전화를 하자 농대회장, 농대 부회장, 법대 회장, 사범대 부회장 등이
와서 저와 ㅇㅇㅇ씨를 관망하였습니다.

16. 노조원들은 강압적인 행동으로 사과를 강요하였고, ㅇㅇㅇ씨가
먼저 폭행을 일으킨 것처럼 진술하도록 강요하셨습니다.
(ㅇㅇㅇ씨가 볼륨을 먼저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은
노조원들이 일방적으로 퍼 부은 것이었고, ㅇㅇㅇ씨는
이를 막기위한 몸부림 과정에서 신발을 던지는 등의 행동을 한 것입니다.)

17. ㅇㅇㅇ 집회 단장이 와서 학생처 주임선생님과 농대, 법대 회장이 있는 가운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에 사과를 하셨고, 저는 ㅇㅇㅇ씨가
볼륨을 내린 무례한 행동에 대하여 사과드렸습니다.

18. 청원경찰차를 타고 병원에 가서 ㅇㅇㅇ씨는 진찰을 받고
입원을 해야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듣고, 입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19. 어두운 곳에서는 못 봤지만, 이두희씨의 옷은 군데군데 찢겨져 있었으며,
온몸이 피와 상처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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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사실관계 입니다.
노조 간부들과 여러 단대회장/부회장들은 대책회의를 하여
입장을 맞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 곳이 몸도 아프고, 정신도 혼미하여
입장이나, 향후 대책 부분에 대해서는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학생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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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내 입장인 바, 여기에 제기된 내용이 의심의 여지없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나는 내가 여기에 덧붙인 나의 의견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 이런 식의 지긋지긋한 정치는 제발 그만두라고, 제발 끝장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시위대의 폭력과 전경의 폭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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