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여성운동과 미디어운동, 어떻게 만날 것인가 _ 미디액트 포럼 8th

미디액트 포럼 8th


여성운동과 미디어운동, 어떻게 만날 것인가
- 일본 여성 미디어 활동가 시모노보 슈코(Shimonobo Shuko)와
한국 여성미디어운동 활동가들의 포럼 -


□ 배경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일상적인 좌절과 분노를 안겨주곤 합니다.
미디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류 미디어가 재현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왜곡되거나 천편일률적인 것은 물론이고,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미디어의 생산과정에서도 여성의 삶과 경험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여성 미디어운동 주체들은 꾸준히 경험과 성과들을 쌓아왔습니다. 한편에서는 주류 미디어에 대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미디어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는 것에서 벗어나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했으며, ‘여성주의 비디오 액티비즘’으로 분류될 만한 작품을 제작, 배급하는 활동을 해왔고, 이런 활동들을 드물게나마 연구 작업과 토론회 등을 통해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영화제, 미디어 교육, 퍼블릭액세스 등 미디어운동의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활동이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들은 미디어운동의 역사와 체계 속에서 공식화되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개별적인 실천을 넘어서는 여성운동의 미디어 (활용) 전략, 혹은 미디어운동에서의 종합적인 여성주의적 활동을 모색하는 차원으로는 아직 발전되지 못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최근 미디어운동은 주류 미디어에 대한 비판과 변화를 끌어내고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역사적인 활동들을 지속, 확대해가고 있으며 더불어 공공적 의제들을 개발하고 전유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여성운동은 미디어운동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여성주의적 미디어운동 활동가들은 어떤 의제들을 가지고 전략을 개발하고 네트워크할 수 있을 것인지,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번 미디액트 포럼에서는 일본 오사카 지역의 비디오 공방 ‘아카메’의 활동가이자 제7회 서울여성영화제 여성영상공동체 부문 출품감독인 시모노보 슈코씨와 함께 일본에서의 미디어 제작, 교육, 퍼블릭 액세스 등 ‘여성’ 미디어 운동의 상황과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의 여성 미디어운동 활동가도 참여하여 내용과 형식에서 ‘여성주의’를 담보해내는 미디어 운동의 의제와 구체적인 과제들에 대하여 자유롭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여성주의 미디어 정책, 여성제작인력양성, 여성주의 미디어의 생산과 아카이브/상영/방송채널 등을 통한 공유,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 및 공공적 지원 구조 마련 등, 여성들이 미디어를 제작하고 미디어에 참여하고 미디어를 바꾸어낼 수 있는 구조와 조건들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논의할 수 있는 주제는 끝도 없습니다. 이번 포럼이 이런 논의와 실천을 위한 의제설정과 네트워킹의 단초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 행사개요

 

   - 일시 : 2005년 4월 15일 (금) 오후 1시
- 장소 :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의실
- 주최 :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 프로그램

 

 - 사회 / 이진행 (미디액트 정책연구원)
 - 발표 / 시모노보 슈코(일본 비디오 공방 ‘아카메’)일본 여성 미디어 운동 상황과 과제 : 제작 및 배급, 퍼블릭액세스, 미디어교육 등을 중심으로...
 - 토론 / 여성주의 미디어운동을 위한 네트워킹과 의제 설정 (예상 참여자 : 여성 미디어 제작자, 연구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 * 발표와 토론 과정은 순차통역으로 진행됩니다. )

 

□ 발표자 시모노보 슈코(Shimonobo Shuko) 소개

 

시모노보 슈코는 일본 오사카에 있는 여성 영상제작집단 아카메의 회원이다. 1993년 1월에 만들어진 비디오 공방 ‘아카메’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상을 만드는 영상제작집단이다. 이들은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여성과 인권에 관한 다양한 비디오를 제작, 배급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여성을 위한 비디오 제작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요즘은 데레레라고 하는 ‘카페방송’을 통해 단편 작품들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퍼블릭 액세스에 대한 조사와 비디오 제작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시모노보 슈코는 ‘이혼을 선택한 여자’, ‘유럽의 퍼블릭 액세스’ 등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그녀의 작품은 전주영화제와 여성영화제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이번 해는 ‘감추어진 진실’이라는 작품으로 서울여성영화제를 찾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피와 뼈] 슈지는 어디로 간걸까?

* 이 글은 cine21<피와 뼈> 입북 환송식 장면 삭제한 채 개봉 에 관련된 글입니다.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는 꼭 극장에서 보고싶은 작품이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최양일 감독의 연출작을 극장에서 볼 기회다!하는 생각도 있었고, 꽤나 훌륭했다는 기타노 타케시의 연기를 보고싶기도 했다. 줄거리나 뼈대가 되는 인물 설정도 상당히 흡인력이 있어 보여, 오랫만에 힘있는 작품을 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출연자들의 면면에 끌린 면이 크다. 결과적으로도 이 영화는 재능있는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할만 하다.
(한동안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설렵하다 보니 배우들이 착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괜찮은 내용과 연출력으로 이 정도의 캐스트를 요리한다면 정말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피와 뼈]는 전후 일본에 건너간 재일한국인 김준평(기타노 다케시)의 일대기로, 이 김준평이라는 인물은 철저하게 내키는 대로 살다 간 사람이다. 후반에 이 인물을 '괴물'이라고 표현하는 대사를 들을 수 있는데, 사실 일본에 뿌리박힌 '괴물(몬스터? 이 분야의 대표적 인물은 만화'몬스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에 '괴물'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하지만...)'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랄까... 기타노 다케시의 코멘트 중 "의외로 순진한 인물"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여하튼, 돈과 섹스에만 탐닉하면서 무소불위의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인데, 이 인간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게 된다. 부인 이영희 (스즈키 쿄카), 아들 마사오 (아라이 히로후미) 딸 하루짱 (타바타 토모코), 사생아 다케시 (오다기리 조), 조총련 커뮤니티의 여러 인물들 (이 중에 중요한 인물로는 사회주의자인 찬명이 있다.)
역시 재일한국인이었던 양석일의 원작에는 김준평이라는 인물의 삶이 전후 일본, 특히 조총련 커뮤니티의 흥망성쇄(?)와 긴밀하게 엮여있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대부분이 생략된 채로 인물만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감독은 두 시간으로 줄이면서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하기도 하고, 원래 관심사가 정치-사회적 문제 보다는 인간의 문제라고도 하는데, 여하튼,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나름의 효율적 긴장을 획득하는 방법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빛나는 여러 배우들 중에서도 영화가 끝나고 난 이후 까지 찜찜하게 남아있었던 배우는 카시와바라 슈지. 그는 이와이 슈운지가 만든 [러브레터]의 순정만화 속 주인고 같은 남자배우로 한국에서도 한때 꽤 인기를 끌었던 카시와바라 타카시의 동생이다. 형 보다는 훨신 부드럽게 생겼고 표현에도 여유와 유연성이 있다. 슈지의 역할은 찬명인데, 재일조선족 커뮤니티의 일원이자 지식인이고 사회주의자이다. 동생의 표현으로는 남성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긍정적인 캐릭터랄 수도 있는... 모범(해방을 위한 모범이랄까?)적이고 지적인 전후 지식인의 모습으로 슈지는 꽤 어울리는 배우였다.


그가 가장 빛나던 순간은, 불단에 대고 "나무아미타불"을 외면서 김준평이 죽기만을 바라는 이영희에게 "해방은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지요"라고 슬쩍 한마디를 건네며 미소짓는 장면이었다.
김준평의 어묵공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나, 일본공산당의 일원으로 파출소 방화사건을 주도하다가 감옥에 다녀온 이후 까지도 하나짱과 로맨틱한 감정을 교류하고 있었으면서 한번도 제대로 표현도 안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는데,

그나저나, 문제는, 하나짱이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이영희는 암에 걸려 버리는 등 일가족의 상황이 변화하는 와중에 갑자기 이 인물이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이혼의 결심하기 이전의 하나짱과 암을 발견하기 전의 이영희의 대화에서도 "이혼하고 돌아와도 돼. 찬명도 있고..."라는 식으로 언급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엔가 슬그머니 사라져서 하나짱의 장례식에도, 이영희의 장례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슈지는 어디로 간걸까?"라고, 동생과 함께 영화가 끝난 뒤에도 궁금해했었다. 우리가 슈지를 좋아하니까 특별히 궁금해했던 걸까? 꽤 중요한 인물인데 (화면에 등장하고 있던 시간이나 인물의 특수성에 있어서) 이런 식으로 처리해도 되나? 하고...

그러다, 씨네21 토막 기사를 통해 슈지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성대한 환송식을 하면서 북한으로 떠난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수입사에서 이 장면을 완전히 들어낸 채 극장에 걸었기 때문에, 찬명이라는 인물이 갑자기 사라진 꼴이 된 것이었다.
그 장면이 남아있었더라면 최후의 김준평이 북으로 떠난다는 설정도 덜 어색하고, 하나짱이 더 이상 삶에 애착을 느끼지 못하고 자살한 데에도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었을텐데...
기사에서 인용한 수입사의 입장은 애매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러저러한 말못할 사정이 있었다고는 하는데, 인공기와 인민들의 환호, 조총련 커뮤니티의 파워(?)를 묘사하는 장면을 담아서 개봉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으리라는 짐작 쯤은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래도, 캐릭터 하나를 바보만드는 이런 결정을 수입사에서 자의적으로 내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도 기가 찬다.

뭐, 이렇게라도 슈지의 행방을 알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게, 감독이 그렇게 영화를 막 만들었으랴. TV 드라마도 아니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3월 반딧불, &quot;나는 페미니스트다&quot;

[인권, 영화를 만나다] 3월 반딧불, "나는 페미니스트다"

박혜미

여전히 여성들에게 '페미니스트'란 꼬리표는 부담스럽다.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순간 개인의 참모습은 무시되고, 잘난 체하거나 이기적인, 혹은 나서길 좋아하는 여자라는 외부의 시선이 그녀를 규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인식하면서도 페미니즘을 '동경은 하지만 실행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역시 페미니스트를 왜곡된 시선으로 규정짓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 때문이다. 파로미타 보라(Paromita Vohra)의 2002년작 다큐멘터리 <멈추지 않는 그녀들(Unlimited Girls)>은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혼자되고 싶지 않아서 페미니스트이길 거부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과연 우리는 페미니즘의 혜택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일상에서 여성들은 과연 페미니즘을 생각하기는 할까?
<멈추지 않는 그녀들>의 한 장면 [출처] 인권영화제
<멈추지 않는 그녀들>의 주인공은 인도 봄베이의 유일한 여성 택시운전사를 비롯해 노동조합, 출판사, 여성발전센터 등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들, 그리고 연애를 하고 결혼한 평범한 커플, 남녀공학에 다니는 남학생과 여학생들을 찾아다니며 페미니즘에 대한 그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여기에 채팅방에서의 논쟁과 함께 주인공이 페미니즘을 고민하고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물음들과 혼란스러움이 덧붙여진다. 카메라에 담긴 수많은 목소리와 공간들만큼이나 이를 표현하는 방식 역시 다양하다. 이모티콘이 난무하는 채팅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컴퓨터 화면, 주인공이 상상해본 가상의 상황들을 보여주는 픽션들과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질문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그래픽 등은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발랄하게 또 때로는 진지하게 페미니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멈추지 않는 그녀들>은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혹은 우리는 왜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페미니즘을 고민하기 시작한 주인공 여성을 따라가다 보면, 페미니즘 혹은 여성 운동이 이 사회에서 발휘해온 영향력과 효과들, 그리고 그것이 바꾸어낸 변화들, 한편으로 여전히 지난하게 남아있는 과제들을 새삼 돌아보고 생각해보게 된다. 남자노동자들이 훨씬 많은 노동조합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활동가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페미니스트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편에서는 결혼지참금으로 인해 죽는 여자들이 존재하고, '우리'와 '가족'을 강조하는 가부장제가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받는 차별은 참을 수는 없지만 남을 위해 희생하는 페미니스트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여성이나,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나 민소매 옷을 입는 이유가 남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가 아니냐고 반문하는 남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는 다른 페미니스트의 노력과 운동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기만 해도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것이다.

3월 인권영화 정기상영회 반딧불은 <멈추지 않는 그녀들>의 상영과 함께 이러한 여성의 고민들을 함께 풀어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영화 상영에 이어 조이여울 씨와 함께 하는 부대행사를 통해 그저 부담스럽기만 한 꼬리표나 동경의 차원에서의 페미니즘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에서이다.

때와 곳 : 3월 19일(토) 3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의실
상영작 : <멈추지 않는 그녀들>
부대행사 : 조이여울(일다 편집장)과 함께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어 보는 자리
상영장 찾아오는 길 :

인권하루소식 제 2767 호

미디액트 뉴스레터 제62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