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술은 들어가지만 청소년은 들어갈 수 없는'
- 퀴어문화축제의 19금 애프터파티에 대하여

 

지난 6월 11일,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습니다. 퀴어문화축제는 이 사회의 성소수자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그러나 올해도, 퀴어문화축제의 애프터파티는 19금으로, 청소년의 참여가 제한되는 파티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퀴어문화축제가 모두의 축제일 수 있기 위해 축제의 일부인 애프터파티에도 청소년이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도 파티는 비청소년들만의 잔치였습니다. 심지어 올해의 파티 장소였던 세빛섬은 현행법상 청소년출입이 불가한 공간이 아닌데도 청소년은 입장을 거부당했습니다.

파티에서 술을 판매하기 때문에 법적인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어 청소년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비청소년들끼리 술 마시는 것이 청소년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보다, 소수자가 배제되지 않는 장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현행법을 어길 수 없다면 술을 판매하지 않더라도 청소년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몇 년째 있어왔습니다.

예전에는 퀴어문화축제 주최의 애프터파티로 비청소년만이 들어갈 수 있는 파티를 열고 따로 청소년이 들어갈 수 있는 파티를 연 적도 있었습니다. 청소년이 들어갈 수 있는 파티는 술을 판매하지 않고 밤 10시에 마감을 했고, 비청소년만이 들어갈 수 있는 파티는 새벽까지 운영하며 술을 판매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도 평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비청소년의 입장에서는 여러 파티 중 하나를 골라 가면 될지도 모르지만, 청소년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은 돈을 들이고 홍보를 하는 파티가 비청소년만이 들어갈 수 있는 파티였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은 우리는 따로 놀라는 건가 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성소수자 커뮤니티들이 청소년의 참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소수자운동 안에서도 비청소년이 중심이 되기에 청소년들을 잘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것을 금기시하며 이를 성소수자들을 비난하는 핑계거리로 들곤 했던 혐오의 역사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의 책임은 물론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청소년이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에 대해 정보를 접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청소년 차별적인 국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이런 비난과 규제를 넘어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평등하게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더 많이 퀴어문화축제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의 커뮤니티와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들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는 것, 청소년들이 성소수자와 성에 대해 알고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임을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팎으로 보여주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성소수자 운동이 청소년들의 처지와 현실에 관해 이런 점을 특별히 더 고려해서라도 청소년이 배제되지 않는 행사 진행에 신경쓰길 바랍니다.

이 사회는 여러 소수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하고 배제하며, 때로는 법과 제도를 통해 그 차별과 배제를 공고히 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공간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지 않고 성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어야 하는 것처럼,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 함께 노력하고 성인지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기본’인 것처럼, 청소년을 배제하지 않는 것도 이 운동사회에서 ‘기본’으로 여겨지기를 바랍니다.

 

201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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