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너머(강민진)

 

그동안 청소년들이 학교를 통해 받아온 성교육은 거의 무의미한 교육이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교육은 실질적 정보도 없고 청소년에게 성적으로 무지할 것만을 요구하는, 성교육이라기보다는 ‘성 통제’ 교육에 가까웠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학교성교육표준안」을 통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성교육을 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본 표준안 내용을 보면, 학교 성교육의 내용을 더욱 후퇴시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본 표준안의 내용에는 청소년기에는 금욕이 필요하다면서 청소년의 성을 통제하고 금기시해야할 대상으로 보고, 끊임없이 ‘건전한 이성교제’를 강조하면서 청소년기의 성적 행동에 낙인을 찍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본 표준안은 일선 학교의 성교육을 지금보다도 더 무의미한 수준으로 후퇴시키는 효과를 낳을 뿐 아니라, 일부 열정적인 성교육 강사들에 의해 조금씩이라도 행해져 왔던 실질적 도움이 되는 성교육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도록 막는 조치가 될 것입니다.

 

교육부는 본 성교육 표준안에 대해 ‘청소년의 성을 문제행동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청소년의 성 행동은 문제행동이라는 전제 하에서 교육을 진행하라고 합니다.

 

교육부 학생건강정보센터 학교성교육자료실에서 제공하는 성교육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이성 친구와의 만남은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함.’

‘(이성 교제 예절) 옷차림은 평범하고 단정하게 하기, 지나친 감정 표현이나 스킨십 자제하기, 감정을 자극하는 비디오나 인터넷 안 보기’

‘이성교제의 어려운 점: 학업을 소홀히 할 수 있음, 성 충동으로 인하여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움’

‘이성 교제가 건전하지 못했을 때: 혼전 임신, 성폭력, 청소년 비행, 학교 중도 탈락’

(중학교 성교육 자료, 8차시 ‘바람직한 이성교제’ 중)

 

‘성 욕구를 성관계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은 성인이 되어 결혼할 때까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함’

(중학교 성교육 자료, 15차시 ‘성 욕구의 조절’ 중)

 

‘이성교제 예절: 학생의 신분에 어울리는 단정한 복장이나 교복을 입기, 청소년기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미완성 단계이므로 일시적 충동에 따라 움직이지 않기’

(고등학교 성교육 자료, 7차시 ‘건전한 이성 교제와 예절’ 중)

 

‘건전한 성 욕구 해소 방법: 운동, 취미 활동, 사회 활동, 봉사 활동, 문화 활동, 이성과 단 둘이 있을 때 성적 충동이 일어나면, 화제를 갑자기 바꿔 봄, 이성과 단 둘이 만나기보다는 여러 사람과 함께 만나면서 이성 교제를 하는 것이 좋음’

(고등학교 성교육 자료, 16차시 ‘성욕과 성 욕구의 해소’ 중)

 

지난 2월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 전달연수 자료에는 이러한 내용들까지 있었습니다.

-표준안을 넘어선 실습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정자 관찰 등의 실습을 하지 말 것

- ‘남녀의 성적 반응의 이해’를 ‘남녀의 성 인식 차이의 이해’로 용어 변경

- ‘자위행위’를 성 욕구의 해소로 용어 변경

-인간의 성적 반응에 대한 내용 삭제

-준비된 성 관계에 대한 내용은 중학교에서 직접적 활동으로 다루지 말 것

-준비된 성 관계에 대한 교육은 임신예방 차원에서 진행할 것

 

“중고등학교의 성교육은 절제가 아닌 금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밝히는 본 표준안은, 이미 인간으로서 사랑과 연애를 하고, 성 욕구를 가지고 살아가는 청소년의 실제 삶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육부도 이미 이 표준안을 발표하며 ‘중학생의 2.1%, 고등학생 6.5%가 성관계 경험’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의 본 성교육 표준안은 ‘성 통제 교육’을 통해 청소년의 성적 실천을, 나아가서는 청소년의 성 자체를 삭제해버리려는 이때까지의 성교육에서 내용적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정부의 개입으로 학교 성교육을 더 보수화하는 방향입니다. 그런데 청소년은 인간이고, 특히 성적으로 활동적일 수밖에 없는 연령층의 인간입니다. 인간으로서 성 욕구를 갖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살고 싶은 욕구는 너무나 당연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 추구권에 해당합니다. 청소년을 성적인 존재이자 주체로 간주하지 않는 성교육은 결국 ‘하지 마라’는 명령과 성에 대한 공포심을 주입시킬 뿐입니다. 다른 교육과 마찬가지로 성교육에서 청소년은 주체적 참여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본 표준안을 낸 교육부는 청소년이 스스로 자신의 성에 대해 탐색할 기회를 마련하고 살아가는 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성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교육은 학생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을 따라 행해질 성교육이 과연 학생들에게, 이미 연애와 사랑을 하고 성적 실천들을 하고 있는 성적 주체인 청소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6/03/24 12:29 2016/03/24 12:29
태그 :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walls/trackback/3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