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강요와 금지를 벗어난, 인권친화적 학교와 수업이 가야 할 길이다
- 국가인권위원회의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 보장 권고에 대하여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에서 학생의 휴대전화를 금지·압수하는 문제에 대해 권고를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휴대전화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는 학교 규정이 “행복추구권에 바탕을 둔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제18조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피진정 학교들에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 제한을 완화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에 관해 이것이 인권의 문제임을 확인한 것에 대해 환영하는 바이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의 권고 내용 이상으로,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더 많은 개혁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자 한다.

시의적절하지만 만족스럽진 못한 인권위 권고 내용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는 지난해 ‘불량학칙 공모전’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현장의 잘못된 학교 규칙과 관행들에 대해 공모를 받았던 적이 있다. 이 당시에 많은 제보가 있었는데, 그 중 ‘지각시 휴대전화 압수’, ‘종례 이후에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벌점과 압수’, ‘다른 학생이 휴대전화를 쓰는 것을 신고하면 상점’ 등 휴대전화 금지 및 압수에 관한 내용도 다수였다. 이러한 사례들은 서울과 전북 등 휴대전화 소지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휴대전화에 대한 금지 등이 인권침해임을 인정한 것은 학생들의 현실에 맞는 시의적절한 입장 표명이라 평가한다.

휴대전화의 소지 자체를 원천 금지하는 것은 과한 권리 제한이며, 함부로 휴대전화를 압수하거나 일괄 수거하는 관행과 학칙 역시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국가인권위의 권고 내용은 휴대전화 소지를 완전히 금지하지는 말고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 만든 학교 규칙에 따라 필요할 경우 휴대전화 사용만을 제한하라는 취지로 풀이할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는 권고를 수용하여 이러한 학교 규칙과 관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교육 주체들 역시 학교에서의 학생 휴대전화 금지에 대해 성찰하고 인식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 국가인권위의 권고는 2007년에 국가인권위가 했던 권고와 별반 다르지 않다. 2007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 규정과 학교가 휴대전화를 압수한 행위는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던 적이 있다. 국가인권위의 이러한 결정들은 국가인권기구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입장이며, 이번 발표 역시 이를 재차 확인한 것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007년의 권고와 이번의 권고 모두,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종합적 문제의식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로,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자의적인 규제와 압수가 벌어질 위험성이 큰 내용이라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의 참여와 자발성이다

교총은 지난 6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대해 “교육 본질 훼손하는 권고를 자제하라”라는 논평을 내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의 본질이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는 것이나 체벌이나 일기장 검사에 있다는 교총의 논평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인권의식 부족도 심각한 문제지만, 한국에서 가장 큰 교원단체의 교육에 대한 인식이 이러하다면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교총이 해당 논평에서 근거로 제시한 것이 교원 중 다수가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수업을 방해 받는다고 답한 설문 결과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즉 교총이 말하는 ‘교육의 본질’이란 ‘교사가 방해 받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소리다.

그러나 바로 이와 같은 교육관 자체가 인권친화적 학교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다. 학생 휴대전화 금지를 둘러싼 문제는 교사가 학생을 통제하고 일방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의 현실, 그리고 강요와 금지가 지배하는 학교 규칙과 문화가 낳은 것이다. 많은 학교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교육과정은 과다하고 어려우며, 학급당 학생 수도 많고, 수업은 시험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강요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잘 수용하지 못하거나 학교 교육에서 의미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도 수업을 꾸려나가야 하는 교사들과 싫어도 억지로 수업에 참여해야만 하는 학생들 사이의 충돌과 갈등이 휴대전화 문제의 배경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교육의 본질에 관해 정말로 고민해야 할 것은 휴대전화를 금지할지 여부가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까지 와서 교육 활동에 참여하기보다는 휴대전화를 보는 이유일 것이다. 학생들 중 상당수는 설령 휴대전화가 없더라도 제대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개혁함으로써 학생들과 함께 교육적인 활동을 만들어 가는 데는 무관심하면서, 교사가 학생의 휴대전화 때문에 방해를 받아서 문제라며 휴대전화를 금지해야 한다고 반발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오해이다.

우리는 학생의 휴대전화를 과도하게 규제해야만 운영될 수 있는 학교의 현실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도 함께하고 흥미와 자발성에 의해 꾸려지는 수업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혁신과 교육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 학생의 휴대전화는 무조건 금지할 대상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적절한 사용 방법과 문화를 익히고 만들어 갈 생활의 도구이다. 제대로 된 교육은 학생의 참여와 인권친화적 학교가 있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강요와 금지의 논리를 벗어나서, 교육의 현실을 개선함으로써 인권친화적 학교와 수업을 향해 나아가자.

  

 


2016년 7월 9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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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02:08 2016/08/0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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