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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이든 내성이든..
나에겐 너무 부족하다.
B급 노동자인 주제에 노동환경의 영향은 어지간히 받는다.
매운 것이 생각나던 차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으니 더 심해졌다.
하지만 요새는 특히 입맛이 까다로워지는지...
매운 것이 먹고 싶은 때면 찾던 쫄면도 영 시원찮다.
들척지근하고 닝닝한 조미료 맛이 떠올라서 영 내키지 않았다.
생각 끝에 고추 한 봉지, 1000원어치 사왔다.
원래는 그냥 고추를 살 생각이었는데...
사온 걸 보니 청양고추다.
씨를 빼고 잘게 다지다시피 썰어서 비빔 고명을 만들어 비빔밥을 해먹었다.
하지만 사들인 고추장의 조미료 맛 때문에 역시 그냥 그렇다.
그래도 자잘한 매운맛이 입 안에서 터지듯이 퍼지는 것은 좋았다.
고추를 다룬 손 끝에도 매운 맛이 계속 남아서
눈 한번 비빌 때마다 코 한번 후빌 때마다 눈물 콧물이 빠진다.
칼칼하고 눈물 쏙 빠지고 입안 얼얼한...
그렇지만 죽을 것 같지는 않은 매운 것이 먹고 싶다.
어려서부터 몹시도 국수를 좋아하던 나는 날국수 가닥을 뽑아 과자 삼아 먹곤 했었다.
시골서 좋은 군것질 거리였다고 해도 좋겠다.
살짝 익힌 것이라고는 해도 날 것에 가까운 국수가닥이 맛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입이 심심하니 재미가 반이 넘었다고 하겠다.
어느 날,
나와 같이 국수 가닥을 먹던 언니가 어떻게 만든 것인지
지팡이처럼 끄트머리가 꼬부라진 국수가닥을 들고 자랑을 했다.
언니 말인즉...
입안에 넣고 부러뜨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잘 꼬부라뜨리면 그렇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전력을 다했다....기 보다는 틈틈이 애를 써보았지만 계속 실패했다.
실패했다는 사실을 잠깐 잊을 때까지...
아마 먹을 것 없는 심심한 겨울날이 끝나갈 때까지였을 것이다.
한참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나는 솥뚜껑에 한가닥 떨어진 채 휘어있는 국수가닥을 발견했다.
국수는 삶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부뚜막의 물기와 솥뚜껑의 열로 보기좋게 휘어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언니가 나를 놀려먹었음을 깨달았다.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 국수의 모양을 바꾸는 데는 수분과 열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것도...
물론 문제는 남아있었다.
그때 언니가 보여주었던 지팡이처럼 꼬부라진 국수는 부엌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었다.
아마 언니 또한 우연찮게 발견한 예외적 존재였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언니 또한 계획적으로 나를 놀려먹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으며
그때 그 국수를 꼬부라지게 만들었던 수분이 타액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니 또한 타액이라는 사실만 두고 입안에서 조심스레 굴려서 꼬부라뜨릴 수 있다고 믿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한 25년쯤? 지난 다음에 언니에게 이를 물었다.
언니는 물론 까맣게 잊은 뒤었다.
진실은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진실이란 생각처럼 용이하게 포획되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여전히 미망을 해결하진 못한 게다.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빗방울이 떨어지고 작은 파문 하나가 일자...
급격히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
참는 것도 내 자신을 위해서다.
아주 비슷한 이 두 꽃에서 관상용으로 이름높은 것은 단연 벚꽃이다.
벚꽃 축제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살구꽃 축제는 없으니까.
멀리서 보면 분홍 꽃구름이 비슷하지만 두 꽃은 조금 다르다.
벚꽃이 녹색 꽃받침에 분홍색 꽃이 피는데 비해
살구꽃 자체는 흰 빛에 가깝다.
다만 살구꽃의 꽃받침은 붉은 빛이어서 전체적으로는 분홍빛으로 보이는 것이다.
벚꽃은 그 열매 버찌를 포기하고 꽃 자체로 이름 높을 뿐이라
꽃 자체가 양껏 피도록 가지 치기를 할 필요도 없이 잔가지 무성한 것이 좋다.
그러나 살구꽃은 살구 열매를 거둬야 한다.
그러므로 꽃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식수 간격을 조절해야 하고
가지 치기도 필수다.
외모로 보면 모자랄 것 없는 살구꽃이 벚꽃보다 꽃으로 덜 유명한 이유다.
물론 이 때문에 살구꽃이 벚꽃보다 더 좋은 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노동자다.
요즘 세상에 노동자가 존엄을 지키고 싶어한다는 것이 도대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나 스스로 노동자 정체성을 인정한 이상 나에게 닥치는 이 끝없는 소외된 노동은 이제 겨우 시작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그다지 효율성 높은 노동자도 아니지 않는가?
나 하나를 기르기 위해 처박은 돈이나 시간을 계산을 따진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본이 나란 노동자를 어떻게 계산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결정적으로 나는 그다지 자본에 포획될 의사도 많지 않은 산업예비군 아닌가.
그러나,
부질없이 분노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된다.
나에게는 아직 굶어죽을 자유가 있다.
네 시작은 비록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할 것이다....라고?
정말?
거짓말 마!
네 시작은 비록 미약하나... 그 끝도 미약할 것이다.
<사례>
고려 말의 문익점은 붓뚜껑 속에 반출이 금지된 목화씨앗을 숨겨 이땅에 들여왔다.
말하자면 밀수를 한 것이다. 요새 이런 일 하면 큰일난다. 무슨 전염병 따위가 묻어들어올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 씨앗이 싹이 트지 않았지만 그 중 한두 알이 싹이 터 이를 소중하게 불려나간 결과 전국적으로 목화재배가 가능할 만큼 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목화산업은 쫄딱 망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
뭔지 모르지만 있을지도 모른다.
...............
먹고 살 수 없다면 굶어죽을 테다.
굶어죽을 자유만은... 이 세상의 모든 무산자에게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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