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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격대장에게 진 빚

아군 중에 지치지 않는 싸움꾼이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설사 그의 디테일과 애티튜드가 맘에 들지 않더라도.
지저분하고 지난한 전투가 계속되면 대부분 지쳐떨어지기 마련인데,
그렇게 나가떨어져 뒤로 피하는 우리들을 대신해서
앞에 서서 상대편을 향해 지랄을 떨어주기 때문이다.
망망대해에 파편처럼 흩어져있는 지친 아군들은,
지랄지랄을 하기에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그를 등대처럼 확인하게 된다.
아, 아직 무기를 내려놓지 읺은 자가 저기 남아있구나.

물론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선 진짜 거품 물도록 짜증나고 어이없는 캐릭터지.
몇 년 전 나도 그를 보며 그랬다.

오늘 트위터에서 단일화맹신론자들을 상대로 죈종일 싸우는 진중권을 보며,
그의 존재에 대해 감사했다.

 

 

작년 6월 지방 선거가 끝난 직후, 혼자 쓰는 다이어리에 적었던 글이다.

비속어의 사용은 거침없는 양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탓이지

비난의 의도가 아니라는 걸, 개인 일기장이었단 점을 참작해 부디 이해 바란다.

 

며칠 전, 이 돌격대장마저 싸움판을 떠나겠노라고 했다.

고은태씨는 자신의 트위터  에서 이 퇴장을 안타까워했다.

진중권씨가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랬다기보다는

우리 세계가 논리가 통하지 않는 공간이 되어서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얘기들을 했다가 멘션통이 불이 난 거 같고, 이에 '대중독재의 길은 닦였고'라 멘트 남겼다.

 

나는 스스로가 그릇이 작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냥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안될  일 같고, 그러니 감히 행동은 고사하고 마음으로부터도 접고.

그런데도 보면 '계속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가만 앉아있는 나 대신 그들이 '될 수도 있다'는 뭔가를 증명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하나 둘씩 그런 이들 마저도 조용히 귀가시키고 있다.

 

뭣들을 바라는지 모르겠다.

아니, 스스로 뭘 원하는지를 정말 아는 건지도 모르겠다.

The onion 이 스티브 잡스의 죽음에

'Last American Who Knew What The Fuck He Was Doing Dies'

라 기사 제목을 달았던 것처럼,

스스로 뭘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진다.

 

사실 김낙호씨 얘기처럼, 논객이 수행했던 역할은 애초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처럼 웹상에서 벌어지는 토론질(이든 싸움질이든),

TV뉴스와 조선일보만 보시는 울 부모님,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신다.

사회적 지위/명예/부/학식 다 갖춘 우리 친척 양반들, 역시나 그 존재에 대해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신경 안 써도, 그들이 누릴 거 다 누리고 거기에 더 늘리고 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도 없기 때문이다.

기득권 계층이 일말의 불편함이라도 느낄, 그 정도의 균열조차 전혀 내지 못한단 얘기다.

또 뒤집어 보면, 논객의 칼을 꺾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그리도 지상과제일까.

쪽수가 훨씬 많은 당신들을 기득권 계층이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과연 뭐일 것 같나.

 

 

필연적인 게 과연 있을까.

늘 인간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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