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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1호] 복수노조 시대 : 민주노총은 기득권 유지에 안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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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복수노조 시대’ :

 

민주노총은 기득권 유지에

 

안주할 것인가?

 

                                                                                     - 정현철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7년 실질적으로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었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부칙 제5조(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경과조치) ①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5조(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5조(노동조합의 조직ㆍ가입)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공무원과 교원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의 규정에 불구하고 2001년 12월 31일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에 의해 유예되었던 복수노조 설립은 2001년 또다시 “동법 부칙 제5조(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경과조치) ① … 2009년 12월 31일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로 미루어졌고, 급기야 2009년에 ‘동법 부칙 제7조(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경과조치) ① … 2011년 6월 30일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로 늦춰지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법이 개정되고 무려 14년 만에 진짜 복수노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복수노조는 언제부터 왜 금지되었던 것인가?

  복수노조 금지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깊고 많은 정치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1947년 미군정 노동부가 공표한 통첩인 ‘노동조합운동의 지도에 관한 건’에는 복수노조와 관련하여 “협약체결단위는 別般의 지시가 없는 한 공장사업장 등 직장단위로 하고 산업별 기타 단위로 하지 않도록 할 것”, “하나의 직장에 고용주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노동단체는 하나의 단체로 국한하되, 그 단체는 당해 단체협약단위가 되는 직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과반수를 대표하여야 할 것”이라고 명시하였다. 이는 당시 노동조합 수나 조합원 수에 있어 압도적 우위에 있던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을 견제하고 대신 대한독립촉성노동총동맹(대한노총)을 지원하기 위한 미군정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하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편 미군정의 이러한 정책은 이승만 정권을 거쳐 1961년 5․16 쿠데타로 들어선 박정희정권에서 더욱 강화되었는데, 1963년 노동법개정에서 제3조 노동조합 정의 규정의 단서 제5호를 신설하여 ‘조직이 기존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합법적인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새로운 노조의 설립을 사실상 금지하였다. 이로써 군사정권은 노동운동을 용이하게 통제할 수 있었고 정권이 인정하는 충직한 시녀 ‘한국노총’만이 제도적으로 보장받으며 영욕의 시절을 보내게 된다.
 

  신기하게도 이 법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지나면서 오히려 더 강화되는데 법 제3조 단서 제5호가 ‘조직이 기존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거나 그 노동조합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로 바뀌면서 그 금지의 범위를 확대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관련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대투쟁’에 따른 새로운 노동계급세력의 확산을 두려워한 한국노총과 87년 대선에서 한국노총의 표를 의식한 민정당과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1987년 12월 마창노련 건설을 시작으로 불붙은 노동자들의 자주적, 민주적 투쟁은 1988년 11월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5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역사적인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이 대회의 제목이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노동악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 였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이때부터 ‘복수노조 금지조항 삭제, 제3자 개입금지 철폐’ 등을 본격적으로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복수노조 설립이 불러온 새로운 풍경들

  이 글에서, 정권과 자본이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패키지로 묶어서 노조 조직력을 약화시키고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통제하려한 술책에 대해서 더 서술하지는 않겠다. 또한 정권과 자본의 파트너로서 한국노총이 벌였던 야합의 역사도 구구절절하게 말할 필요는 없겠다. 투쟁 보다는 국회의원 뒤꽁무니 쫓아다니면서 ‘정치’하기에 바빴던 민주노총 역시 마찬가지다.

  대신 다음의 몇 가지 사례들을 보면서 본격적인 복수노조 시대의 모습을 살펴보자.

삼성에버랜드에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직전인 지난달 말에 노조가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삼성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삼성에버랜드 노조가 경기도 용인시청에 설립신고를 냈고 사흘 뒤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았다. 노조위원장은 푸드사업부 차장급 직원이 맡았으며, 조합원 수는 4명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무노조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삼성이,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을 악용해 사측에 우호적인 이른바 '무늬만 노조'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노동계가 노조 설립 타깃으로 삼은 전략사업장 중 하나다.

-2011년 7월8일 노컷뉴스 기사 발췌-

 

  삼성에버랜드에 복수노조 시행 직전에 부리나케 노조가 설립된 이유는 무엇일까?

  복수노조 관련하여 개정된 노조법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면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0(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 유지기간 등)’에 근거하여 2년간 우월적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되어있다. 즉 삼성에버랜드에 생긴 노조는 현재 우월적 지위를 획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과 같은 노조법 체계에서는 삼성에버랜드에 복수노조가 생긴다 하더라도 향후 2년간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소수노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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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행 이후 금호고속에서 첫 노·노갈등 사례가 발생했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금호고속지부(지부장 이기수)는 11일 광주 금호터미널 2층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내 새 노조인 민주노총 운수노조 금호고속지회의 파업과 관련, 새로운 단체협상 불가 방침을 천명했다.

 

한노총 금호소속지부는 성명을 통해 "이미 임단협을 체결한 상태인데 또다시 민노총 노조가 회사 측에 임단협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노총 노조의 어떠한 협상요구도 단호히 배격한다."고 밝혔다. 또 "민노총 노조가 기존 노조를 어용노조로 폄훼하거나 흑색선전에 나서고 있다"며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하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천명했다.

 

-2011년 7월11일 한국경제 기사 전문-

 

  한국노총 금호고속지부가 성명서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일까? 일단 아니다!
  노동부는 7월1일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운영 세부 지도방안’에서 “7.1 현재 하나의 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다른 노조는 교섭중인 경우 교섭중인 노조는 기존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 금호고속지회는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위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기존(기득권)노조와 신생노조의 다툼을 단순하게 한국노총-민주노총의 힘겨루기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국노총이 자신들의 조직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임자 임금지급과 복수노조 유예를 맞바꾸면서 14년을 버티는 동안 민주노총 역시 그에 못지않는 기득권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더 이상 ‘민주노총=민주노조’ 라는 등식은 상당부분 무의미 해졌다. 위에서 예로든 사례는 언제든 그 관계가 역전되어 나타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설립하고자 민주노총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어용노조의 득세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노조법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는 모습은 결국 제 발등 찍기임에 분명하다.
 

  

사용자가 만족하면 “복수노조 순항”인가

고용노동부가 오늘 ‘상반기 노동관계 현황’을 발표하고, “복수노조 제도가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아무리 성과위주 행정이 판을 치고 있다지만, 혼란을 겪고 있는 현장 상황을 이렇게 왜곡하고 부풀려선 곤란하다. 더구나 복수노조 시행 일주일의 결과로 ‘새 노총 설립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까지 붙여놓았다고 하니, 그 의도가 알만하다. 

오히려 ‘새 노총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 속에 창구단일화 강제제도의 진실이 숨어있다.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생겨난 복수노조 현황을 보면, 사용자가 주도하는 어용노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노동부 자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KEC의 경우, 지난 6월 조합원 면담 자리에서 “회사가 스스로 노조를 만들고 그 노조와 교섭을 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는 등 그 전조를 보여 왔다. 발전3사의 복수노조 역시 이미 민주노총 탈퇴 과정을 밟았던 동서발전 사례를 통해 어렵지 않게 그 배경을 유추할 수 있다. 복수노조가 등장한 한 호텔 사업장 역시 사용자의 지배개입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이뤄졌던 사업장으로, 현재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상태다. 현재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용노조가 과반 이상이면 창구단일화 절차를 택하면 되고, 민주노조가 과반 이상이면 소수 어용노조를 만들어 자율교섭을 진행하면 된다. 제도시행 초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어용노조 출현이 줄을 잇고 있는 사실 자체가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해 채택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민주노총은 이와 같이 현행 복수노조 제도가 어용노조 육성과 민주노조 파괴를 위해 이용되고 있는 양상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2011. 7. 11.

-민주노총 논평 발췌-

 

   자본과 정권은 작년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와 올해 복수노조 허용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대부분 얻었다. 전임자 임금을 통해 노조를 압박하고 동시에 길들일 수 있게 되었으며,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통해 여러 개의 노조가 생겨도 자기들끼리 정리하도록 강제하여 앉아서 코 푸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반면 노조는 겉으로는 ‘노조법 재개정’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현실은 법의 허점을 찾아서 전임자임금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남보다 먼저 복수노조의 대표교섭노조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선점하려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제도가 ‘어용노조 육성과 민주노조 파괴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고 징징거릴 것이 아니라, 냉정한 자기평가와 그것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 전체를 포괄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깊은 고민과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민주노총은 기득권 유지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그렇게 고착화 될 수밖에 없다.

  자본과 정권은 칼을 빼서 휘두르고 있는데 노조는 죽지 않을 만큼만 비겁할 정도로 버티고 있다. 덩치는 크지만 속빈 괴물이 될 것인지? 노동자계급의 대표성을 획득하고 투쟁의 축이 될 것인지? 답은 나와 있는데 쓰기가 어렵다. 어쩌면 알고도 안 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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