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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1호] 현 국가부채 위기와 자본주의 체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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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국가부채 위기와 자본주의 체제 위기 

 

 

- 양효식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스가 부채위기로 국가부도 사태에 처하면서 유럽이 금융 붕괴 직전 상태로 치닫고 있다. 그리스의 뒤를 이어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부채의 늪에 깊이 빠져 들어감에 따라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국가들)이 와해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유럽만이 아니라 미국도 재정적자와 부채위기로 흔들리면서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8월까지 부채 법정한도를 현재의 14조3000억 달러(약 1경5158조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데 실패하면 국가부도를 맞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심화되고 있는 세계경제 위기

  재정위기는 유럽과 미국만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를 두고서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 국가부채는 쓰나미와 지진 뒤에 급격하게 증가했다. 한국의 국가부채(약 400조원)도 현재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그로 인해 이명박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복지 확대 논의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얼마 안 되는 복지비 예산조차도 삭감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재정적자 ⁃ 부채 위기는 세계경제 위기가 일시적으로라도 ‘회복’되기보다는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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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 위기는 유로존의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2008년 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기반한 파생금융상품 등 과잉축적된 가공자본을 파괴(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치의 하락 및 그에 따른 은행과 기업의 도산)했지만 다시 수익성을 회복할 만큼 충분히 과잉축적을 털어내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구제금융 투입(이른바 양적완화, 즉 달러 찍어내기)으로 위기는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번졌다. 미국 국가부채가 GDP의 100%를 넘어서는 한편, 구제금융으로 흘러넘치는 달러 자산이 2009년 중반 이래 전 세계의 원자재와 곡물 등에 대한 투기로 흘러들어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계경제가 2010년 말에 다시 ‘더블딥’(재침체)에 빠져들 기세를 보이자 미국 연준은 11월에 ‘값싼 화폐 정책’(인플레 정책)의 추가 연장을 결정하여 6천억 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그러나 물가 급등과 새로운 투기거품(원료, 식료품, 국가부채에서)만 가져온 채 지난 6월말로 2차 양적완화를 종료해야 했다.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에서 더 이상 재정적자를 조금이라도 더 늘리는 것이 어렵다보니 지금 부채 한도 증액과 3차 양적완화 문제를 놓고 국가부도 사태까지 거론되면서 정치권 내에 쓰디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당장 미국 지자체들의 높은 부채 문제가 걸려 있는 상태에서 추가 양적완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면 지자체들의 연쇄부도와 함께 중간규모 은행들의 대대적인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상황이다. 전체 세계경제로 볼 때 이것이 최대의 위험요소이다. 그래서 지금 미국 국채와 지방채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가들(은행, 투자회사들, 대기업들)이 극심한 불안에 휩싸여 있다.

 

  EU(유럽연합)에서 국가부도 사태와 미국에서 은행들의 파산 물결이 결합하면 2008년 보다 더 큰 금융공황을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미 재정위기에 휩싸여 있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구제금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호러 시나리오가 현재 주요 은행들과 대기업들, 그리고 정치가들을 휘감고 있다.

 

  “과도한 복지 지출” 때문?
   - 재정적자를 빌미로 한 위기 전가 공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그 후 2년 동안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번지면서 경제위기의 고통을 죄다 노동자 민중들이 이 때 이미 뒤집어썼다. 그러나 당시 2008년-09년 공황의 첫 2년 동안은 누구나 경제위기의 책임이 금융파탄을 가져온 거대 은행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문제 삼는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더라도 최소한 금융자본의 탐욕이 위기를 부른 주범이라는 것이 대중적 상식으로 자리 잡았었고, 여기에 자본가들도 감히 이의를 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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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2010년 이후 재정적자 ⁃ 국가부채 위기가 터져 나오면서 비판의 화살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자본한테서 떠나 엄한 데로 돌려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자본가들과 정치가들이 공공 서비스 등 복지비 지출과 연금 ⁃ 임금을 경제위기 책임 논쟁의 도마 위에 올려놓으면서 ‘국면 전환’을 꾀한 것이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너무 많이 해서” 위기를 낳았다, 즉 “의료와 교육 등 복지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연금과 임금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재정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빤한 거짓말이지만 곧 복지비 지출삭감 및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되어 성공을 거둔다.

  실제로 지난 6월 29일 그리스 의회가 2차 구제금융을 앞두고 통과시킨 재정감축안을 보면 마치 공공서비스를 비롯한 복지비 지출과 노동자들의 임금 ⁃ 연금 때문에 재정적자와 부채 위기가 생겨난 것처럼 온통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과 고용에 대한 공격으로 채워져 있다. 통과된 긴축안은 부채 상환을 위해 2015년까지 예산을 줄여나가 280억 유로(그리스 GDP의 12%)를 확보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노동자 민중들에게 위기를 전가하겠다는 것이다. 부가세를 13%에서 23%로 인상(전형적인 ‘서민 증세’)하고, 15% 임금삭감을 실시하며 주당 노동시간을 37.5시간에서 40시간으로 연장한다고 한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15만 명 인력감축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대대적인 정리해고 광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그리스 의회 의사당 밖에서는 노동자와 청년들이 격렬한 항의 투쟁을 전개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월 14일 이탈리아에서도 상원이 460억 유로에 달하는 재정감축안을 승인했는데 여기에는 공무원 임금 동결과 보건의료 서비스 비용 인상(즉 복지 축소) 등이 핵심 내용으로 들어 있다. 미국에서도 공화당이 부채 한도액을 증액시키는 대가로 서민층에 대한 복지혜택 축소를 들고 나와 위기의 원인이 과도한 복지비 지출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그리스나 미국처럼 아직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하지 않은 영국에서도 보수당 중심의 연립정부가 재정적자를 빌미로 임금 및 복지 삭감, 연금개악, 공기업 사유화와 정리해고, 교육 재정 삭감(대학 등록금 인상) 등을 골자로 한 긴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맞서 6월 30일 공공부문 노동자 75만 명의 총파업을 비롯하여 청년층과 가난한 민중들이 항의투쟁에 나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에서도 보수언론과 전경련, 경총 등이 유럽 나라들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위기가 “복지에 대한 과도한 지출” 때문이라고 선전하면서 현재 한국에서의 “복지 포퓰리즘”이 유럽 같은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연일 경고하고 있다. 이것은 재정적자를 빌미로 자본의 위기 전가 공세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제 신용평가사, 예를 들어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오바마 정부에게 대대적인 긴축 재정과 복지비 삭감을 압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뒤이은 세계 공황 속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 마치 우리가 다 잊어버리고 있는 것처럼 자본가들과 정치가들, 그리고 부르주아 언론들은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당시 미국 오바마 정부를 비롯한 전 세계의 정부들이 세계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부었던가. 재정적자는 은행과 금융기관들을 살리기 위한 천문학적인 구제금융 투입 때문이다. 그리고 공황으로 인한 국가 세수의 붕괴(주로 기업 이윤 축소로 인한 법인세, 소득세 감소에서 비롯한 세수 급감)와 치솟는 실업수당 비용(정리해고, 일자리 축소로 인한) 때문이다. 결국 자본주의 위기가 재정적자와 부채를 야기 시킨 것이지, 의료와 교육에, 연금과 임금에 돈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 아니다. 결국 국가부채 위기는 금융자본을 필두로 한 자본가계급이 국가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손실을 사회화시켰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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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당시 어마어마한 액수의 구제금융 조치 같은 자본가 국가의 ‘경제 살리기’ 개입이 없었더라면 세계경제는 이미 붕괴했을 것이다. 그 덕에 세계경제 붕괴는 일시적으로 유예되었지만 그 유예의 대가로 생긴 것이 바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인 것이다. 따라서 이 국가부채 위기를 끝내 막지 못하면 일시 유예된 세계경제 붕괴는 다시 직접적 일정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리스 국가부도가 현실화되면 2008년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 같은 것은 애들 장난처럼 보일 것이라는 경고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세계의 지배계급들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위기를 불러온 이 같은 대대적인 국가 개입으로 세계경제 붕괴를 지연시킬 수 있었지만, 그러나 2008년 이래 전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공황을 가져온 근본적인 모순을 조금도 완화시킬 수 -- 해결은 고사하고 -- 없었다.

 

  이윤율 하락에 따른 과잉축적 위기

  생산력의 사회적 성격과 생산수단의 사적, 자본주의적 소유 간의 대립 ⁃ 충돌은 자본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모순이다. 이 모순의 발전은 19세기 말까지의 자본주의를 특징지었던 자본가들 간의 자유경쟁이 독점자본주의로 대체되는 지점으로까지 자본의 집적과 집중을 가져왔다. 독점자본주의 시대에 더 높은 규모로 자본의 가치증식은 자본주의적 이윤 전유의 족쇄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첨예한 모순을 빚는다. 자본가는 노동생산성을, 그리고 그에 따라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해 해당 산업의 평균 생산비용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여 경쟁 자본가들에 대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다. 전체 투하 자본 내에서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 노동, 즉 가변자본의 비율이 줄어드는 데 반해 단지 가치를 전달할 뿐인 기계, 원료, 부동산 등 불변자본의 비율은 상승한다. 이러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는 이윤율의 장기적 저하 경향을 낳는다.

 

  이윤율 하락 경향 때문에 자본가들은 취득한 잉여가치를 생산적 부문에 투자하길 점점 더 꺼려하게 되고 비생산적 부문으로, 금융 투기로 돌린다. 예를 들어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보라. 한국에서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소득세 감면 등 부자감세 혜택을 통해 대기업의 이윤축적이 생산적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그리하여 사회 전반의 소비와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이른바 ‘낙수 효과’를 가져올 것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수백조 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자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하고 있다. 나아가 정치권 내 가장 보수적인 세력(예를 들면 한나라당 내 친박세력)까지도 나서서 낙수효과론은 “실패로 검증된 이론”이라고 반박하며, 이제는 부자감세 혜택을 철회하고 확대된 세수를 통해 서민 복지와 수요 진작에 나서야 한다는 케인스주의 노선을 주창하기까지 한다. 이는 물론 선거를 의식한 ‘좌클릭’ 정치 쇼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정부가 대기업에 아무리 감세 혜택을 주고 심지어는 ‘기업의 팔을 비트는’ 압박을 해도 자본가들 입장에서 이윤을 가져올 전망이 안 보이는 곳에 투자를 할 리가 없는 현실을 보수세력 스스로의 입으로 밝힌 것이다.

현재 자본가들은 투기 카지노가 다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취득 이윤을 배당 지급, 자사주 매입, 부채 축소 혹은 해외투자에 지출한다. 잉여가치를 낳는 생산적 부분에서의 낮은 이윤율 때문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과잉 자본이 쌓여 있는 상황(그래서 비생산적 금융부문의 투기로 몰리는 상황), 이것이 자본의 과잉축적 위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년 금융공황은 바로 이러한 자본의 과잉축적의 산물이다. 단순히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본주의를 면책 시켜주는 논리가 된다. 맑스가 <<자본론>>에서 밝힌 자본 축적 및 붕괴의 법칙은 자본주의 발전의 일반적 경로뿐만 아니라 현 경제위기를 이해하는 데서도 열쇠를 제공한다. 현 위기의 본질은 지속불가능한 신용 확대와 축적 붕괴로 끝나는 자본의 과잉축적/ 과잉생산 공황이다. 정확히 맑스가 미래의 공황에 대해 자기 시대에 관찰하고 예견했던 것처럼, 과잉축적은 자본의 가치파괴와 불황이라는 폭력적인 과정, 즉 공황을 가져왔다. 이른바 ‘금융의 비대화’로 표현되는 가공자본의 증대는 이윤율 저하 경향의 산물이자 잉여가치 생산 부문들에서의 과잉축적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것은 ‘순수한’ 자본주의 발전의 ‘정상’ 경로로부터 비정상적인 이탈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 축적의 필수적인, 실로 본질적인 요소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와 분리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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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인플레 압력의 증대 또한 중국, 인도 등 빠르게 발전하는 아시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자본의 과잉축적으로 인한 결과이다. 애초 중국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의 거대한 팽창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가변자본 및 불변자본(특히 고정자본 부분)의 가치를 낮추는 효과를 가졌었다. 중국으로부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수입되는 값싼 제조업 제품이 세계적으로 인플레 억제 효과를 가져다 준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제는 급속한 중국 산업의 성장이 원자재와 식량, 연료에 대한 수요를 급증시킴에 따라 인플레 압력이 증대하면서 애초의 디플레 효과는 끝나버렸다. 이러한 모순의 작동이 2008년 공황을 그 직전 공황보다 더 첨예하게 만들었고, 중앙은행들의 끝없는 신용 확대 능력에 제약을 가했다. 그리고 그 결과 세계경제가 동시 불황으로 빠져들었다.

 

  현 위기의 뿌리와 성격

  현 위기를 7-10년 주기의 통상적인 순환적 위기를 넘어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위기”로 만든 것은 이 현재의 위기가 역사적으로 누적된 구조적인 과잉축적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은 수천만 명을 살육한 2차 세계대전으로 극복되었다. 전쟁으로 자본의 과잉축적이 확실하게 해소되면서 20여 년 간의 장기호황을 누렸지만, 다시 1973년-75년 과잉축적 공황이 터졌다. 이후 이삼십 년 동안 세계경제는 과잉축적과 하락하는 이윤율, 위기의 가중화 ․ 누적화 경향, 생산력의 정체 경향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적인 위기에 빠져들었다. 1990년 이래 부르주아지는 세계화 프로젝트(이른바 신자유주의 공세)를 통해 이윤율 하락 및 정체 경향을 극복하려 했지만 이 경향은 역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추세적으로 더 강화되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매우 불균등했는데 왜냐하면 기존의 서방 제국주의 중심국들과는 달리 중국과 인도 등에서 이 시기에 자본의 가속화된 축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991년에서 2008년 공황 발발까지의 세계화(글로벌화) 시기는 부르주아지의 전면적인 공세로 특징지어진 시기이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동구권의 세계자본주의로의 편입, ‘제3세계’의 예속과 착취 증대 등, 이러한 공격을 통해 부르주아지는 잉여가치율을 증가(주로 절대적 잉여가치의 증가)시킬 수 있었고 제국주의 초과이윤도 증가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쇄조치’로 하락하는 이윤율을 멈추게 하는 것이 더욱 더 어려워 질 정도로 자본의 유기적 구성도가 너무 고도화 -- 제국주의 시대에 자본주의 쇠퇴 경향을 가져오는 근원 -- 되어갔다.
  이런 이유로 인해, 증가된 이윤 총액 가운데 자본 축적으로 들어가는 몫은 계속 감소했다. 투기 영역으로 이동하거나(거액의 화폐자본이 고도로 투기적인 통화시장 및 헤지펀드 세계로 이동했다), 부채상환으로 지출 되는 비율이 점점 더 커져갔다. 세계화 시기에 부르주아지는 자본주의적 축적을 다시 소생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세계화 시기의 더 중요한 결과는 부르주아지가 갈수록 탐욕에 눈이 멀어 근시안적으로 오로지 미래의 비축고에서 미리 꺼내 씀으로써만(예를 들어 사내유보금에서 차입) 세계경제의 대대적인 쇠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세계화 시기에 글로벌 경제에 일정한 안정을 가져온 것도 대규모 부채 누적에 의한 것이었고, 소위 세계화의 ‘번영’을 낳은 것도 투기 부문의 거대한 인위적 팽창에 의한 것이었다. 현재의 모순을 잠시 은폐하고 얼버무릴 수 있었지만 이는 곧 미래의 모순을 팽창시키는(카드 돌려막기 식의) 결과를 내포하는 것이었다. 

 

  세계화 시기에 이러한 악화되는 과잉축적 경향은 세계경제의 심장부 미국에서 이윤을 기대할 수 없는 조건 때문에 자본가들이 그들의 잉여가치 가운데 자본스톡 확대를 위한 투자 몫을 줄여 나갔다는 사실로 나타난다. 이러한 자본축적 과정의 이완은 순투자(즉 확대 투자) 수준의 감소로 반영되었다. 자본의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어려움으로부터 발생하는 자본축적 과정의 이완 경향은 세계화 시기에 줄지 않고 오히려 아주 뚜렷해졌다. 유럽 제국주의 강대국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순 자본스톡의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1961-73년 기간 4.2%에서 2001년-05년 기간 2.0%로까지).

 

  사용되지 않는 잉여자본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자본의 가치증식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산업설비가동률이 감소하고 있는 사실이 바로 이에 대한 증거이다. 미국 내 산업에서 설비가동률이 고점에 이른 것은 1980년대에 85.1%, 1990년대에 84.9%였다. 2000년 이래 설비가동률은 결코 81% 지점을 넘어본 적이 없다. 반면 이 세 시기 경기순환(위 80년대, 90년대, 2000년 이후)에서의 저점들은 각각 78.7, 73.5%, 그리고 2009년 6월에 68%라는 역사적인 저점에 도달했다. 거칠게 말해서, 2009년 중반에 미국에서 생산적 자본의 약 1/3이 가치증식 과정을 위해 사용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이 여기서도 우리는 세계화 시기에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모순이 극대화되었음을 본다. 
  이 비틀거리는, 위기에 시달리는 자본축적 과정으로 인해 잉여가치는 더욱 더 투기 부문으로(2007년에 미국 이윤 전체의 41%가 금융부문에서 나왔다!) 흘러들어가거나, 아니면 해외 자본 수출로 빠져나갔다. 결과는 자본 확대재생산의 하향 곡선으로, 이는 세계화 시기에 상품생산 증가율의 하락으로 나타났다. 1960년대에 제국주의 중심국들에서 산업생산 증가율은 연평균 5%-13%였었는데 이 추세가 1980년대에는 1.7%- 4%로 떨어졌고, 2000년대에는 0.5%- 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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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2008년-09년의 “대공황 이래 최악의 위기”는 앞선 자본주의 시기, 특히 세계화 시기에 축적된 모순의 결과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호황기(1948년-72년)처럼 1992년 이후의 새로운 세계화 시기도 거대한 생산능력의 파괴로 시작했다. 이윤을 가져올 수 없는 기업(특히 러시아와 중국의)이 폐쇄되고 심지어는 아예 폐기되었다.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1939년-45년의 훨씬 더 큰 파괴와는 달리 세계화 시기의 시작 때의 파괴 과정은 과잉축적된 자본을 충분히 제거하는 효과를 가지지 못했고, 세계자본주의 체제로부터 생산력 정체 경향을 들어내지도 못했다. 그리하여 1992년-2007년의 세계화 시기는 결코 세계적 규모로의 생산력 발전이 지배적인 추세가 되는 자본주의 팽창기가 되지 못했다. 독일과 일본에서의 장기불황과 정체, 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서의 격렬한 가치파괴 공황,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의 미약한 회복 -- 미국 경제의 핵심적인 잉여가치 생산부문들을 쇠퇴하는 상태로 남겨 놓은, 또는 매우 부진하고 완만한 성장세로 머무르게 한 그 미약한 회복 -- 을 고려할 때, 결론적으로 1992년-2007년의 세계화 국면은 1973년-92년 국면과 다르지 않게 여전히 생산력 정체 경향으로 특징지어지는 시기로 남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화 시기는 결코 상향 발전의 ‘장기파동’ 국면이 아니다. 전후 호황이 종식된 1973년 이래 자본주의 체제를 괴롭혀 온 고질병인 구조적 과잉축적이 근본적으로 극복이 되지 못한 시기이다. 구 ‘제3세계’에 속한 신흥국들 및 중국에서 생산의 광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세계화 시기는 가장 발달한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경제를 구조적인 과잉축적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없었다. 가장 발달한 경제들에서의 지배적인 추세는 여전히 정체 경향이었다.

 

  세계화 시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번영’과 ‘역동성’을 보여준 시기이기는커녕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정립해 낸 제국주의 시대의 주 특징들(기생성, 독점, 부후화와 쇠퇴, 세계의 분할 및 재분할)이 확장되고 전면화된 시기이다. 이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분명하게 레닌이 다음과 같이 정의한 자본주의의 최고, 최후 단계 -- 자본주의의 쇠퇴 및 사회주의로의 이행의 시대 -- 에 속한 한 시기임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제국주의에 대해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하고 풍부한 정의로 시작해야 한다.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특수역사 단계이다. 제국주의의 고유한 특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이다. 제국주의는 독점자본주의이다. 기생적인 또는 부후 쇠퇴하는 자본주의이다. 사멸하는 자본주의이다. 독점에 의한 자유경쟁의 대체가 근본 특징, 제국주의의 본질이다.”

 

  이행 시대로서 제국주의 시대의 역사적인 성격은, 자본주의가 생산력 및 생산의 사회화를 크게 높여냈기 때문에 이것이 부르주아적 생산관계와의 충돌 -- 너무 첨예하여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붕괴를 일정에 올릴(물론 영구적으로는 아니지만) 정도의 충돌 -- 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있다. 다시 한 번 인류는 사회주의냐 야만이냐의 갈림길에 직면한다. 현재의 극적인 경제위기는 레닌 제국주의론의 타당성을 완전하게 확인해 준다.
  끊임없이 진전되고 있는 생산의 사회화와 국제화는 자본주의가 역사적 퇴물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쇠퇴하고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 하에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생산력의 풍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레닌의 다음과 같은 규정은 지금 특히 옳다.

 

“왜 제국주의가 사멸하는 자본주의인지, 사회주의로의 이행기의 자본주의인지는 분명하다. 자본주의로부터 성장해 나온 독점은 이미 죽어가는 자본주의, 사회주의로의 그 이행의 시작이다. 제국주의에 의한 노동의 거대한 사회화는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시대는 무르익어서 썩어문드러져 가는 자본주의 시대, 즉 막 붕괴하려 하는 그리고 사회주의로의 길을 만들 정도로 충분히 성숙한 자본주의 시대이다.”

 

  세계화 시기의 특수한 특징들이 우리 시대, 제국주의 시대, 자본주의의 최고 최후 단계의 본질적 특징을 제거할 수 없었다. 그렇기는커녕 제국주의 시대 내의 한 시기로서 세계화 국면은 쇠퇴하고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한으로까지 축적한 시기이다. 현 위기가 순환적 위기를 넘어 자본주의 체제의 역사적인 위기인 것은, 제국주의 단계의 최근 국면으로서의 세계화 시기에 이 누적되고 극대화된 모순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개량주의자들의 공상적 해결책

  개량주의자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도전과 침해로 나아가는 것을 한사코 기피하기 위해 언제나 체제 내적인 정책과 방안들을 찾는다.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및 금융 통제, 금융 공공성 강화, 토빈세 부과 등, 단지 표피적인 접근에 바탕한 공상적인 방안들을 해결책이라고 내놓았다. 재정 적자와 부채 위기가 터지자 이제 부자증세와 조세정의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보정당 의원들과 시민단체, 노동조합 지도부들을 포함하여 진보진영에 널리 퍼진 논리가 있는데 탈세를 막고 부자들에 대한 과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빈부 양극화 증대와 대기업들의 파렴치한 세금 탈루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만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탈세를 막고 부자증세를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반복되는 위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문제는 훨씬 더 깊은 곳에 있고, 따라서 우리의 해결책도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자본가계급은 재정 적자가 “망국적인 복지 포퓰리즘” 때문에, “퍼주기식 복지” 때문에, 심지어는 “각종 복지혜택으로 노동자들이 놀고먹기 좋아해서” 일어났다는 둥 온갖 참주선동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정부 지출을 감축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여 적자를 멈추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복지비가 삭감되고, 등록금을 1천만 원이나 내면서 대학에 다녀야 하고,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강요받고 있고, 연금 개악으로 연금 수령액을 삭감 당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개량주의자들도 복지 확충을 위해서는 재정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의 탈루 세금 환수를 요구하고 탈세와 싸워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는 여기에 동의한다. 부자 증세와 부자에 대한 누진세 요구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민주대연합 정부가 들어섰다고 가정해보자. 탈세를 막고 일자리를 위해 투자하라고 정부에 압력을 넣는 것에 대해 사회주의자들은 지지한다. 그러나 그것이 경제위기를 종식시키고 긴축을 멈추게 할 것인가? 결코 아니다.

 

  만일 탈세를 막는다면 자본가들은 그들의 돈을 해외로 빼돌릴 것이다. 그래서 탈루 세금 환수 요구를 넘어 자본가들의 은행 자산을 동결하고 이를 몰수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은행들을 보상 없이 국유화하여 노동자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만일 정부가 긴축을 거부하고 유용한 일자리 투자에 수십조 원을 지출하면 국제 채권시장, 즉 금융자본가들은 원화를 공격하여 가치를 저하시킬 것이다. 물가가 치솟고 인플레가 임금 가치를 저하시킬 것이다. 이에 맞서 우리는 임금을 실제 물가에 연동하는 물가지수를 작성하고 국가부채 무효화를 선언하고 투기꾼들을 감옥에 보내고 금융자본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수백조 원을 몰수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한국의 부채에 대해 외국 금융사들이 재정적자가 너무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고 우려를 보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대신 민주대연합 정부가 들어서도 마찬가지로 채권 시장의 거대한 압력에 곧바로 굴복하여 이명박 정부와 동일한 삭감을 실행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급진적인 정부가 삭감안을 거부하고 케인스주의자들이 제안하는 대로 지출을 시도한다면 자본가들은 투자 파업에 착수하여 자금을 차단하고 한국 원화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여기에 맞서 사회주의자들은 이들 거대 금융기관 및 투자가들의 기금을 몰수하고 외환에 대한 국가 통제를 부과하고 일체의 채무를 무효화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을 가능한 한 가장 빠르게 다른 나라들로 확산시킬 것이다.
복지 삭감 및 긴축에 대항하는 우리의 행동강령은 고액 탈세자들의 탈루 세금 환수 요구만이 아니라, 일자리와 공공서비스에 더 많이 지출할 것에 대한 요구만이 아니라 부채 무효화와 국채 보유자들의 투기자금 몰수 요구를 포함한다.

 

  만일 한나라당이 4년 안에 부채와 적자를 없애겠다고 한다면, 그리고 민주대연합 정부가 이를 2년 안에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우리의 대답은 ‘하룻밤이면 충분하다’이다. 이 세계의 국채보유자들과 금융자본가들한테 당신들에겐 단 한 푼도 갚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면서 말이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에서도 우리가 한 선례를 따라 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자본가들은 국가부채 위기의 전염병이 EU의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번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제 저들은 이러한 투쟁의 전염병이 번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할 것이다.  
  유로존에서든 한국에서든 결과는 계급투쟁에 달려 있다. 자본주의의 안정화와 자본의 확대재생산 안착은 오직 노동자계급의 일자리와 복지가 파괴된 폐허 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복지 삭감과 긴축에 저항하고 그것을 분쇄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그리스와 이집트 노동자들의 길을 따라가고 그들의 분투를 넘어설 수 있다면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긴축에 반대하는 전투에서 모든 승리는 의심할 바 없이 국제 금융자본으로부터 광란의 대응에 부닥칠 것이다. 국제 금융자본은 국가가 노동자들에게 위기를 전가시키지 않으면 국가 전체를 파산시킬 기세로 덤벼들 것이다. 왜 대중적인 반긴축 운동의 논리가 전 계급적인 정치권력 투쟁으로 직접 이어지는지 그 이유가 여기 있다. 왜 긴축에 대한 전투적 반대가 반자본주의 논리를 취하는지 이유도 여기 있다. 우리의 투쟁들을 대안적인 체제,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연결시켜서 이 반자본주의 논리를 대중적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부채 위기는 자본가들이 국가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손실을 사회화시켜서 생긴 것이다. 부채는 계속 늘릴 수 없다.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더 이상 굴러가지 않고 있고, 이제 막장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본가들이 설사 이번에 채무불이행이나 국가부도를 넘기고 이후 2년을 버텨낸다 하더라도  다음번 금융위기는 자본가 정부들이 또 다시 구제금융 기금을 걷는 것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다음번에는 이번보다 훨씬 더 깊은 체제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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