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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로 오는 날 - 농성 1314일차 재능 투쟁문화제

 

"비가 억수로 오는 날"

  

- 농성 1314일차 재능 투쟁문화제 -

  

 

  정동 경향신문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빗소리가 들린다. 경향신문 건물에서 희망버스 기획단 회의를 하다가 블라인드를 젖혀 밖을 본다. 폭우가 흩뿌린다. 재능학습지 투쟁문화제가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 담당으로 있는데 걱정이 된다. 화가 동지 초청해서 재능투쟁 관련 밑그림에 참가자들이 그림그리기 행사가 있는 날인데 두 시간 남겨놓고 천재지변이다. 구청에서 다음 주에 재능 농성장 철거한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하지만 무시하고 농성장을 그림으로 꾸미려 했는데 어긋나게 생겼다. 마침 두 주 동안 준비하신 화가 동지도 안 되겠다고 연락이 와서 추후에 진행하기로 했다.

 

  덕수궁 돌담길

  회의 끝나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대한문 앞에서 정당들 농성장은 물난리로 난리가 나있다. 지하도로 돌아서 재능 농성장에 가기보다, 도로로 흘러넘친 물에 신발이 젖는 편을 택한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다시 무단횡단으로 재능 농성장에 도착했다. 함께 그림그리기는 취소했어도 재능집회는 비와도 취소된 전례가 없어서 취소할 수 도 없다. 겨울에는 추운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여름에는 장마와 무더위로 비와 땀으로 젖으며 몇 해를 투쟁했었던 수 많은 동지들, 기륭전자 동지들, GM대우 비정규직 동지들, 이랜드-뉴코아 동지들, 콜트-콜텍 동지들, 하이텍 알씨디 코리아 동지들을 생각하면 이정도 폭우는 어린애 장난이다.

 

  환구단 문화재

  그래도 걱정이다. 이 비를 맞을 각오를 하고 오는 동지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하고 생각한다. 비가림막이 되는 문화재 입구에서 오순도순 앉아서 간담회를 할까 고민도 해본다. 빗소리에 간담회도 안 될 것 같다. 마침 재능 황창훈 동지가 앰프시설이 있는 차량을 몰고 온다. 간담회 이야기 꺼내보았다가 간담이 서늘해진다. 무슨 이야기냐고.
  연대온 전해투 동지랑 함께 투쟁문화제 준비를 한다. 문화재 입구쪽에서 문화제 진행하는 것으로 했다. 사람이랑 앰프가 비 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뒤편에 환구단이라고 조선 말기에 하늘에 제를 지내던 곳이 있다. 그것 때문에 재능농성장 자리도 문화재청 관할이라서 자꾸 농성장 철거 요청이 들어온다. 하긴 환구단이 무슨 죄인가? 썩을 재능 자본과 그들의 뒤를 봐주는 경찰과 시청구청이 나쁜 놈들이지 생각한다. 그래도 오늘 만큼은 문화재가 문화제에 도움이 된다. 간만에 가치 있는 일을 하는구나.
  곰곰히 생각한다. 재능 농성장이 20미터 넘게 떨어진 문화재에 무슨 피해를 주는 건지 참... 환구단 자리에 일제가 호텔을 세웠는데, 그것이 지금의 조선호텔이다. 재능농성장보다 수백만 배 크고 문화제를 뒷마당으로 쓰고 있는 조선호텔을 철거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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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제는 시작되고

  이렇게 준비하는 사이, 하나둘 동지들이 오고 성신여대 학생행진 동지들이 온다. 그리고 빈철연 동지들도 온다. 한기연 동지들도 온다. 모르는 동지들도 온다. 세어보니 40명이다. 이렇게 문화제를 시작했다. 민중의례 시간에 서울대 병원에 누워계신 이소선 어머님이 생각난다. 기적적으로 깨어나시면 얼마나 좋을까...

  여는 발언은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 동지가 나섰다. 1314일 동안 투쟁하는 동안 많은 연대 단위가 결합했다. 이제 재능 동지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연대한 모두의 투쟁이 되었다. 노동자들의 무기는 연대와 단결이다. 거기에 하나 더 명확한 강령에 입각한 혁명정당이 필요하다. 재능투쟁과 더불어 혁명정당 건설을 향하여 열심히 전진할 것이다. 등등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 번째 연대발언으로 사회당 사무총장 신석준 동지가 투쟁하는 동지들은 어떠한 재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다. 세 가지를 이야기 한다고 했는데, 다른데 신경 쓰느라 못 들어서 미안하다. 아마 다른 동지들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도 셋 중에 하나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은 한기연(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동지들이 문화제 참가자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어버리는 춤과 노래공연이 있었다. 투쟁하는 현장에서 이렇게 만나는구나. 죽어서 잘되자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현장에서 함께하는 동지들을 만난 것이다. 타워팰리스 재능회장 집 앞에서 기독교 대책위 예배 때 공연보고 두 번째 보게 되었는데, 여전히 새롭다.   

 

  두 번째 연대발언은 빈철연 동지가 했다. 벌써 재능에서만 몇 번째 되는데, 이제는 문화제 참가와 더불어서 재능공대위에 전빈련이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큰 박수를 받았다. 

 

  세 번째 연대발언은 성신여대 학생동지가 했다. 학생 중에서도 어린 동지였는데 발언하다가 갑자기 깔깔깔 웃어서 주변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 동지의 발언도 생각나지 않고 웃는 장면만 생각이 난다. 사실 비가 억수로 오는 날, 이것저것 신경 쓰면서 사회 보고, 더구나 웃기기까지 하면 발언은 도무지 생각이 안 나게 된다.
그리고 성신여대 학생동지들이 단체로 즐겁게 문화공연을 해주었다. 전날도 재능교육 불매운동본부 주관 투쟁문화제에서 비 맞아 가면서 문선을 해주었다.

 

  투쟁발언은 오세철 선생님이 해주셨다. 아니 문화발언이 어울릴 것이었다. 대학로에서 연극 “반도체 소녀” 공연을 완전히 마무리 짓고 투쟁문화제 참여했다. 작년에는 막내 연극배우가 맞았는데, 지금도 막내 배우라고 우기고 있다. 오세철 선생님은 배우 노동자들도 특수 노동자라 하시면서, 이런 노동자들의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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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제를 진행하는 사이에 김성만 동지가 교육청 노조 행사에 끝나고 1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차 끌고 한 시간에 걸쳐서 재능 농성장까지 어렵게 오셨다. 월요일에 재능문화제는 성신여대 학생동지들에게 맡기고, 김성만 동지는 유성투쟁 문화제에 참여하느라 못 왔다면서 화요일 문화제에 온 것이다. 이렇게 생각지도 않았는데 공연해줄 때! 앗~싸 가오리!

 

  마지막 재능 유명자 동지가 마무리 발언을 길게 했는데 생각나는 것은 8월초 재능 농성장 철거 계고에 관한 것이다. 재능 농성장이 문화재 관할 땅에 있고, 바로 1미터 옆에는 인도라서 공유지고 구청관할이다. 그래서 철거하겠다고 단속 나오면 단속자들의 소속에 따라서 옮기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재능 농성장을 완전히 철거하기 위해서 단속권한을 아예 구청 공원녹지과로 몰아주었다. 이제는 재능 농성장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항의전화도 중구청 공원녹지과(02-3396-5883)로 몰아주자. 그리고 트위터로 다른 동지들에게 항의전화 하도록 알리자. 8월초 휴가철이지만 동지들의 연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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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제는 끝나고 수해는 시작되고

  서울시 전체가 수해로 난리다. 8월초에 어떤 일이 있어도 재능 농성장 철거할 것으로 경찰과 시청구청 이야기 되었는데, 이번 폭우로 수해복구에 인력을 동원해야하는지 아니면 재능 농성장 철거를 위해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지 난감해할지 모르겠다. 자본의 하수인들은 어떠한 상식을 갖고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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