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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1호] 장기투쟁사업장 : 이제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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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기투쟁사업장 :

 

이제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 할 때다!

 

 

                                                - 강종숙

                                                                                                 (학습지노조 위원장)

 

 

장투사업장, 이제는 특별하지 않은 이름

사용자 삽입 이미지  1895일, 그렇다. 기륭전자분회가 투쟁을 ‘마무리’하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5년하고도 2개월여의 길고 긴 시간.
  1,300일, 2011년 7월 12일 현재 아직 끝나지 않은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의 투쟁일이다. 3년을 넘어 4년을 향해 가고 있다.
  이외에도 KTX 여승무원, 코스콤, 이랜드-뉴코아,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GM대우 비정규직투쟁 등 무수히 많은 장기투쟁의 사례들이 있다. 여기에 열거한 사례의 투쟁일수만 합해도 1만일을 훌쩍 넘어선다. 이처럼 근래에 벌어진 투쟁들은 예외 없이 ‘장기투쟁사업장’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수백일 이상의 장기투쟁!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심신을 망가뜨린다. 용역깡패들의 폭력, 협박과 성추행으로 하루하루가 끔찍한 고통의 연속이고 초인적인 인내를 요구한다. 그 긴 시간 동안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절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다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며 그렇게 수백 일을 지샌다.
  그러나 결코 물러서지 않는 것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자본가들 역시 노동자들의 투쟁에 맞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수백일의 투쟁을 할 때까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으며 마무리 시점에도 완강히 버티면서 갈수록 굴욕적이고 심각한 내용을 담아 ‘합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고 이러한 태도가 먹혀들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위원장, 지부장, 지회장 등 지도부는 물론 가장 비타협적으로 싸운 평조합원까지 복직에서 제외되는 선별복직이 관례가 된 지 오래다. 짧으면 1년, 길게는 3년까지의 복직유예기간이 기본이 되고, 으레 쌍방취하로 정리됐던 민형사소송도 갖은 조건을 달거나 합의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기까지 한다. 단지 엄포용 가압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아 수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집행하고 압류경매처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선례’라는 이름의 족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기투쟁이 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비정규직노동자라는 신분 자체가 커다란 제약으로 다가온다. 또 많은 사업장이 장기투쟁으로 접어들면서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중도에 떠나가고 결국 소수만 남아 단식, 삭발, 고공농성 등을 결행하며 결사적으로 버티게 되는 상황이 나타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원대책위나 공동대책위, 공동투쟁본부의 힘이 요구되고,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해결이 요원해 보이기에 ‘마무리’ 시점에서 온전하게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쉽사리 무장해제 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선례’라는 이름의 족쇄이다. 그것도 노동자들에게는 갈수록 가혹해지고 굴욕적인 ‘선례’.

 

너무나 처절하고 아픈 투쟁의 기억,

그러나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만 하는 기억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백 일을 처절하게 싸우며 자본가들과 용역깡패들의 폭력에 이를 박박 갈던 투쟁사업장 노동자 그 누군들 가혹하고 굴욕적인 합의서에 도장을 찍고 싶겠는가? 그 긴 시간이 억울해서라도, 가장 앞장서 싸웠던 동지를 두고 나만 복직하는 것이 미안하고 분통해서라도 좀 더 버텨서 모두가 복직하고 굴욕적인 합의문을 거부하고 싶은 것이 그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급단체나 지대위, 공대위를 통해 교섭이 진행되고(자본가들은 특히 비정규직투쟁과 관련해서는 기를 쓰고 당사자를 빼고 제3자와 문제를 ‘해결’하려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압박에,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는 설득에 갈등하게 된다. 너무나 현실적인 고통과 처절하고 아픈 투쟁의 기억이 맞물리면서 성에 안 차지만 못 이기는 척 합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게다가 또 다른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도 눈물을 머금고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했지 않느냐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합리화하고픈 욕구도 강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너무나 처절하고 아팠던 만큼 다시는 그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기억을 찬찬히 곱씹어 봐야 한다. 바로 그 길이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고 다시 ‘선례’에 무릎 꿇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새로운 선례는 가능하고 이제 그 첫발을 내딛을 때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선례는 단지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자본가들은 우리들보다 더 철저하게 다른 사업장에서의 투쟁돌입과 진행과정 마무리까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고 대처한다.
  학습지노조의 지난 5년여의 투쟁만 놓고 보더라도 2006년 대교투쟁과 2007년 한솔교육투쟁이 달랐다. 한솔교육은 해고자복직과 관련하여 6개월 동안 해고자에 대한 ‘평가’기간을 요구했고, 민사소송에 따른 집행은 하지 않겠지만 끝까지 진행하겠다고 했다. 지난 3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던 재능교육이 올 초 들고 나왔던 안을 보면 핵심요구인 단체협약 원상회복에 대해 불가입장을 천명하고, 해고자에 대해서는 역시 3년에 이르는 복직 유예기간과 선별복직, 한솔교육 사례와 마찬가지로 민사소송의 취하 거부 등을 들고 나왔다. 보는 것처럼 ‘선례’가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되어 갈수록 우리들의 발목을 잡고 목줄을 죄어오고 있다. 개별사업장만의 합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합의가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시급하고 단호한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역시 기존 ‘선례’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이제 노동자들이 교훈을 삼을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자본가들에게는 뼈아픈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할 것인가? 답은 당연히 후자여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가 힘든 만큼 자본가들도 힘들다. 돈과 권력으로도 안 되는 것이 분명히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단체협약 원상회복은 불가능한가? 현재의 투쟁동력으로 유예기간 없는 해고자 전원복직은 꿈같은 얘기인가? 단언하건대 결코 아니다. 3년을 버티던 재능교육이 어쨌든 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무엇을 말하는가? 단체협약 원상회복 없이는 결코 투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기가 자본가의 눈에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비친다면 새로운 선례는 가능하다. 우리가 복직을 위해 3년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그 기간만큼 더 싸워서 3년 되는 날 복직하겠다라는 각오로 싸운다면 새로운 선례는 충분히 가능하다.

 

  모두들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그 길, 새로운 선례를 만드는 투쟁. 재능교육지부가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동지들 아직도 믿지 못하겠는가? 여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우리 함께 어깨 걸고 일단 첫 발을 내딛자. 그리하여 새로운 선례를 함께 만들어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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