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말잔치

분류없음 2016/09/27 02:23

 

1993년에 태어난 청년학생, 대학생이 쓴 글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런 글을 읽었다. 제목이 무려 "백남기 사망 - 지긋지긋한 사망유희" 이다. 1893년에 태어난 전근대적인 어르신이 쓴 글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데 이건 뭐지 싶다.

 

 

정은이 청년학생께서 예로 드신 사례 "난로" 와 "사육사" . 말 잘했다. "난로"의 기능은 실내 혹은 난방을 목적하는 제한된 장소의 기온을 높이거나 유지해 인간 삶의 질을 쾌적하게 하는 데에 있지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데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누군가 난로를 사용하다가 해를 입었다면 목적에 반한, 즉 명실이 상부하지 않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 된다. 이럴 때에는 그 행위자가 어쩌다가 그런 해를 입었는지 밝혀야 한다. 정은이 청년학생은 "손을 지나치게 가까이 하여 화상을 입은 행위자의 잘못"이라고 단정한다. 전혀 그렇지 아니하다. 정은이 청년학생의 문맥으로 보건대 아마도 정은이 청년학생은 조선시대에 쓰던 화로를 현재 21세기의 "난로"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고회로가 그 수준으로 제한됐다는 얘기다. 시대적 맥락 - 조선시대, 물리적 맥락 - 화로 (손대면 덴다. 아 뜨거)

 

 

사용자 삽입 이미지귀뚤에미 놔드려야겠어요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정은이 청년학생은 아마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난로라는 물건은 공장시스템(매뉴팩처)을 통해 대규모로 생산된다.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은 (장차 있을지도 모를 소비자/피해자들의 고소고발에 대비하기 위해) 사용안내서나 정부에서 마련하여 통일한 안전지침, 안전펜스, 아니면 최소한 케이에스마크 따위라도 붙여서 판매시장에 내보낸다. 아주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난로라도 처음에 사면 깨알같은 사용설명서 (인스트럭션) 따위가 최소한 한 장 씩은 들어있을 것이다. 이게 없다면, 즉 안전한 난로사용안내서가 없다면 혹은 내용이 불충분했다면 화상사고의 책임은 (일부분 혹은 전체) 난로를 만든 회사가 져야한다. 형사상 책임 혹은 최소한 민사상 책임이라도 회사/ 기업이 져야 한다.

 

 

한편 사람들이 모두 사용안내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난로가 작동하면 뜨겁고 위험할 수 있다는 신호를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미리 줘야 한다. 그것은 노란색 "위험" 혹은 "으미 뜨거" 같은 표지판이 될 수도 있고, 철사로 만들어 난로를 감싼 펜스, 모래를 담은 안전판넬,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알람을 울리는 센서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는지 상황과 맥락에 맞게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신호"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물건을 만들어 이윤을 올리는 기업은 소비자들이 물건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안내했는지, 소비자는 또 어떤 식으로 안전에 만전을 기했는지, 사용자에게 안전한 환경이었는지,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위자의 책임"이라고 덮어씌우면 답이 없다. 이건 마치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난 그 사람들 잘못" 이라는 말 같아서 몹시 말 같지가 않다. 아무말이나 한다고 다 말은 아니다. 무슨 아무말대잔치하는 데도 아니고.

 

 

갈비뼈가 부러진 아이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사파리를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철저한 안전대책과 매뉴얼을 수립해야한다. 사육사나 사파리운행가이드에게 안전교육을 시켜야 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FIRST-AID/ CPR (응급처치/ 심폐소생술) 교육도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나 아이들, 임산부, 노인들을 손님으로 받는다면 그에 응당해 단계별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사파리서비스를 제공하여 돈을 버는 회사가 만약 이러한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혹은 마련했다 하더라도 부실하게 운영했다면 당연히 갈비뼈가 부러진 아이가 완쾌할 때까지 경제적, 심리적, 의학적 책임과 보상을 해야 한다. 안전대책을 철저히 했다손쳐도 회사가 온전히 책임을 면할 길은 없다.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아이가 부주의했다" 고 단정하여 행위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에서는 어린이들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다. 그런 사회는 존재할 가치도 이유도 없다. 어린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이 건강하게 살아남아 생존할 수 없는 세상인데 그 사회가 어떻게 존속할 수 있단 말인가.

 

 

조선시대에 쓰던 화로는 장인이 열과 성을 다해 만들었겠지만 당시에는 사용안내서, 안전지침서, 케이에스마크 따위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조선시대 서민들이 살던 가옥은 겨울을 이겨내기엔 너무 추웠고 청동화로라도 들일 수 있으면 다행이었지만 이조차도 언감생심인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안전", "쾌적한 인간 생활" 이라는 개념은 어쩌면 그 때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쌀밥에 고깃국만 먹어도 천국이었을테니까. 1970년대만 해도 깨진 구들장 사이로 연탄가스가 새어나와 밤사이 안녕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꽃개도 연탄가스 마시고 죽을뻔 했던 일이 있었다. 1980년대 말의 일이었다. 전근대와 근대가 병존하던 시대였다. 부지깽이로 쑤셔가며 한 겨울을 나던 화로쓰던 시절의 이야기를 1993년생의 대학생이 읊어대고 있는 것을 보니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나 싶기도 하고 공적자원 (교육부 지원금: 세금) 을 들여 저렇게 타입슬립한 청년에게 고등교육 (대학교육) 을 제공하는 게 의미있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누구이고 지금 여기는 어디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저런 친구는 학기 당 등록금을 일 억 정도는 내야 국가적 수준에서 고등교육서비스를 제공해도 아깝지 않을텐데 뭐, 그런 생각도 들고 그렇다. 젊은 친구가 참 안됐다.

 

 

* 백남기 선생이 부디 영면하시기를 그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The case of Liebeck v. McDonald's Restaurants / Hot Coffee (film, 2011); 맥도날드는 이 사건 뒤로 일회용 커피컵에 "이 커피는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노티스를 인쇄했다.

 

* 대한민국 헌법 10조

 

* 사진 가져온 데: http://study.zum.com/book/13180 근대 시설의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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