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낙서중

분류없음 2016/09/28 00:57

 

오대양 육대주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오신 분들과 일하는 기회가 많아 대략적으로는 감사하면서 살고 있는데, 왜냐하면 이런 기회를 삶에서 누릴 계기가 희박하니까 - 그런데 정말이지 견디기 힘든 경우들이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그 사람들이 나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클라이언트일 경우엔 그냥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서비스이용자인데다가 대부분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여타 다른 어려움을 혼융한 상태로 살고 있고 무엇보다 권력관계 (power balance) 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나 혹은 나의 동료들은 그들을 디스미스할 수 있는 - 그러니까 그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단절시킬 수 있는 - 권한을 갖고 있다. 간혹 이 권한을 미스유징하는 워커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따라서 언제나 이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일해야 한다. 서비스이용자들 또한 이 관계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이 동료인 경우에 있다. 사람마다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다르고 따라서 저마다 다른 기준의 윤리의식이랄지 태도를 지니기 마련이다. 여기까지는 뭐 괜찮다.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분위기, 커뮤니티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타성에 젖어 직장생활을 하면 동료들이 힘들다. 그들은 그것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적극적으로 고치려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들이 익숙한 것을 늘 경계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깨닫는다.

 

자식을 키우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아주머니들이 그 동료일 경우엔 사정이 다소 다르다. 그들을 다 이해하고 받아주고 서포트할 이유는 내게 없다. 하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같은 유색인종/ 비백인으로서, 같은 이주노동자로서 공감대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 이해하고 감당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들도 상대가 받아준다, 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 끝도 한도 없이 들이민다. 바운더리를 설정하고 꽃개는 그 이상 넘어오면 얄짤없어, 라는 것을 상대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면 대개 그 바운더리 안에서 조율하거나 넘어오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한다. 백퍼센트는 아니지만 여성들은 이게 대부분 가능하다.

 

문제는, 진짜 문제는 서구유럽사회 혹은 제국주의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에서 오신 남자, 아저씨들에게서 발생한다. 여기에 더해 인구가 많아 이동하는 인구의 비율 또한 높은 나라/ 지역에서 오신 분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중국, 나이지리아 같은 아프리카 몇 개 나라. 여기에 젠더이퀄리티가 현저히 낮고 미소니지-여성혐오 문화가 공기처럼 자리잡았거나 차별방지법 같은 건 꿈조차 꿀 수 없는 나라에서 오신 분들. 가령 먼저 나열한 나라에 더해 한국, 이슬람 국가들, 카톨릭 국가들...

 

이민을 해서 사는 터전의 뿌리를 바꿨다고 한들 생활방식/ 사고방식까지 바꾸기는 어렵다. 가령 한국에서 이민와서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대부분 한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식으로 산다. 그것을 선호한다. 그것을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한국식 문화에도 좋은 것, 따뜻한 것, 괜찮은 것, 오래도록 보존하고 싶은 것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민온 연차가 높을수록 이 현상은 더 도드라진다. 80년대에 오신 분들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박정희/ 전두환에 머물러 있다. 90년대 오신 분들도 노태우/ 김영삼 방식에 익숙하다. 밀레니엄 시대에 오신 분들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다. 꽃개는? 꽃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날이 개선하기 위해 일일신우일신하기 위해 애는 쓰고 있지만 나고자라서 배운 게 어디 가겠는가 말이다. 늘 언제나 경계하고 새로운 것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 좋은 것은 재빨리 취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런 이민자들이 키우는 아이들의 사고방식, 생활방식은 어떨까? 다른 게 있을까? 오히려 더 꼬일 수 있다. 가령 학교에서 사회에서 배운 문명화된 방식 + 집과 가정에서 배운 전통적인 방식 가운데 자기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맥도날드 같은 데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한다. 이 돈을 저축하기도 하고 최고급 아이폰을 사고 데이터를 구매하는 데에 쓰기도 하지만 하우징 비용/ 그로서리 비용으로는 쓰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님과 동거하는 문화가 지배적이고 자기 집에서 사는 자식들에게 하우징 비용 (방값) 이나 식료품 값 (그로서리 비용) 을 청구하지는 않는다. 이민자들의 자식들, 이민 1.5세대, 2세대들은 대부분 부모님 집에서 얹혀 살지만 부모들에게 하우징 비용과 그로서리 비용을 내지 않고 부모들 또한 애써 청구하지 않는다. 부모 세대에게 당신의 자식들에게 집세와 식료품 값을 청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아이들도 그냥 그렇게 그런 방식으로 편의를 취한다. (감사의 의미로 돈을 드리는 아이들도 물론 당연히 있을 것이다.) 뭐 그런 방식 또한 나쁘지 않다. 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거니까.

 

그런데 나는 가끔 의아한 게 있다. 한국에서 자기 자식들을 조기유학시킨다고 일찍부터 데려오거나 홀로 보내 한국인 가정에 맡긴다. 아이들과 함께 건너온 경우, 여기까지 와서 또 한국인 커뮤니티에 정착해 한국 본토에 있는 교회보다 더 보수적이고 유교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한국인 교회에 다닌다. 아이들은 이 나라 학교에 다니지만 집에 가면, 주말에는 한국본토보다 더 보수적이고 유교적인 커뮤니티에서 성장한다. 나는 이런 아이들의 뇌 속이 얼마나 복잡할까 그런 의아함과 궁금함을 가끔 품는다.

 

간혹 이민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형사범죄를 저질러 꽃개가 일하는 곳에 오는 젊은 청년들을 보면 그들이 어떤 성장과정을 겪었을까 생각한다. 대화를 나눠보면 단절이 많다. 부모님은 좋은 분들이고 나는 그들을 사랑해. 그런데 어느날 위기상황(에피소드) 이 발생하면 대부분 부모님을 욕하고 저주한다. 글쎄 뭐 여기까지도 흔하고 흔한 그런 스토리다. 꽃개도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저주하고 욕하는 그런 때가 왕왕 있었으니까. 

 

직장에서 만나는 동료들 가운데 중고등학생을 키우는 사람들은 고민이 많다. 이 나라는 그들이 떠나온 나라보다 "유혹"이 더 많다. 7학년 (중학생) 만 되어도 마리화나 같은 약물(드럭) 의 유혹이 많다. 학교 정문만 벗어나도 담배를 피워물 수 있다. 10학년이 넘어 혼자 돌아 다녀도 되는 권리를 누리는 아이들은 그만큼 더 또래 아이들의 압력과 따돌림 문화에 쉽게 노출된다. 남학생들은 동네 갱들이 권하는 유혹 (약물거래조직에 참여하고 그 이권을 누리는) 에 보다 쉽게 노출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한국에서 오신 학부모들이 "좋은 학군"을 따지는데 그런 학군이라고 위의 문제들이 없지는 않다. 오히려 잘생기고 집안 좋은 백인아이들이 약물을 더 많이, 은밀히 하는 경우도 많다. 혹은 좋은 학군이라고 해서 애써 찾아가 아이를 등록시켰는데 한국인, 인도인, 이란인 학생들만 바글바글한 케이스도 있다.

 

이 낙서를 어떻게 마쳐야할지 잘 모르겠다. 속이 복잡하고 시끄럽고 그렇다. 직장에서 나를 괴롭히는 (본인들은 본인들이 하던대로 살아온대로 하는 거라고 믿고 있겠지만) 몇몇 나라 출신 아저씨들아, 나는 너의 엄마가 아니야. 관심없어, 라고 말하면 그 주제로 더 이상 대화하는 게 아니야, 그런 얘기까지 해줘야 겠니. 너 진짜 무례한 사람이구나, 이런 무례한 말을 내 입으로 꼭 해야 알겠니. 상대방이 컴퓨터를 하고 있을 땐 그냥 모르는 척하는 거야. 너 야동볼 때 누가 뭐라뭐라 하면 좋겠니. 음식을 권할 땐 먼저 물어보고 권해, 상대가 싫다고 하면 몸에 좋다는둥 맛있다는둥 후렴은 하지마. 기침할 땐 가리고 하는 거야. 아무도 네 더러운 침에 관심없다구. 동료가 싸온 음식은 너를 위해 싸온 음식이 아니야. 관심 끊어. 네가 집에서 가사노동을 얼만큼 하는지 네 동료는 관심없어. 칭찬받고 싶으면 너를 낳아준 엄마한테 자랑해. 가사노동이 힘들면 도우미를 들여. 그럴 돈이 없다구? 그럼 아닥하고 조용히 해. 화장실에 들어갈 땐 노크를 먼저 하는 거야. 무엇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여자들은 너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 있는 꽃이나 방향제가 아니란다. 우리 이제 문명인으로 좀 살아보자. 화이팅!

 

 

 

 

2016/09/28 00:57 2016/09/28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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