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자

분류없음 2018/09/06 00:43

미류님의 [] 에 관련된 글.

 

미류 님께서 본래 포스팅에서 개진한 아이디어는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한 생각이다. 프라이버시 보호에서 담아내지 못한 한계 (실상에서 오는 젠더적 차이) 를 잘 짚어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견의 생각을 펼치자면, 

보편적인 "인권" 을 보자. --- 출신과 성 (타고난 성과 나중에 자기결정에 근거해 적극적으로 채택하여 표현하는 성에 무관하게), 나이, 쓰는 언어에 무관하게 모든 인간은 나면서부터 권리를 갖는다. 유엔인권선언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제 1조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 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 났으므로 서로를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엠네스티 한국 지부 웹사이트에서 가져옴 https://amnesty.or.kr/resource/세계인권선언/

 

Article 1.
 
All human beings are born free and equal in dignity and rights. They are endowed with reason and conscience and should act towards one another in a spirit of brotherhood.

유엔 웹사이트에서 가져옴 http://www.un.org/en/universal-declaration-human-rights/

 

* "형제애 (brotherhood)" 가 거슬리는 건 기분 탓이겠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꽃개가 매일 만나는 망명자 (난민) 출신의 한 개인과 이 나라에서 나고 자란 중산층 출신 백인남성인 한 개인의 인권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대접의 무게를 나는 결코 "같다" 고 말할 수 없다. 아니 말하기 힘들다. (대놓고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 당장 그 백인 남성 개인과 꽃개의 인권-사회적 대접을 놓고 봐도 그렇다. 이것은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삶의 문제다. 불평등하다. 그렇다고 해서 인권선언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거나 인권선언대로 왜 정부는 일하지 않느냐, 고 타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위와 PC (정치적 올바름) 을 주장하는 것과 실제 부조리-불평등을 고쳐나가는 일은 각기 그 그릇의 성질이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와 동의문화 (consents culture) 가 익숙하지 않거나 아예 본 적도 들어본 바도 없는 무리들은 "자유" 를 부르짖는다. 불법카메라를 살 사유, 설치할 자유, 타인의 신체를 (당사자의 허락없이) 점유해도 괜찮다고 믿는 자유-그리고 그것을 직접 실행할 자유, 혹은 그것으로 금전적 이익을 얻을 자유... 이미 이 정도 되면 형사상의 경계를 넘어섰다. 매우 전형적인 변명이 "몰랐다" 이다. 혹은 "술에 취해서 기억나지 않는다" 이다. 심지어 "너무 화가 치밀어" 라고도 한다. 몰랐다고, 알지 못한다고, 성질이 뻗쳤다고 해서 처벌을 유예하거나 감경할 이유는 없다. 모르는 것도 죄다. 왜냐하면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 민형사상의 바운더리를 훌쩍 넘어선 일을 공동체에서 관리하고 토론하고 교훈으로 삼아 일이 진전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일부 단체에서 진행하는 반성폭력 내규 같은 것 말이다.)

 

여성이나 아이, 노인들, 성적 소수자들, 이주민들의 프라이버시는 상대적으로 더더욱 쉽게 무시된다. 그들 존엄의 무게가 그들의 카운터파트너들인 남성, 어른, 장년층, 시스젠더, 원주민들에 비해 다르지 않음에도 실제 세계가 돌아가는 형국은 완벽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들 (2등 시민) 의 존엄과 권리, 그리고 한 인간 개체의 존엄과 권리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프라이버시" 는 1등 시민과 그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의해 아주 쉽고 간단히 짓밟힌다. 무엇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프라이버시 외에 안전할 권리, 가령 안전한 곳에서 잠 잘 권리, 안전한 음식을 먹을 권리, 안전한 옷을 입을 권리 등을 주장하는 것으로 프라이버시를 강화할 수 있다면 꽃개는 단연 두 손 네 손 들고 환영하며 그 길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 문제적인 집단들이 프라이버시가 뭔지 알아들기만 해도 세상이 확 달라질 것 같기는 한데... (꽃개도 이걸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다. 너무 많이 돌아왔다. 아직도 이해 중) 뭔가 길이 있을 것이다. 생각을 더 해보자. 

 

2018/09/06 00:43 2018/09/0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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