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땄엉
분류없음 2014/09/30 02:451.
정말로 정말로 자랑스러워하기 힘든 금메달을 땄다. 아시안게임 이야기.
사회인야구인으로 짜인 일본대표팀, 그나마 마이너리그경험자들이 섞였다는 대만대표팀과 겨뤄 그들을 모두 이겼다, 한국프로야구선수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팀원 절반에 육박하는 군미필자들이 이번 금메달을 계기로 군필 자격을 득하게 됐다. 한 달 정도 훈련만 마치면 꿈에 그리던 '예비역'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건에 대해 나로선 할 말이 없다. 군대에 가는 사람들을 -- 법을 지키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국가적 분위기가 횡행하다. 이런 상황에 군대를 안 가거나 피하거나 기간을 줄이려는 '개인'의 노력을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말이 없다는 말이다. 꼭 궂이 말해야 한다면 '개인의 일탈'?
다만 조금 쪽 팔린다. 뭐랄까. 어른들이 떼로 모여서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여럿을 흠씬 두들겨 패고 이겼다고 좋아하는 꼬락서니라고 해야 하나. 이런 일로 아마리그도 아닌 프로리그가 정규시즌을 한 달이나 중단하다니. 역시 파시즘 국가에서나 일어날 일이 아니고 무엇?
2.
김성근 감독은 백수. 감독 계약기간을 올해로 꽉 채우는 몇 팀이 있는데 아마도 하마평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김성근 감독 스타일 야구를 좋아하진 않지만 단시간 내에 성적을 올려야 한다면 김성근 감독만한 분은 없지 싶은데. 이 분은 조직력이나 팀워크, 시스템 뭐 이런 것보다 맨파워 그 자체로 존재하시는 분이라서 근대와 탈근대 경계에 서 있는 한국인들, 한국인 기업, 한국 야구계에는 계륵과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이 분이 발을 담그는 팀은 '개조'된다. 현장(필드)은 완전히 개조당한다. 프런트는? 응? 개조당할 뻔하다가 가까스로 정신 차리고 이 분을 내친다. 이 분이 떠난 자리엔 어쩐지 풀도 안 난다. 안 날 것 같 다. 필드(선수들)는 이 분이 남긴 약발이 떨어질 때까지는 잘 하는가 싶지만 얼마 뒤 본질(substance)이 드러난다. 가장 근대적인 스타일로 현장(필드)을 장악하는 김감독님. 나는 이 분을 군대에 보내드리고 싶다[할 수만 있다면, 젠장]. 딱 2년 계약으로 십오억 정도 연봉에 육군본부에 보내드려 '개조'를 맡기면 장성이고 장교고 나발이고 싹 다 개조될 것 같다. 씨발 니가 사단장이냐, 밥 먹기 전에 펑고 이천개 끝내자. 솔선수범하시니 누구도 발을 뺄 수 없다.
그리고 나서 모병제로 전환하면 아주 딱이지 않을까 싶은데.
3
한 달을 쉬고 다시 시작하는 이런 개같은 시즌이 어디 있다냐. 그것도 팀 당 고작 열두서넛 게임 남겨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