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하세요

분류없음 2016/11/08 08:47

 

요즘 세간의 화제를 뿌리고 있는 "이러려고" 시리즈. 창조적인 대통령 각하께서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나 자괴감마저 든다" 고 하셨다. ㄹ혜 각하의 담화문 (일각에서는 사과문이라고 하는데 우리 대통령은 절대 사과문을 발표한 게 아니었다) 을 세 번 정도 본 것 같다. 일촌친구 최순실 씨를 언급하실 때는 감정적인 목소리 톤이 나오기도 했다. ㄹ혜 각하의 담화문은 목적이 너무나 분명해서 따로 뭘 분석할 것도 없는 것 같다. 지지자들의 결집이다. 국민들에게 사과나 위로를 하려는 목적도, 자신의 처지를 해명하려는 목적도 결코 아니올시다이고 그저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소리를 높이도록 독려하는 차원이다. 뭔가 주술적인 성격이 강하다. 삼천리 방방골골에 숨어있는 바퀴벌레들에게 얼굴을 드러내라고, 어서 움직이라고 격려하는 그런 효과를 노렸다. 일국의 대통령이 국민을 대상으로 발표한 담화문의 내용치곤 정말 괴이쩍은 "절친절교" 와 "굿안했어" 를 애써 넣은 것도 심히 요상스럽다. 이 두가지는 ㄹ혜 각하 지지자들의 정신적-지적-심리적-시대적 능력과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려준다. 물론 작성자는 복어지리 ㄱㅊ 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ㄹ혜 각하가 공식석상에서 말할 기회가 있을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만 만약 있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주술적 단어와 핵심 문장을 넣어 노회한 바퀴벌레들을 독려하는지 잘 살펴봐야겠다. 그런 재미라도 있어야 국민들이 "이러려고 국민이 되었는지 자괴감마저 드는" 일을 조금이나마 상쇄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추운 날씨에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다소 오래 지속될 축제-싸움을 하고 계실 분들이 부디 건강하시기를. 지치지 않고 견결히 오래 가시기를. 단디 하세요.

 

 

 

2016/11/08 08:47 2016/11/0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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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아프다

분류없음 2016/11/07 13:51

 

헤로인 중독 (Heroin addiction) 을 벗어나고자 재활치료시설 (residential rehab centre) 에 지원한 뒤에 기다리고 있는 한 클라이언트. 저녁시간을 넘긴 시각에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으로 대화를 해보니 뭔가 약물을 하신 눈치다. 버튼을 눌러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는 대신 직접 나가서 문을 열고 맞아 들였다. 잘 걷지도 못하고 눈이 풀렸고 술냄새가 펄펄 난다. 반응이 늦다. 전형적인 진정제 계통의 향정신성 마약 (depressants) 을 과도하게 했을 때 (overdosed) 나타나는 증상. 무슨 약 했니, 물었더니 헤로인이란다. 어떻게 했니, 물었더니 코로 했단다 (snorting). 술은 마셨니, 물었더니 그건 아니란다. 뭘 잡쉈구만. 위험신호. 헤로인과 술을 함께 하면 매우 위험하다. 순식간에 골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엔 꼭 안가도 되니까 전문응급처치 (paramedics) 를 불러서 체크업하자, 물었더니 싫단다. 배고프단다. 계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단단히 옆에 붙어서 식당으로 갔다. 메뉴는 멕시칸 음식. 먹을 수 있게 돕고 저만치 떨어져서 모니터하려는 순간 바닥으로 콰당 넘어져버렸다. 못 일어나고 눈을 못 뜬다. 바로 911에 전화. 평소엔 5분만에 달려오는 앰뷸런스가 이십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다. 대신에 911을 통해 전문가와 전화통화를 하며 이 양반을 이렇게저렇게 돕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었다. 처음엔 뭐라뭐라 중얼거리기라도 했는데 아무 말도 없고 숨쉬는 속도, 심박이 점점 떨어졌다. 눈꺼풀을 뒤집어보니 동공이 아예 돌아갔다. 어느 순간 숨을 쉬지 않는다. 아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911 전화를 붙들고 있는 시프트파트너에게 소리를 질렀다. 밖에서 욕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욕까지 했다. 썅 이것들 애 안와 서두르라고 씨발. 어쩔 수 없이 씨피알 (CPR) 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그 순간 경찰들과 응급처치 전문가들이 도착했다. 휴우.

 

 

다행히 십 분만에 의식을 회복했고 의식을 찾자마자 죽게 내버려둬 다들 저리 가, 소리를 지르고 발길길을 하는 바람에 억압복과 수갑을 찬 채로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 수갑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냐고 너무 심하다고 경찰에게 항의했지만 앰뷸런스 요원들이 다치면 책임은 누가 지냐고 묻는다. 젠장. 경찰 중에 한 명 간호사 역할까지 겸임하는 사람이 헤로인을 코로 흡입한 게 아니라 주사를 맞은 것 같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그렇게 빨리 의식을 잃었구나.

 

 

헤로인은 정말 정말 위험한 마약이다. 마약은 다 위험하다고들 하지만 정보를 충분히 알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활용하면 꼭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헤로인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금단 (withdrawal) 과 내성 (tolerance) 이 너무 너무 강하다. 당연히 의존성 (dependency) 도 높다. 요즘엔 헤로인보다 더 강한 화학적으로 재구성해서 나오는 아편류 진정제 (synthetic opioid analgesic), 가령 펜타닐 (Fentanyl) 이나 하이드로몰핀 (Hydromorphone) 같은 게 있기도 하지만 한 인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마약을 하는지 그 맥락을 들여다보면 헤로인이 더 더 극악스럽게 위험한 것 같다. 마약도 옷이나 음악처럼 트렌드가 있고 연령대, 소득수준과 즐기는 문화에 따라 소비패턴이 확연히 구분된다. 주로 중산층 백인 청소년 사이에 널리 확산된 헤로인은 한번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지기 쉽다. 무엇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또다른 진정계통의 약물인 술 (alcohol) 과 함께 할 때 그 위험도는 예상할 수 없는 수치로 치솟는다.

 

 

상황이 종료되고 시프트파트너와 복기 (debriefing) 했다. 시프트파트너도 많이 놀란 눈치다. 클라이언트의 숨이 멎었을 때 나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시프트파트너는 정신분석상담 전문이고 마약에 대해선 잘 모른다. 나도 물론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공부를 해뒀고 각종 마약 워크샵에 참여한 탓에 어느 정도는 안다. 무엇보다 "안전한 약물 사용 관점 (Harm Reduction Approach)" 에 관심이 많아서 미리 배워둔 게 큰 도움이 됐다. 헤로인이 저렇게 위험한지 몰랐어. 꽃개 네 말이 맞았네. 헤로인은 정말 정말 위험해. 특히 술이랑 같이 하거나, 다른 진정제 계통 약물이랑 섞으면 더 위험해. 헤로인+술 먹고 들어온 사람은 절대로 바로 잠들게 해선 안돼. 그냥 다른 세상으로 가실 수도 있어. 다른 세상? 어디? 천국. 퇴근길에 시프트파트너가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주면서 그런 말을 했다. 우리가 사람 하나를 살렸구나.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른쪽 팔과 다리가 쑤시고 아프다. 전에 없던 근육통. 클라이언트의 기도를 확보하느라 손으로 머리를 받쳤는데 고작 십여 분 그런 것 뿐인데 안쓰던 근육을 갑작스럽게 놀란 상태에서 썼더니 그런 것 같다. 무릎 꿇고 씨피알하느라 애썼더니 아마도 허벅지가 놀란 건 아닐까 그렇게 추측한다. 몸이 놀라고 아픈 것은 그렇다고 치지만 마음과 정신이 다치면 후유증이 길다. 인생이 너무나 고달퍼서 약물을 들이킨 그 양반의 마음과 정신도 아프겠지만 그런 양반들을 돕고 지원하는 노동자들도 무척 아프다. 한국에서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기사를 읽어서 그런지 더 아프다. 세상 더 험악해지기 전에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빈다.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지 말고.

 

 

 

* 어제 쓴 포스팅을 읽은 짝꿍께서 영어 단어를 한글로 바로 옮긴 게 너무 많아 요상한 글이 된 것 같다고 하셨다. 요즘 말로 "보그체" 포스팅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다시 찬찬히 읽고 한글로 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한글로 옮긴 뒤 영단어를 붙였다. 옛날에 미국에서 태어나 살다가 유치원 나이 무렵에 한국으로 돌아온 꼬마 아이가 화장실에서 똥을 누고 나와 엄마에게 어기적어기적 걸어가 "마미 똥꼬닦아 미" 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현지 시간 1822hrs.

 

 

 

2016/11/07 13:51 2016/11/0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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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분류없음 2016/10/27 10:31

 

1.

새로 일하게 될 회사에서 열린 스탭 미팅에 다녀왔다. 회사 내 전체 프로그램의 풀타이머들이 참여하는 격월간 미팅. 아직 공식적인 시프트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월요일부터 트레이닝과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고 고용레터도 그 날짜로 시작했으니 당연히 미팅에 참여하라는 분부. 평사원 중에 아시안은 꽃개 딱 한 명. 당연히 백인 수가 많지만 그래도 흑인이 제법 있다. 매니저 급에서도 중국인 한 명, 흑인 한 명 외에 나머지는 다 백인이다. 수직화해서 들여다보면 위로 올라갈수록 백인이 많은 건 모든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이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독특한 것은 디렉터 급에 흑인 남성, 백인 남성 각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여성 (백인) 이라는 점. 아침에 도착해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냐고 묻는다. 이틀. 말하는 나도 물어본 그 양반도 머쓱.

 

이그제큐티브 디렉터 (Executive Director, ED; 한국어로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가 새로운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프리젠테이션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순간 식겁했다. "여러분은 우리 커뮤니티의 변화를 불러올 주인공입니다. 여러분은 바로 우리 커뮤니티의 주인입니다. 여러분 손에 우리 커뮤니티의 미래가 달렸습니다" 따위의 말씀을 하시는데 뭔가 좋지 않은 기시감, 데자뷰. 한국에 있을 때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족같이 일할 분을 찾습니다." 느낌 탓이겠지? 설마.

 

 

2.

작년부터 일년 동안 일한 한 프로그램의 매니저에게 완곡하게 전한 사임은 반려되었고 오히려 붙잡혔다. 붙잡혔다기보다는 사임을 전한 것이 없던 일로 되어버렸다. 되려 꽃개 네가 일하고 싶으면 언제든 알려줘. 우리는 대환영이야. 이거 뭐지. 나쁜 일은 아닌데 꼭 좋은 일만도 아니다. 어기적어기적 뭉개는 걸 딱 싫어하는데 이런 경우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모르는 척하는 게 좋은 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꽃개 너 다 좋은데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거 그거 좋은 거 아니다. 한국인 어른이 이런 말씀 하셨으면 눼눼 하고 돌아서서 잊어버렸겠지만 비한국인 어른이 하신 말씀이니 마음에 새겨 듣는다. 

 

 

3.

내년 여름에 원더랜드에 동물원에 같이 놀러가자며 즐겁게 대화를 나눴던 한 명의 클라이언트가 돌아가셨다. 벌써 며칠 째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 된 스탭들이 매니저의 허락을 받아 유닛을 뜯고 들어갔더니 이미 돌아가신 것. 아직 46살밖에 되지 않아 약물중독이나 여타 파울플레이가 있었는지 염려되어 부검을 했지만 심장마비 돌연사. 주말 밤근무 도중 이메일을 받았는데 머리털이 정말이지 몽창 쭈뼛 섰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야구 이야기로 수다를 떨던 사람이었는데 언제나 안녕,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해주던 스윗가이였는데. 한참을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원더랜드와 동물원은 나중에 이 다음 세상에서 같이 가자.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길.

 

2016/10/27 10:31 2016/10/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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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은짧아

분류없음 2016/10/27 10:09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늘 그렇듯이 마음을 가라앉게 하지만 이번 건은 뭔가 가라앉고 무겁고 참담함을 넘어 허탈하고 허망하다. 한 민간인이 대통령 머리 꼭대기에 앉아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1급 기밀사항을 열람하는 것을 넘어 국가정책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다만 왜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정부 인사들, 그의 주변 인물들은 그것을 공식화하지 못했을까. 왜 그 개입을 공식적인 것으로 만들지 못했을까. 정치는 기술이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상대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타협해서 공식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그들은 그런 면에서 빵점이다. 낯설지 않은 일이다. 밤사이 피튀기며 토론해 정해놓은 어떤 룰이 술자리 한 번 거치고 누군가와 사사로이 나눈 대화로 여반장하는 일을 제법 목격했다. 혹은 그런 자리에 있었다. 아니, 쉬는 시간에 나눠피는 담배로도 그 손바닥 뒤집은 일은 흔히 일어났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동네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이었던 것 같다.

 

 

소싯적에 러시아혁명사 공부해 본 사람들은 다 알만한 단어 "미르". 80년대 학생-노동운동 출신들이 낳은 자식들 가운데 이 이름을 쓰는 아이들이 (에고, 지금은 다 성장했겠구나) 왕왕 있을 것이다. "미르" 는 원래 러시아어로 공동체를 이르는 말이고 제정 러시아, 그러니까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기 전후로 존재했던 촌락공동체를 통칭한다. 토지를 함께 쓰고 식량을 함께 마련하던 이른바 생활 공동체였다. "미르" 는 "공산당선언" 이 러시아어로 출판될 때 서문에도 등장할만큼 당대의 급진적 이론가, 혁명가들에게 미래의 영감을 준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었다고 전한다. 미-소 냉전과 탈냉전의 상징으로 남은 거대한 우주정거장의 이름도 "미르" 였다. 이랬던 미르가 2016년 오늘날, 한국을 뒤흔든 하나의 단어로 새롭게 떠오른 이유는 뭘까. 추측하는 사람들은 "K-스포츠재단" 의 첫 자음인 "ㄱ/ㅋ"을 "미르재단" 의 "미르"에 이어붙이면 "미륵" 이 된다고 한다. 최태민 목사께서 생전에 본인을 일컬어 "미륵" 이라고 했다는데 가히 샤머니즘이 지배하는 제정일치 국가다운 발상이다.

 

 

대통령 각하의 측근이 공식적인 루트로 등장하지 못하고 또는 이상야리꾸리한 재단을 세워 기업의 삥을 뜯은 것은 대통령과 그들의 측근들이 도저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5년은 너무 짧았다. 따라서 그들은 아예 정상적인 방법 내지 합법적인 방법을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2016년 대한민국의 헌법과 현행법률 안에서는 아무 것도 해낼 수 없는 전근대의 인물들이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2016년에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던 그런 뭉텅이들. 혹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집어든 게 현재의 게이트를 덮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꽃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혹은 박대통령에게 사술을 부린 집단에겐) 5년이 너무 짧았다. 그 뿐이다.

 

 

 

 

2016/10/27 10:09 2016/10/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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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아냐

분류없음 2016/10/22 02:39

 

 

 

소녀시대가 내 맘에 들어온 뒤로 뭔가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이런 게 팬심이라는 건가. 우연은 아냐. 필연이었던 거지. 이 와중에 트윈스 1패. 괜찮아 곧 잘 될거야.

2016/10/22 02:39 2016/10/22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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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L단상

분류없음 2016/10/21 00:01

 

독립적인 생활 (independent living) 이 가능한지 아닌지, 한 사람이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척도로 된다. 그런데 꽃개의 일터에서, 정신건강 필드에서 말하는 이 독립적인 생활은 직장/ 학교생활을 하고 이웃/ 친구와 어울리며 살아가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한 사람이 스스로 세수하고 씻고 옷을 갈아입고 세탁하고 밥을 해먹고 설겆이를 하는 그런 것을 말한다. 스스로를 케어 (Self Care) 하는 일이다. 보통 ADL (activities of daily living) 이라고 불리는 이 척도에 스스로 돈을 관리할 수 있는지의 여부,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 등이 추가된다.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보조금과 은행계좌 등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으면 정부에서 별도로 보호자를 선정한다. 직장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장애가 있으면 조금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어쨌든 정신질환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ADL 이 가능한지 아닌지에 따라 하우징도 그에 맞춰 지정하고 신청할 수 있다.

 

 

한국에서 ADL 은 "일상생활능력" 이라고 번역하여 쓰이는 것 같고 대개 노인들이나 뇌병변 등 뇌질환 장애인들의 장애를 구별하는 척도로 쓰이는 것 같다.

 

 

그런데 기본적인 생활, 인간이 인간으로서 기능하는 이 기본적인 역할을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사람들이 많이들 간과하는 것이 있다. 씻고 닦고 요리하고 치우고 청소하는 이런 역할들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거다. 사실은 굉장한 주의와 정리정돈 능력 (organized skill), 시간 관리 (time management skill) 등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 어려서부터 배우지 않으면 혹은 주변에 이 노동을 대신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밀림의 야수와 다름없는 삶을 살게 된다. 잘 할 줄 알고 충분히 배웠는데도 알츠하이머 등 노환에 따른 뇌질환이나 여타 다른 정신질환 탓에 배운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도 가만히 내버려두면 짐승처럼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와 가족, 국가의 보조, 간섭이 필요한 국면이다. 그러나 아무리 외부에서 보조하고 간섭한다 할지라도 그 사람은 여전히 "인간" 이므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무력화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것을 더 존중하고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보조와 간섭이 뒤따라야한다.

 

 

최근까지 꽃개는 ADL 장애가 노인들이나 뇌질환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만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청년들이 스스로 씻는 것조차 할 줄 모르고, 자신이 잠드는 침대의 침대커버조차 씌울 줄 모르는 것을 보면서 기함을 토했다가 이들이 이 정도로 아픈 건가. 한참을 관찰했더니 그것은 또 아니었다. 컴퓨터도 쓸 줄 알고 학교도 다니고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를 전문가처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워커 (Youth Worker) 로 일하는 지인에게 연락을 취해 청소년 그룹에서 ADL 이슈가 일어나는 일이 보편적인 현상인지 물었더니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라면서 별도의 관찰과 지도 (supervision) 가 필요하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씻는 것조차 못할 정도라면 심하지 않나. 이를 닦고 세수는 해야하지 않겠니. 네 몸에서 냄새 나. 사람들이 그럼 안 좋아해. 몰랐단다. 자기 몸에서 냄새가 나는지 전혀 몰랐단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꼭 씻어야하냐고 되묻는다. 자기는 컴퓨터를 계속 하고 싶단다. 나중에 씻는단다. 그러나 그 나중은 오지 않는다. 개입이 필요한 지점이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방으로 따로 불러서 토론을 시작한다. 공동생활 공간이므로 공동의 약속은 지켜야한다. 그것이 싫으면 호텔로 가라. 돈이 없다. 돈이 없으니 여기에 머물러야 하고 여기에 머물기 위해선 공동의 약속을 지켜라. 싫다. 그러면 여기에서 더 이상 머물 수 없다, 떠나라. 대부분 이 지점에서 협상이 끝나는데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느냐 이 악마들아, 냄새나는 차이니즈 니 나라로 돌아가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떠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이성애자-이민자 가족의 아들-남자인 경우가 많다. 게이/트랜스젠더들은 상대적으로 외모에 관심이 높고 유달리 청결도가 높아 (사실은 이것도 조금 슬픈 일이다. 바디이미지 body image 에 집착하는 그 이유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유러피안 문화 가족의 경우 프로테스탄티즘과 근면-성실 같은 자본의 윤리를 내면화한 탓인지 기본적인 ADL 을 디폴트 값으로 받아들이고 동의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이제 막 어른이 된 청년세대, 혹은 엄마와 누나, 할머니들 주변 여성들이 모든 일을 대신 해주었던 문화가 지배적인 나라에서 온 청년세대/ 남자어른에게서 발생한다. 비율이 얼척없이 높다. 그 까짓거 아무 것도 아닌데 그냥 너네들이 하면 되잖아. 내가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알아? 별 것도 아닌 것으로 사람을 이래라저래라 해. 오히려 호통을 친다. 뭥미? 

 

 

나는 아직 혼란스럽다. 노환이나 여타 다른 뇌질환이 없는데도 기본적인 셀프케어가 불가능한 이런 상태, ADL 이 불가능한 상태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사지가 멀쩡하고 여타 다른 생활을 하는 데엔 지장이 없어보이는 이런 사람들에게 다만 ADL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신질환 진단을 내릴 수 있을까? 동료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반반의 의견이다. 동의하는 그룹은 아마도 곧 이런 질환을 규정하는 터미놀로지가 나올 것이라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반대하는 그룹은 젊은 세대의 특질이므로 세대적 현상일 뿐 정신질환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꽃개의 일터에 들어온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ADL 불능이 원인으로 되어 가족과 단절되거나 직장을 잃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이별통보를 받거나 등등 일종의 격리 (isolation) 현상을 겪고 뒤따른 고통으로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뭔가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은데 이것을 학문적으로 밝힌 자료가 반드시 있을테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젊은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이든 아저씨들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많다. 사지멀쩡하고 기백만 원의 월급을 받는 직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아내나 엄마가 챙겨주지 않으면 양말도 못 찾아신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 밥을 차려먹는 일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스로 씻는 게 용할 정도다. 이들은 말할 것이다. 에이, 내가 할 줄 몰라서 안하는 줄 알아? 별 것도 아닌 걸로 그래. 하지만 곧 알게 될 것이다. 별 거다. 스킬이 필요하고 숙련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집안의 여성들이 이 모든 노동을 조용히 감당하고 남자사람을 사람구실하도록 묵묵히 조력하는 일이 기본값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문제적인 현상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가족단위에서 - 도메스틱 림에서 - 이 문제들이 감춰져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국사회에도 캐나다 사회처럼 ADL 불능 남자어른들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이라면 전문가를 고용해 아웃소싱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감당하지 못할 차원이 도달하면 사회문제로 곧장 부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해결방안은 있다. 여성들에게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예전에 너네들이 조용히 하던 일이나 하라고, 낙태도 안되고 애나 낳고 키우라고 하면 된다. 여성들이 그리고 일부 남성들이 동의하지 않는 게 문제지. 뭐, 이도저도 안되면 전쟁이나 일으키지. 전쟁은 모든 것을 과거로, 문명 이전의 생활로 되돌리고도 돈있는 사람의 배를 두둑히 불리는 신기한 마법의 힘을 갖고 있으니. "여성은 전쟁을 반대한다" 는 말은, 그래서 진리다.

 

 

 

2016/10/21 00:01 2016/10/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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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트윈스

분류없음 2016/10/18 00:11

 

밤근무 뒤 퇴근길 지하철. 거의 소리지를 뻔.

 

새벽에 인터넷 접속. 0-4로 지고 있어서 이거 뭐야 5차전까지 가는 거야. 아니야. 불펜을 믿어보자. 이른 아침에 다시 접속. 2-4. 옳지 잘하고 있어. 퇴근 뒤 접속, 4-4. 듁흔듁흔. 꽃개를 죽였다 살렸다 아이고 이 희발놈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시키들. 동시간문자중계를 볼 순 없다. 이 도시에서는 지하철이 지하로 들어가면 인터넷을 할 수 없다. 다운타운 근방의 지하철 역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는 하는데 대단히 불안정하다.

 

 

동네 지하철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스마트폰을 신주단지처럼 부여잡고 리셉션이 다시 뜨기를 앙망하다가 두두둥 결과 확인. 아아아아아아아 5-4로 이겼어!!!!!!!!!!! 

 

 

와일드카드에서 타이거즈를 무찌른 것은 뭐 보다시피 당연한 일이었으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고 (이 시점에서 타이거즈 팬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넥센 히어로즈는 어쩐지 콩라인 -트윈스를 1등에 놓는다고 가정했을 때- 에 영원히 머무를 것 같은 기분이 심히 드는 팀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귤민이 속절없이 무너질 때 아차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넥센 히어로즈는 사실상 거기까지, 거기까지가 최선인 팀인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나는 맹세코 염감독이 내년 시즌을 맡지 못할 거라는 데에 나의 10달러를 건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오늘의 경기를 지배한 오지배-오지환 선수도 아니고 드디어 살아난 히요미도 아니고 결승득점을 뽑아낸 처눙이도 아니다. 바로 중간계투로 나와 씩씩하게 던져준 정찬헌. 그래, 음주운전의 그 선수 정찬헌. 차넌이는 서울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에 들른 직관에서 선발로 나와 당당히 패전투수가 된 그 양반. 그 때도 히어로즈를 상대로 던졌다. 군대가기 전 약간 어리고 마른 차너니. 나의 파트너와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른 직관. 경기가 잘 안풀려 벙벙 뛰었는데 역시나 차분한 나의 파트너님께서는 야구 일년만 하는 거 아니니까 멀리 넓게 봅시다, 하셨는데 역시 그 분의 말씀은 진리. 오늘 경기에서 차넌이 너무 멋있었다. (아 나 이거 요약본-하이라이트-만 보고 이렇게 씨부려도 되는거야? 응 괜찮아)

 

 

오지환의 마지막 결승타는 만약 배트가 부러지지 않았다면 더 멀리 뻗어가 택근브이의 장갑에 그대로 빨려들어갈 그런 타구였다. 역시 행운의 여신남신노인신어린이신 모두 트윈스의 편이었다는었다는었다는 것을.

 

 

이 기세 그대로 마산까지, 그리고 다시 서울로 가져오도록 하자꾸자. 스릉한다. 트윈스 그대들.

 

 

 

* 염감독은 히어로즈 수장을 때려치고 수도권 모팀의 감독을 맡을 것인지 아닌지 그것이 참으로 궁금타.

** 허프가 만약에 마산에서 다시 한번 투피치 투구로 승리를 따낸다면 그리하여 한국시리즈 진출을 가능하게 하고 역시 또 서울지하철시리즈에서 눈에 뜨이는 성과를 보인다면 그는 아마도 2017년에는 일본시리즈에서 뛸 수도 있을 것 같다. 뭐가 됐든 일단 계약을 해두는 게 어떨까 싶은데. 

*** 류제국 선수는 그냥 뭐랄까. 제2의 봉타나 (봉미미) 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기대했던 것 만큼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맞는 것 같기도 하고.

**** 무엇보다 우리의 리더, 김성큰 감독님의 동향이 제일 궁금한 것은 사실. 지금으로선 계약기간을 채울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이글스 팬들이 만약 진심으로 감독교체를 원한다면 그들이 김감독 선임을 강조하던 시절에 보여줬던 행동 이상의 것을 보이지 않는다면 김승연 회장은 그냥 심드렁 가만히 계실 가능성이 높다. 그것만은 기억해야 한다. 김승연 회장에게도 명분이 필요하다. 조직세계에선 명분이 제일이드라. 드러누워라. 청계천 본사에 가서. 보도자료도 미리 돌리고. 그 영감 제 발로는 절대 안 나가신다. 그럴 이유도 없고.

 

 

 

2016/10/18 00:11 2016/10/1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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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돌을놓다

분류없음 2016/10/14 23:43

 

제목: 새로운 돌을 놓았다.

 

 

드디어 이 긴 여행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그 길눈을 잡을 모퉁잇돌 (cornerstone) 을 놓았다. 지금까지 함께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 여행길 (journey) 에 함께 할 나의 파트너, 그이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감사하고 고맙다. 이 여행의 진정한 동반자 (cornerstone). 함께 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서 있지조차 못했을 이 자갈밭 투성이의 여행길. 보통사람처럼 서글서글하고 무던하지 못한 데다가 괴상한 나를 믿고 묵묵히 지지해준 파트너가 없었다면 이 여행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돌뿌리에 채여 넘어질 때마다 가만히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켜준 사람. 고맙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 특히 K에게 감사하다. 그녀의 격려와 도움이 없었다면 이 글은 아마도 다른 방식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이제 다른 장을 여는 이 여행길에서 그들과 함께 계속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달라질 것은 없다. 하던대로 하면 되겠지만, 살았던대로 살아가면 되겠지만 무엇보다 구체적인 여행의 방향, 내용을 미리 생각하고 발을 내딛을 수 있다는 차이?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처음에 밴쿠버에 1년을 예상하고 갔을 때만해도 인생의 책장이 이렇게 후르륵 넘어갈 것이라곤 예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오롯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평화로웠다. 잘 되겠지, 잘 될거야. 의지적 낙관은 오래 지속되는 법이 없다. 누구 탓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엄마는 아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시겠지. 모든 것을 니 멋대로 하는 니가 알아서 니 인생을 개척해라. 틀린 말씀은 아닌데 여전히 섭섭하기는 하다. 크리스마스, 국내선 비행기 삯이 가장 저렴한 그날 4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한 토론토의 첫 밤. 그렇게 시작되었다.

 

 

학교는 아무래도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 (comfort zone) 이다. 그리고 사회복지 분야를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직업윤리 (ethic), 사람을 대하는 방식, 소통하는 법, 듣는 법... 이른바 가장 근본이 되는 내용을 체득했다. 한국에서 배웠던 -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것은 지워버린다 (deactivating) 는 각오로 백지상태에서 시작했기에 흡수가 빨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배웠던 것들이 있었기에 이해 또한 빨랐다. 이상적인 것 (ideality), 그것이 나의 가치 (value) 에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동의하지 않을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것 (reality), 그것은 달랐다. 그 둘은 끊임없이 마주보고 있으면서도 결코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나의 관계처럼. 아마 컬리지 생활에 앞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생활전선에서 이 삶을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파트너에게 감사하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진창에서 살고 있을 거예요.

 

 

2011년부터 일하던 회사에서 끊임없이 도전했던 일은 어렵게 되었다. 올해가 가장 좋은 기회였지만 그래서 여러번 두드렸지만 결과는 나와 무관한 일로 되어버렸다. 마지막에 가장 유력해보였던 그 그회조차 가장 늦게 들어온, 어머니가 회사 내 다른 프로그램의 매니저인 백인 남성에게 돌아갔다.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봤자 나만 손해다. 정을 붙이든 떼든 그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지 매니저도 회사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 경계를 더 멀리 분명히 설정하자. 내가 취득할 수 있는 이익에 집중하자. 그리고 작년 11월부터 일하던 회사 내 다른 프로그램의 매니저에게 그만 두겠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곳엔 나름대로 정이 들어서인지 사임 이메일을 쓴 뒤로 계속 마음이 아프다. 일종의 분리불안 (separation anxiety) 인 것 같다. 심장 저편 구석에 돌덩이가 들어있는 것처럼 묵직하고 아팠다. 어제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무거워 견디기 힘들었다. 뭔가를 더 비워야하는 것 같다. 비울 것들이 아직도 많이 남은 모양이다.

 

 

10월 31일부터 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새로운 직장에 출근한다. 새로운 직장은 신문에서 소셜미디어에서 간접적으로 접한 적은 있어도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는 직접 컨택했던 적이 전혀 없는 곳이다. 그냥 다시 또 백지 (blank paper) 가 되는 게 낫다. 아무 것도 없는 백지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작은 돌을 살짝 올려놓았다. 

 

2016/10/14 23:43 2016/10/14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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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편린

분류없음 2016/10/12 00:31

 

캐나다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연휴가 끝났다. 긴 주말은 나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곤혹이자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법정공휴일이 사이에 끼면 돈을 배로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이 힘들다. 나는 이제 얼마만큼 적응이 되어 괜찮다. 아니 괜찮아야 한다. 무엇보다 파트너와 시간을 보낼 수 없어 미안하고 섭섭하다.

 

 

주말 정규시프트 하는 날. 어슴프레 해거름 무렵, 한 명의 젊은 남성 클라이언트가 백야드에 쪼그리고 앉아 무얼 하고 있다. 번쩍번쩍 라이터 불빛이 간혹가다 보인다. 주말에 일하는 일터 한 곳엔 실내를 제외하고 빌딩 주변 전체에 9대의 감시카메라가 있다. 주중에 일하는 또다른 일터 한 곳은 건물 외곽은 물론 실내 복도와 계단에까지 총 25대의 감시카메라가 있다. 어쨌든 감시카메라 한 대를 통해 그 남자의 행동을 한참동안 관찰했다. 아무래도 그냥 둘 수가 없다. 터벅터벅 담배를 피러 간 것처럼 접근했다.

 

 

- 안녕, 날씨 좋지? 근데 약간 쌀쌀하다.

= 응.

- 뭐해? 재미난 일 있어?

= ...

 

 

말없이 계속 라이터를 켰다껐다 반복. 가까이 다가가 살피니 라이터로 개미 같은 곤충, 벌레를 태우고 있다.

 

 

- 쟤네들 불쌍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뜨거울 것 같고 아플 것 같아.

= ...

- ...

= 그러네. 뜨겁겠다. 그만 할께. 

- 잘 생각했어. 야구 보는 게 어때? 지금 와일드카드 결정전 중계하고 있어. 다들 그거보고 있는데.

= 그래? 그럼 나도 야구 볼래. 

- 근데 너 그거 알어? 백야드에 농구할 때 말곤 여기에 와서 이러고 있으면 별로 안 좋아.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어. 나는 너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걸 바라지 않아.

= 어. 나는 몰랐어. 

- 그래. 이제 알았으니까 괜찮아.

 

 

다행히 공감능력이 있는 친구다.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너무 심심했던 거다. 하필이면 왜 그런 방법을 택했는지 모르겠는데 불현듯 내 인생을 거쳐간 남자중학생들 가운데 한 명이 떠올랐다.

 

 

때는 꽃개가 대학교 일학년이던 어느 해. 엄마의 성화로 남자중학생 두 명의 과외를 시작했다. 엄마는 아예 지하실 내 방을 공부방으로 차려놓으셨다. 엄마가 알아서 학생을 물어 (?) 오셨다. 덕분에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저녁엔 꼼짝없이 집에 일찍 들어와 아이들을 가르쳐야했고 대학생다운 (?) 대학생활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말 지지리 공부못하는 아이들이었는데 몇 번 만나보니 공부에 재미를 전혀 들이지 못한 그런 아이들이었다. 그 가운데 한 명, 오늘의 주인공께서는 두어 번 영어에 관련된 일상 이야기를 해줬더니 제법 관심을 보였다. 가령 당시에 유행하던 편의점 중에 "Buy The Way" 라는 게 있었다. 영어 숙어 "by the way" 와 발음이 같은데 뜻은 같을까 다를까 숙제를 내줬더니 열심히 조사해서 알아왔다. 이 놈 봐라, 공부를 재미있게 하면 좀 할 것도 같은데? 어느날 이 녀석이 라이터를 분해해서 머리 부분만 들고 왔는데 큼지막한 개미 대여섯 마리도 같이 데리고 들어왔다. 그리곤 테이블 위에 개미를 올려놓고 라이터로 그 개미를 괴롭히는 거다. 당연히 나는 질색팔색을 하고 당장 개미들 마당에 풀어주고 오라고 호통을 쳤지만 그 녀석에게 나는 그저 공부가르치는 여자. "재밌잖아요. 킁킁." 계속 지진다. 개미들이 다 죽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수밖에.

 

 

첫 월급을 탄 날. 이 두 녀석들을 데리고 시내로 나갔다. 우선 당시에 유행하던 패밀리레스토랑 코코스에 들러 밥을 먹었다. 이 녀석들은 스테이크를 먹겠다고 했는데 비후까스가 젤로 맛있는 스테이크라고 꼬셔서 간신히 그걸 먹였다. 응, 아닌데. 이상하다. 아니야 니들 입맛이 이상한거야.

 

 

밥을 먹고 이 두 놈을 탁구장에 데리고 갔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 두 놈은 의기양양했다. 그래봐야 여자인테 탁구는 좀 칠 줄 아나. 선생님 우리 내기해요. 그게 무슨 내기할까. 저희들이 이기면 수요일 수업은 한시간 짧게 끝내주시고 엄마한테 말하지 마세요. 그래 그러자, 근데 선생님이 이기면 너희들 내가 하라는대로 다 해야돼. 알겠어? 흐흐하하, 좋아요. 자, 너네 둘이 복식해. 선생님은 혼자 단식할께. 에이, 그러면 선생님 질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저희들은 좋아요.

 

 

결과는?

 

이 두 놈을 아예 싹 발라버렸다. 스매싱으로 얼굴에 몇 번 맞추고 이쪽으로 저쪽으로 공을 날려 정신없이 공만 주으러 다니게 만들었다. 개미를 불태운 그 녀석이 복식이라서 안되는 것 같다고 일대일로 붙자고 하길래 그래, 그러자. 역시 싹 발라버렸다. 두어 시간 탁구장에 땀을 빼고 나오면서 이놈들아 선생님 옛날에 탁구선수였어. 몰랐지? 잔뜩 풀이 죽은 두 놈이 왜 말을 미리 안했냐고 사기라고 벙벙 뛰었다. 니네가 안 물어봤잖아. 그럼 다른 운동으로 해요. 뭘로 할까?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철봉에 매달리기? 야구연습장가서 볼치기? 한참 생각하던 그 놈이 볼링으로 하자고 했다. 그래 좋아. 근데 그건 다음달에 하자. 물론 다음 달 볼링경기에서도 당연히 내가 이겼다.  

 

 

그 날 뒤로 그 두 놈들, 특히 개미를 불태운 그 녀석의 태도가 백팔십도 달라졌다. 무슨 사부님 따르듯이 얌전해졌고 벌레를 가져와 면전에서 태우는 그런 일도 하지 않았다. 한 번은 숙제를 안해와서 밤 열두 시까지 붙들어잡고 있었더니 울면서 엄마한테 이를거예요... 너네 엄마들한테 우리 엄마가 이미 전화하셨어. 걱정하지 말고 숙제 마치고 가. 아니면 여기서 자고 가도 돼. 선생님은 이층에 가서 잘 거니까. 그리고 다음부터 숙제안해 올거면 도시락 싸가지고 와. 나는 올라가서 먹으면 되지만 니네들은 배고프잖아.

 

 

이 때까지만 해도 애들을 못살게 굴면 이 녀석들의 엄마들이 당장 과외를 때려치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반대였다. 애들을 데리고 시내에 나가 밥도 사주고 운동도 하고 숙제도 내주고 숙제안하면 붙들어잡고 공부를 시키니 엄마들 입장에선 꽃개가 자못 환상적인 (?) 과외 선생님이었던 것. 동네에 평판이 좋게 (?) 돌았다. 엄마는 한 명의 남자아이를 더 물어오셨고 (?) 세 명의 수업을 하다가 그해 말에 그 과외 아르바이트를 때려쳤다. 집에 진득히 눌러앉아 그런 일을 하기엔 꽃개의 혈기가 너무 왕성했고 예의 역마살도 가만히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기억은 이 정도인것 같은데 장면들이 모두 흐릿흐릿하다. 개미를 불태운 그 녀석은 이년 뒤 과학고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같은데 나머지 두 녀석은 어찌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기억력이 감퇴했나 보다. 그러나 개미를 붙태우던 그 아이의 천진난만한 (그러나 잔인한) 얼굴만큼은 선연하다. (꽃개도 나중에 그런 장난을 쳤던 것 같기도 하다.)

 

 

클라이언트의 그 모습과 중학생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생각이 쓸데없이 번져 아렌트 (Arendt) 의 악의 평범함 (the Banality of Evil) 까지 되짚었다. 아무 생각없이 하는 행동들, 아무런 연민없이 하는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동반할는지 인간들은 알긴 아는 걸까? 정신질환이 있으면 익스큐즈라도 되는데 "지극히도 정상적인" 노말한 사람들은 어떻게 변명해야 하는 걸까?

 

 

 

 

2016/10/12 00:31 2016/10/1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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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쵸어

분류없음 2016/10/07 04:47

 

제목: 하우스쵸어 (House Chores)

 

 

오프일 때는 주로 가사노동 (house chores)을 한다. 간간이 책도 읽고 블로깅도 하고 산책도 하고 여타 다른 사회활동도 하지만 아무래도 우선 순위는 가사노동으로 된다. 파트너와 함께 살면서 우리는 이 노동을 어떤 식으로 분담하고 있는지 딱히 따져볼 일이 없었다. 무난하게 둘 다 큰 불편불만없이 잘 하고 있다. 그런 것 같다. 파트너는 아마도 달리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 생각의 차이가 있거나 만족스럽지 않으면 서로 어떤 방식으로든 티가 나는지라, 그리고 금방 알아차리는 편이라 이 문제에 관한 한 큰 이견이 없다고 여기고 있을 뿐이다. 처음에 함께 살게 되었을 때 함께 작성하고 서명한 일종의 계약 (contract) 이 있다. 그 가운데 가사노동에 관해서는 "서로 가사노동을 이유로 스트레스를 주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둘 다 하기 싫으면 그냥 내버려둔다. 반드시 해야 할 때에는 가사노동 전문가를 고용한다" 정도로 정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직까지 둘 다 너무 하기 싫은데 반드시 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는 한 번도 이르지 못했던 것 같다.

 

 

그 가운데에도 꽃개만 하는 일, 꽃개의 파트너만 하는 일이 따로 있다. 서로 이렇게 합시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살다보니까 그렇게 되어버렸다. 일단 청소기 청소 (vacuuming) 나 대걸레질 (mopping) 은 꽃개가 한다. 청소기는 무겁고 소음이 강하고 대걸레질은 힘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그냥 꽃개가 맡았다. 둘 다 청소기 소음에 진저리를 치는지라 파트너가 언젠가 작은 빗자루 세트를 구입해오셨다. 간단히 정리정돈할 때는 그 도구를 쓴다. 변기청소 등 화장실 청소와 냉장고 청소는 파트너가 한다. 행주와 면생리대를 삶는 일도 파트너께서 하신다. 다른 일은 둘이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알아서 하거나 같이 한다. 가령 요리와 설겆이 등 부엌 일은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사람이 한다. 이브닝이나 오버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파트너가 식사를 준비해두실 때가 많다. 특히 이브닝 퇴근길에 "국수 끓여놨어요" 와 같은 텍스트메세지가 오면 너무너무 감사하고 그 순간이 행복하다. 인생의 행복이란 게 별 게 있나 싶나. 바로 이런 거지. 역으로 파트너가 오후 근무나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그 사이 꽃개가 집에 머물게 되면-  파트너가 잡수실 식사를 준비한다. 때로 귀찮다. 그런데 내가 느꼈던 그 행복한 순간들, 어쩌다 파트너가 아프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퇴근했는데도 또 다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내가 먹을 식사준비를 했던 그런 순간들을 떠올리면 스르르 몸을 추스려 저녁 준비를 하게 된다. (내가 먹을 것을 내가 준비하는데도 억울한 그런 때가 있다. 풀썩.) 다행히 파트너는 꽃개가 하는 음식을 무엇이든 불평없이 아주 잘 드신다. 꽃개에 비해 성격이 무난하고 긍정적이고 서두르지 않는 (laid-back) 편이다.  꽃개는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어머니의 음식에 이러쿵저러쿵 불평불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어머니께서는 아무말없이 잘먹고 고맙다는 말을 들어보면 소원이 없겠다, 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뚝딱 군소리없이 잘먹는 파트너를 보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꽃개도 나름대로 잘 먹으려 애쓰는 편인데 파트너 말씀에 의하면 꽃개는 얼굴이나 행동에서 티가 난다고 하신다. 그리고 맘에 들지 않는 음식엔 두 번 다시 손을 대지 않는다고. 저런, 내가 그랬구나. 몹시 송구스러운 상황이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 습관이란 무섭다.

 


처음엔 식사를 세팅해놓으면 세월아네월아 기다리게 만드는 일이 몇 번 있어 파트너와 말다툼을 했다. 그런데 점차 서로 차이를 인식하고 받아들이게 되어 그냥 혼자 알아서 먹는다. 서로 다른 것을 억지로 맞춰 살 순 없는 노릇이니까. 상황이 허락해 여분의 식사를 준비해놓고 출근하거나 외출할 수 있을 땐 따로 편지를 써놓고 나가면 된다. 그리고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같이 먹거나 외식을 한다. 미리 약속을 잡아야 한다. 아무리 같이 사는 사람일지라도 각자의 일상이 있으므로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꽃개가 처음부터 이런 사람은 아니었다. 어릴 적에 자취할 때에는 동거인들과 무진장 많이 싸웠다. 각자의 차이를 차이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의 기준을 상대에 맞춰 재단했기 때문이다. 파트너와 함께 살면서, 이 나라에 와서 살면서 조금씩 조금씩 바꾸고 있다. 오늘도 내일도 조금씩 변한다. 변할 것이다.  

 

 

그 외에 빨래, 빨래널기와 개기, 쓰레기정리와 버리기, 그로서리쇼핑과 리스트만들기, 집세나 여타 돈나가는 일 정리하고 연말정산 보고하기, 계절별 옷가지 정리, 침구정리, 가재도구 고치기와 정리… 끝도 한도 없다. 때론 자동으로 옷걸이/ 옷장에 옷이 착착 잘 정리되어 있고, 일터에서 돌아오면 자동으로 청소, 빨래, 식사가 준비되어 있는 자못 환상적인 상황을 꿈꿀 때가 있다. 우렁각시가 있었으면, 나도 "아내" 가 있었으면 하는 꿈도 꾼다. (물론 나는 인건비를 지불할 능력도 용의도 없다). 따라서 결혼만 하면 자동으로 풀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그것도 공짜로 해주는 아내를 원하는 일부 남성들의 바람을 이해못하는 바도 아니다. 이런 서비스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 뭣하러 상대적으로 어렵고 몸을 많이 써야하는 길을 선택하겠는가. 혹은 일부러 너저분하게 일처리를 하면 (예를 들어 설겆이를 지저분하게 하면) 아내나 엄마나 누나가 더 이상 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이이들은 잘 알고 있다. 어차피 다시 해야 하니까 그냥 내가 해버리고 말지. 대부분 여자들의 생각이 그럴 것이다. 그렇게 자랐으니까. 수동공격적 행동 (passive aggressiveness)이 이런 거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에게 처음부터 가사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말라고 처음부터 잘하면 계속 시키니까 조심조심 봐가면서 하라는 훈계조의 글을 남초사이트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야구를 전문으로 다루는 엠사이트라고는 말 못해.)

 


만약 파트너가 처음부터 꽃개보다 가사노동을 못했다면 꽃개는 꽃개의 성격상 꽃개가 다 떠안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불평하고 불만을 쏟아놓고 싸웠을 것이다. 결국 아마도 지금쯤 각자 완전한 남남으로 살고 있겠지. 또 만약 꽃개가 일부러 못하는 척하고 수동공격적인 태도로 가사노동에 임했다면, 그리하여 파트너의 노동을 고의적으로 교묘히 착취하고 살았다면 아마 지금쯤 각자 완전한 남남을 넘어 웬수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진작에 쫓겨났겠지.

 


가사노동에 대한 다른 생각들, 단상들을 조만간 정리해봐야겠다. 건조기에 들어있는 빨래를 찾으러가야 하니 이만.

 

 

2016/10/07 04:47 2016/10/07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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