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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12/04/10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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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0 04:22 2012/04/10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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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분류없음 2012/03/02 08:49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 눈을 꼬옥 감고.

질렀다.

2012/03/02 08:49 2012/03/0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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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분류없음 2010/09/14 10:49

김재현

양준혁

구대성

안경현

박종호 

김종국

 

............

............

 

시즌 여러철 

격정을 인내한 

다른 걔들은 은퇴하고 있다. 

 

분분한 은퇴......

 

헤어지자

섬세한 네 발을 흔들며 

하롱하롱 시즌이 끝나가는 어느날 


밥그릇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네 발의 슬픈 털.
 

2010/09/14 10:49 2010/09/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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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찌끄리기 2010/08/28 11:53

집을 몽창 바꿨군요.

 

갈수록 살기 좋아야 하고 

갈수록 이것저것

다루는 게 편리해야 하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여간 거북하고 곤란한 게 아니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괜찮겠지요.

 

와우, 자동 저장도 되네요.

글쓰기 화면이 블로그 첫 화면보다 더 이쁘네요. 

 

이것저것 공사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2010/08/28 11:53 2010/08/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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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메기

시덜 2009/09/03 08:55

어리석은 메기

 

백석

 

어느 산골
조그만 강에
메기 한 마리
살고 있었네.

 

넓적한 대가리
왁살스럽고
뚝 뻗친 수염
위엄이 있어,
모래지, 비들치,
잔고기들이
그 앞에선 슬슬
구멍만 찾았네.

 

산골에 흐르는
조그만 강이
메기에게는
을씨년스럽고,
산골 강에 사는

 

잔고기들이
메기에게는
심차지 않았네.

 

이런 메기는
그 언제나
용이 돼서 하늘로
오르고만 싶었네.

 

하루는 이 메기
꿈을 꾸었네―

 

조그만 강을
자꾸만 내려가
큰 강 되고,
크나큰 강을
자꾸만 내려가
넓은 바다 되더니,
넓은 바다

 

설레는 물속에서
푸른 실, 붉은 실
입에 물고
하늘로 둥둥
높이 올랐네.

 

그러자 꿈을 깬
메기의 생각엔―
이것은 분명
용이 될 꿈.

 

메기는 너무도
기쁘고 기뻐
그 기로 강물을
내려갔네.

 

옆도 뒤도
돌볼 짬 없이
급히도 급히도
헤엄쳐 갔네.

 

옆에서 참게가
어디 가나 물으면
메기는 눈 거들떠
보지도 않고
(용이 되려 가네)
대답하였네.

 

뒤에서 뱀장어가
어디 가나 물으면
메기는 눈 돌이켜
보지도 않고
(용이 되려 가네)
대답하였네.

 

작은 강을
자꾸만 내려가
큰 강 되고,

 

큰 강을
자꾸만 내려가
넓은 바다 나설 때
늙은 숭어 한 마리
메기 앞을 막으며
어디로 가느냐
말 물었네.

 

메기는 장한 듯
대답하는 말―
(용이 되려 가네)

 

늙은 숭어 웃으며
다시 하는 말―
(이렇듯 늙은 나도
못 되는 용,
젊은 메기 네가
어떻게 된담!)

 

이 말 듣자 메기는
꿈이야기 하였네―
그 좋은 꿈이야기
늘어놓았네.

 

그러자 늙은 숭어
껄걸 웃어 하는 말―
(그것은 다름아닌
낚시에 걸릴 꿈.)

 

이 말에 메기는
가슴이 철렁,
그러자 얼른 눈 둘러보니
실 같이 가느단
빨간 지렁이
웬일인가 제 옆으로
흘러가누나.

 

작은 강, 큰 강
헤엄쳐 내리며
배도 출출히
고픈 김이라
용도 꿈도 낚시도
다 잊은 메기
지렁이도 낚싯줄도
덥석 물었네.

 

꿈에 물은 붉은 실
붉은 지렁이,
꿈에 물은 푸른 실
푸른 낚싯줄,
꿈에 둥둥 하늘로
오른 그대로
낚싯줄에 둥둥 달려
메기 올랐네.

 

어리석고 헛된
꿈을 믿어
용이 되려 바다로
내려왔다가
낚시에 걸려
죽게 된 메기
눈에 암암
자꾸만 보이는 것은
산골에 흐르는
조그만 강,
그 강에 사는
작은 고기들―
산골에 흐르는
조그만 강,
그 강에 사는
작은 고기들―
이것들이 차마
잊히지 않아
메기는 자꾸만
몸부림쳤네
낚시를 벗어나려
푸덕거렸네.

2009/09/03 08:55 2009/09/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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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시덜 2009/04/14 07:06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십삼도
영하 이십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입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영상으로
영상 오도 영상 십삼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2009/04/14 07:06 2009/04/1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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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시즌

찌끄리기 2009/03/18 22:09

더블유비씨 준결승 진출전에서 일본을 4-1로 무찔렀다.

이번 더블유비씨에서 일본과 겨루는 기회가 -둘 다 결승에 오르면-  무려 다섯 번이나 된다.

이치로는 한국을 두고 헤어진 옛날 애인을 계속 보는 것 같다고 했다나.

이만하면 결혼할 만도 하겠네라나.

암튼 그렇게 지껄였다는데 이번 대진 일정을 보면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모두 흥행을 목적에 둔 더블유비씨 조직위원회 탓이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

낮에는 종로에 나갔다가 와이비엠 일층에 차려놓은 대형티비를 통해 십오분 정도 경기를 봤다.

나는 어쩐지 일본하고 경기할 때마다 닥본사를 못하게 된다.

1회 대회 때도 그랬고 한일슈퍼게임 때도 그랬고 올림픽 때도 그랬다.

 

아마도 2라운드 조 수위 결정전에서 또 붙을 것 같다.

일본이 쿠바를 이기면 말이다. 재팬 사무라이야 꼭 이겨라.

그리고 더 더 예감을 말해보면 김광현이 -혹은 강유미가-  선발로 나서서 일본한테 질 것 같다.

타격전이 될 것 같다.

수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할 것 같다.

자이언츠의 오가사와라가 뭘 칠 것 같다.

그리하여 결국 이번 대회 우승은 일본 아니면 미쿡이 될 것만 같다.

불길한 얘기라고? 아님 몰라.

어쨌든 코리언시리즈 준비를 위해 더블유비씨는 고마했으면 좋겠다.

나라끼리 나서서 겨루는 건 이 정도면 됐다.

덕분에 시범경기는 오나전 시범경기 됐잖아.

오늘 트윈스가 2연패 뒤에 히어로즈를 이겼다는 소식도,

안치용의 시범경기 타율이 무려 7할에 육박한다는 것도

가까스로 뒤져서 알아냈기 때문에 조금 심기가 불편하다눈.

 

2009/03/18 22:09 2009/03/1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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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생리

하드웨어 2009/03/18 02:12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지 않아서 아쉽고 속타고 짜증이 나다가는 몸에 이상 징후가 오는 것은 모두 그 탓이라며 원인을 한 군데로 돌리다가 막상 시작하니까 이 쥐어짜는 복통 아닌 복통에 또 다시 신경질이 몹시 나섰다.

날짜가 영 다르거나 이상한 것도 아니고 다만 며칠 늦어진 것 뿐인데 이다지도 예민하고 날카롭다 못해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것은 아마도 여러 가지 상념과 내처 달려야 할 것들이 혼융된 그 상태의 다분히도 정확한 반응일 터.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색다른 느낌과 기분으로 갱신해 주시는구나.

3일 정도에 배란을 한 듯하니 아마도 이번 달에는 알을 두 번이나 낳는 셈이겠다. 젖가슴이 묵직하고 계속 먹을 것을 찾다가 뭐 새로운 것이 없나 했다만 역시나 그리 새로울 것도 그다지 놀랄 것도 없이 그저 먹다 먹다 못 먹던 것을 찾았을 뿐이다.

 

지난 달부터인가. 생리가 끝날 즈음에 면생리대를 쓰기 시작했다. 아직 생리 기간 내내 쓰기에는 여북한 감이 없지 않아 조심스러운데 몇 번 쓰지 않았지만 공장에서 만든 그 것과 아주 다른 느낌이다. 우선 사타구니 쯤의 알러지 반응이 덜한 것 같다. 워낙 겨울에는 건선도 다른 알러지도 여느 철과 달리 두드러지는 듯해서 대번 느낌이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기분이 사뭇 다른데 공장에서 만든 것이 주는 기분이랄까 뭐 그런 것이 없고 믿음이 간다고 할까 아무튼 뭐랄까 조금은 더 차분해지는 듯하다고 할까.

두어 달 전부터 타이레놀 양을 줄이기 위해 무던히 참거나 애를 써보았는데 지금까지 중간 평가(?)로는 제법 잘 해내고 있다. 이번에는 첫 날에 한 알도 먹지 않았다. 저녁 무렵 잠깐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약을 먹을까 망설였다.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닌 기억이 나서 외투 주머니를 뒤져 볼까, 약통을 찾아볼까 했지만 한 번 참아보자, 하고 나니까 갑자기 신경질이 났다. 왜 참아햐 나는 거지. 그러다가 속아지를 다스려야 한다고 하시던 한의원 선생님 말씀이 기억나 참는 게 아니라 적응해 보는 거다 뭐 그렇지 뭐. 하면서 차분한 맘을 먹기 위해 애를 썼다. 마침내 한 알도 먹지 않고 잘도 버텼다. 느리지만 거칠지 않게 점잖게 나아가고 있는 나에게 격려를.

 

다니던 회사가 아파트로 이사한 뒤 눈에 눈곱이 심하게 끼기 시작했었고 오후 무렵이면 다크서클이 심해져서 팬더로 놀림을 받기도 했다. 휴직 뒤 잠깐 덜하나 싶었는데 또 다시 눈곱이 끼기 시작했다. 황사 탓인가 그저 그렇게 탓하기도 했고 주말에 한 커플과 식사를 하면서 안약 사용법에 관한 팁을 듣기도 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배란일 뒤로 눈곱이 심해진 듯하다.

계속 젖가슴이 묵직하고 아팠던 것은 달이 바뀔수록 나아지고 있다. 태명이를 잘 들이켜서일 수도 있고 내가 하도 아프다고 투덜거렸더니 눈치를 챈 것일 수도 있겠지.

 

진통제를 먹지 않고 누워 있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해야겠다 싶어 고층빌딩의 역사를 다룬 다큐 한 편과 <우리 개 이야기>를 연달아서 봤다. EBS에서 만든 다큐를 보았더니 19세기 후반 시카고 대화재 때문에 시카고에서 고층빌딩 건설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어쩐지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 사건으로 1차대전이 일어났다고 하는 것과 비슷해서 피식 웃었다. 그리고 항저우에서 건설 중인 풍력에너지로 작동(?)하는 초고층 건축물을 예로 들면서 고층빌딩이 앞으로는 에너지와 자원을 아낄 수 있는 대안이라고 한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오일피크와 여타 문제로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몰리는 이유는 알겠는데 그래서 고층주상복합 건물이 대안이라면 꿈도 이상하고 해몽도 이상한 꼴이다. 옳지 않다고 여기는 건 아직 아니고 차분히 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개 이야기>는 다시 보니 앞부분의 포치 이야기를 주욱 끌자니 지루할 것 같아 옴니버스 형식을 취해 몇 개 스토리를 편집한 것 같다. 뒷부분에 미야자키 야오이가 나오는 스토리는 여전히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나보다 더 늦게 태어난 개가 나보다 더 먼저 엄마가 되고 나보다 더 먼저 죽는다면 아마 나도 그 주검 앞에 앉아 하염없이 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곤 왜 개와 함께 했을까 후회하겠지. 하지만 아마도 나는 또 너와 같은 개와 함께 하고 싶어 그런 넋두리를 하게 될 것 같기는 하다. 내일 아침 비가 온다더니만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부는구나. 비를 몰고 올 바람처럼 마음이 촉촉했고 조금은 서늘하기도 했다.

 

3월 들어서 그러니까 배란일 전후로 시작해서 머리털이 많이 빠진다. 목욕할 때 특히 깜짝 놀라는데 나만 그러는 건지. 계절이 바뀌니까 털갈이를 하는 건지. 나 정말 종이 바뀌는거냐.

 

면생리대를 써야겠다는 결심은 아직 서지 않는데 바꾸긴 바꿔야 할 것 같다. 생리를 시작하자마자 다시 공장형 생리대를 쓰고 있는 지금이 어쩐지 배가 더 아프다는, 아파진다는 느낌인데 기분 탓일까. 아니면 바람 탓일까. 오늘도 푹 자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2009/03/18 02:12 2009/03/18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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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는다

찌끄리기 2009/03/09 04:19

조선일보 아침신문에 실릴 것으로 보이는 아침 논단

 

나는 신사임당을 고교 시절 "연극부원들은 신사임당 동상 앞으로 모여주세요" 따위의 교내방송으로 익숙한 사람, 중고교 교가에 등장한 요소 정도로 기억한다. 대체 뉘신지 모를 모자상 빼고 최초로 한국 지폐에 등장한 여성 인물이라지만 남성이 중심인 이 사회에서 미실이나 황진이나 나혜석 같은 사람을 안 넣고 신사임당을 넣은 것만에도 다 이유가 있을 터.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슈인데 조간신문에 실릴 기사로 여겨 읽어보니 조금 허탈한 기분이다. 한국의 이상적인 여인상이 따로 있나 싶기도 하고 텔레비젼 사극의 동네아낙이나 주막집 주모면 안되나 싶기도 하다. (허탈1)

 

잠이 안 온다. 누워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도 잠이 안 온다. 강아지를 백오십 두 마리까지 세어봤는데 그래도 잠이 안 온다. 페퍼민트 차를 끓여 마시며 인터넷을 켰고 낮과 밤이 바뀐 지경은 아니지만 꼭 4년 전에도 이랬던-유사했던 기억이 났다.

어느 날. 동틀 무렵까지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 룸메이트들이 며칠 출장을 간 탓에 이슬이와 나밖에 없었다. 정말 푹 잤다. 점심 무렵 일어나서 옷을 입고 화장실에 가서 말라 비틀어진 이슬이 똥을 치웠다. 그리고 화장실 벽거울로 얼굴을 살핀 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이를 닦았다. 이를 닦는 도중 헛구역질이 심해 눈물이 찔끔 나왔고 이를 다 닦은 뒤에는 화장실 바닥을 솔로 박박 닦았다. 거실로 나와 이슬이 밥그릇을 들고 개수대에서 깨끗이 씻은 뒤 물을 담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료봉투를 들고 한 스푼 떠서 이슬이 밥그릇의 빈 한 편을 채웠다. 이슬이는 그 내내 겅중겅중 뛰었다.

라면을 끓여 먹었고 그동안 이슬이는 밥을 다 먹어치웠다. 라면줄기의 한 끝을 입에 물고 이슬이에게 주었다. 텔레비젼을 켰고 유선방송에서 틀어주는 뭔가를 봤다. 이슬이와 몇 마디 대화를 하고 이슬이가 내 무릎에 앉자 같이 텔레비젼을 봤다. 그 때였다. 뭔가 이상했다. 이슬이 뱃속에서는 계속 소리가 났고 뭔가 아무튼 이상했다. 채널을 돌려서 공중파를 틀었다. 뉴스 같은 걸 했던 것 같은데 날짜가 두 번이나 바뀌어 있었다. 이틀이 지난 것이다. 시간을 따져보니 무려 32시간 정도를 잤다. 무척 허망했다. (허탈2) 

 

 



생선을 구울 때마다 프라이팬을 충분히 달군 뒤 생선을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가끔 잊거나 조절하지 못한다. 요 며칠 전에도 갈치를 굽다가 그 팁을 놓쳐서 거의 갈치볶음 같은 것을 먹었다. 그저께인가, 우선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산 올리브유를 부었는데 연기 같은 것이 올라 깜짝 놀랐다. 타는 것은 아니었고 딱 그 온도가 올리브유 타는 점을 웃도는 듯 보였다. 갈치 네 덩이를 올린 뒤 뚜껑을 덮었다. 조금 뒤 불을 약하게 내렸다. 노릇노릇 갈색갈치로 바뀌자 뚜껑을 열고 나무주걱으로 갈치를 뒤집었다. 꼭 그 순간엔 갈등하게 된다. 무거운 뚜껑을 내려놓으면 주걱질을 하는 손도 어깨도 편할텐데 무거운 유리뚜껑을 오른손으로 부여잡는 그 고집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번에는 살며시 개수대 바닥에 내려놓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갈치를 뒤집었다. 50% 성공이다. 다시 불을 올렸다가 바로 내린 뒤에 뚜껑을 닫았다. 조금 뒤 불을 껐고 갈치를 접시에 담은 다음 가장자리 가시를 발라서 먹기 좋게 살만 한 켠으로 모았다. 상치와 쑥갓, 신선초 등의 쌈, 마늘 다진 것을 넣고 참기름을 두른 쌈장, 역시 참기름을 뿌린 두 조각의 명란 젓, 미역줄기볶음과 우엉조림, 총각김치로 상을 차린 다음 맛있게 먹었다.

육고기는 워낙 좋아하지 않고 육식도 어지간하면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생선류의 해산물은 도무지 끊을 수 없을 것 같다. 궁극적으로는 채식을 하려는데 아마도 갈치-조기구이나 멍게와 회, 북어채와 홍새우로 맛을 낸 육수 등을 생각하면 그 길이 조금 지난할 듯 싶다. 어쨌든 거스르면서 억지로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이 순간. 도대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무엇이었을까.

 

장차 올 미래에 잘 지내고 싶었던 한 사람이 형편없는 바닥을 보여준 것에 분노한 것인지, 막연한 기대를 품은 나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인지, 역시 인간은 인간이다는 진실을 확인한 것을 다시 되새기는 것인지, 한 벗이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을 묵묵히 격려하는 것인지, 잠도 오지 않고 생각도 정리되지 않는 이 나른함을 즐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역시 우유는 좋아하지 않으니 어쩔 도리 없다손 쳐도 따끈한 정종 한 잔 마시면 잠이 술술 올 것도 같은데 그것 역시 언감생심.

다만 복잡하지는 않다. 나도 벗도 대략 방향을 정했으니 오히려 차분한 마음이다.

 

올해 정초엔 발터 벤야민의 책을 사지 않았다. 그간 산 책은 모두 읽었고 읽을 때마다 생각이 다르니 다시 읽어도 상관은 없다.  모스크바 일기를 다시 읽을까 했지만 당분간 벤야민을 읽지 않기로 했으니 지금 읽고 싶은 책도 없다.

 

감정, 살핌노동이나 상대에게 관심을 끊임없이 기울이며 변화를 기대하는 어떤 노동은 그 노동의 결과가, 성과가 대상의 변화에 전적으로 달렸다는 <오빠는 필요없다>의 한 구절만 계속 생각난다.

 

생의 시작은 내 뜻대로 하지 못했다. 생의 끝은 내 뜻대로 하고 싶은데 벤야민과 앙드레-도린 고르 가운데 고르라면 -꼭 그래야 한다면- 후자가 나을 것 같은데...


2009/03/09 04:19 2009/03/09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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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

찌끄리기 2009/03/07 18:24

여성의 날. 원래 일 년 365일은 남성의 날.

이 중 한 날을 빼 '여성의 날'이라고 했으니 그저 그냥저냥 고맙게 생각할까. 1/365을 주셨으니 364/365을 가지신 분들께 뭐라고 황송한 사례를 해야 하나. 지난하게 싸워서 그나마 이거라도 쟁취했건만 365일 가운데 1/365만큼인 이 날도 꼭 밥을 하고 빨래하고 와이셔츠를 다려야 하나. 그렇다고 오늘만큼은 해방시켜달라고 말하려니, 오늘만큼은 껄떡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쬐꼼 허접하다.

 

장애인의 날, 노동자의 날, 어린이날, 노인의 날, 국제이주노동자의 날...

내일은 여성의 날과 맥락 상 성격이 비슷한 날들을 떠올리면서 보내는 날로 삼는다. 

 

비장애인, 자본가, 어른, 젊은이, 원주민노동자...

그리고 남성이라는 요소 가운데에서

나에게 몇 가지 해당하는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도 다시 생각해 보자.

 

비장애인이고 어른이고 젊은이이며 원주민노동자인 여성.

장애인의 처지에서

노동자의 처지에서

어린이의 처지에서

노인의 처지에서

이주노동자의 처지에서

...

 

그리고 여성이라는 처지에서

늘 살자.



 

그들이 뭔 뭔 날을 콕 찍어 정한 데는 다 곡절이 있지. 

 


2009/03/07 18:24 2009/03/0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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