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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http://wallflower.egloos.com/1578608 를 읽다가 떠오른 기억

 

 3년전인가. 프랑스를 방문한 차에, 현지의 몇가지 와인을 접할 기회가 생겼다. 내 취향에 맞는 와인을 딱 하나만 골라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용의주도하고 면밀하게 혓바닥을 낼름거린 결과, 떫은 맛(탄닌?)이 너무 강하지 않게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현지에서도 비교적 대중적이고 적당히 알려진 것이며, 가격도 적당한 와인을 발견하였다. 바로, 쌩떼밀리옹(Saint-emilion)이다. 물론 이것은 그냥 프랑스의 지명이름이지만, 그 후로 지금까지 내가 마시는 와인은 70%가 쌩떼밀리옹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와인이었다.(최근에는 저렴한 가격때문에 칠레산을 마신다) 물론, 선물할때도 무조건 쌩떼밀리옹이다. 그것밖에 아는게 없다.

 

 혼자 마시거나, 선물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개인용도가 아닌 경우에 가격대가 높은 와인을 사야하는 경우는 정말 혼란스럽다. 최근에 공식적으로(?) 와인을 사서 전달해야하는 경우가 생겼다. 내가 받은 가이드는 '단가 10만원 이내' 뿐이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와인샵에 들렀다가 미로속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든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도대체 주인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고, 맛을 볼 수도 없었고, 맛을 본다한들 이 맛의 우수성(?)을 판단할 기준이 내겐 없었다. (맛을 설명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머리를 짜낸다는게, 주는 사람도 알고, 받는 사람도 아는 유명한 와인을 사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유명한 와인인지 아닌지를 내가 판단할 수 없었으므로, 주인의 입을 믿는 수밖에 없었고,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주는 사람도 모르고 받는 사람도 모르는 와인이었다.(그렇게 믿고 있다)

 

 내가 산 와인은 뽀이약(Pauillac) 지방에서 나온  Pontet-Canet 99년산이었다. 그걸 11만원이나 주고 샀다. 주인이 포장을 하면서 가게의 명함을 넣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선물받은 사람이 전화해서 가격을 물어보곤 한단다. 그래서, 혹시 전화와서 물어보면 두배로 얘기해달라고 단속해두었다. 뭔지도 모르고 받고, 뭔지도 모르고 주고, 그사이에 거품만 커져가는 한심한 현상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가장 어이없던 사건은 히딩크대통령이 전쟁뒤에 마시고싶은 술로 샤또 딸보를 얘기했다고 해서 그 술이 한동안 유행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한참 후에 우연히 그 와인의 가격을 검색해본 일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8~9만원정도면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종 유통단계의 마진이 2~3만원 정도 된다는 말인데, 그 바로 전단계(수입, 마케팅비용)의 비용과 마진도 그와 비슷하다고 보고, 제한다면 아마 실제 가격은 4~5만원쯤 한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가격이 두배가 되는 것이다. 이 사회가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어쩌다가 한번이라도 마시게 되니 좀 알아야겠다 싶어서 검색하다 보니, 빈티지 차트라는게 돌아다녀서, 유심히 보았다. 이런 식의 표준화가 가능한건지 이해가 잘 안가지만, 이걸 보니 복잡해 보이기만 하던 와인의 가격체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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