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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2
    UFO
    지드

UFO

<패닉 UFO>

 

 



 처음 죽음을 접한 것은 고1때 친구의 죽음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친구가 사라져버렸는데, 처음엔 신기하기도 하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었는데, 장례식에 그의 여자친구의 슬픈 모습을 보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그때부터 죽는 것에 대해 실감했던 것 같다. 당사자는 이미 없는데, 남은 사람들은 모두 괴로워했다. 친구의 꿈은 수능 잘보기와 파일럿, 여자친구와 행복한 시간 가지기 같은 것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모든게 사라져버렸다. 세상에 남긴 흔적이라곤, 그의 가족과 친지, 여자친구와 몇몇 친구들의 희미한 기억뿐이다. 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가는지, 왜 죽는지, 죽고나면 어떻게 되는지, 질문만 남겼다. 어디서 왔는지, 또는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답을 알아낸다면, 그 반대는 수월할 것이다.둘중 하나만 꼽아본다면, 왜 태어났는지에 대한 간결한 답은 부모님의 사랑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것은 나라는 존재가 유일하고 필연적인 것인가이다. 내가 된 정자가 아니라 내 뒤에 따라오던 정자가 나보다 앞섰다면, 난 지금 이자리에서 지금과 같은 얼굴과 모습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 반쪽의 나와 다른 반쪽의 누군가의 결합이 이 세상 어디엔가는 빈대붙고 있을 것이다. 세상이 아주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아버지가 나를 낳고 아버지의 아버지가 아버지를 낳고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아버지의 아버지를 낳고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낳고, 그렇다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아버지의 아버지는 누구일까?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또 누가 낳았을까? 누가 만들었을까? 희망적이게도 선조들은 몇가지 답을 준비해주었다. 오래도록 알려진 답은 '신'과 '사후세계'이다. 이건 제일 간편한 답이지만, 말하기만 좋을뿐 이성적으로는 납득이 안간다. 두번째는 라엘리안과 같은 기괴한 종교이다. 먼 과거에 외계인들이 원시인류를 아프리카 어딘가에 던져놓고 관찰하고 있다는 기괴한 종교이다. 세번째는 진화론, 천체물리학 같은 과학의 답이다. 이성적이긴 한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뭐가 옳다고 할 수도 없고, 틀리다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믿는게 믿는거다. 세가지 옵션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첫번째 옵션만은 과감히 버리겠다. 치사한 종교지도자들이 설계해놓은 사후세계에 가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고르라면 세번째가 좋다. 무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불교에서는 열반이라고 하나?), 그냥 사라지는 것이 좋다.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머릿속에 심어놓은 도청장치에 다름아니다.(맑스가 인민의 아편이라고 칭했듯이)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내 친구와 오늘 변을 당한 얼굴 모르는 동료와 우리의 모든 조상은 도대체 어디로 간걸까? 아마 대다수는 머리에 남은 사회제도와 윤리의 찌꺼기 때문에 삶이 고통이었을 것이고, 삶을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먼 꿈을 바라보면서 사라져 갔다. 그들의 고통이 열반으로써 해소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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