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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8
    마음의 고향, 주성이발관
    득명

마음의 고향, 주성이발관

 

 

 

 

 

  

 

 

 

  

  "...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이 말이 어디 적혀있는 글인지 아세요?  별많다 아저씨가 어려서부터 가고 있는 주성이발관 머리 깜켜주는데 바로 위에 액자에 걸린 글이예요.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명희아저씨는 회색 조리개를 바가지로 쓰고 계시고..  여전히 세수할때엔 조용히 주먼지에 수건을 찔러 넣어 주시고 있어요.

 

  난생처음 이발소라는 곳을 가본게 국민학교 4학년 때인가 명절 즈음으로 기억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는 중핵교 가면서 주성이발소라는 곳을 줄 ㅣ곧 갔어요.  별많다 아저씨 머리는 주로 누나가 깍아줬었어요.  보자기를 빨래집게로 망또같이 둘러쓰고 의자에 앉으면..  누나가 싹둑싹둑 잘라주었죠.  그러면 동그랗게 되는거예요.  깍아줘놓고 놀리는건 뭔지..  아무튼 한 30여년전 또랑이 흐르는 주성국민한교 구석에 주성이발관이 처음 생겨났죠.

 

  명희형님은 우리동네 골목에 살던형인데.. 난생 첨으로 이발소라는델 갔더니 머리를 깜겨주고 계신거예요.  그때나 지금이나 명희형님의 머리는 스포스머리라고 짤게 자른 머리 항상 똑같은데요. 지금은 짧은 머리가 듬성듬성 하얗게 변해있어요. 아직 장가를 못가시고 이발소에 혼자 사시는 것 같아요.  명희형님은 위로 형이 한 분 계시고..  여동생이 한 명 있어요.  같은 골목에 살았었거든요. 다운 증후군이라고 하나요?    무슨 장애가 있으신것 같은데..   동네 언니들과 몰려다니다가 명희형님을 보면 바보같다고 막 놀리고는 했어요.  그럴때마다 명희형님은 수줍은 듯 웃기만 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도 같이 놀아주지 않았는데.. 어찌되었건 누군가 말을 걸어준다는게 좋으셨던 것 같기도 해요. 

 

  왜..  갑자기 오래된 이발소 얘기냐고요?  평소엔 몰랐는데 30여년 이상 함께 살아오다보니 별많다 아저씨에게 전혀 다른 의미의 장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예요. 누가 알았겠어요?  제가 지금 동네 이발소 얘길 기를 쓰고 쓰게될줄을요.  그 무엇이 되었건간에 지나온 세월만큼 소중해지는 것도 같아요. 

 

  주성이발관은 첨에 주성초등학교 운동장 구석즈음에 있었는데요.  거기엔 커다란 은행나무가 두그로 서있었고요.  겨울이면 난로에 물을 덥히느라고 연탄냄새가 나고는 했었죠.  첨엔 이발소라고 불렀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발관이라 불렀죠.  명절 때나 되어 가서 커다란 의자에 앉을때는 키높이 나무를 의자에 깔고 앉았죠.  바리깡에 뒷머리가 따꼼거리기도 했는데..  이발소도 왔겠다 꾹 참았죠. 

 

  주성이발관에 들어서면 이발하는 커다란 거울 위로 항상 500원짜리 지폐가 많이 붙ㄴ어있었어요.  그 위로는 까맣게 생긴 돌멩이들이 잔뜩 진열되있었죠.  전보다는 많지 않지만 지금도 지폐와 돌멩이들이 진열되어 있어요.  그리고는 빼놓을 수 없는게..  라디오예요.  ^^  항상 구수한 메들리들이 흘러나오는 오래된 라디오예요.  얼마전 이발관소 근처인 한국관이란 중년 나이트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명희 형님이 지나가시는거예요. 이발소를 안간지 10여년이 넘었는데 저를 보더니 금새 알아보시며 어쩔줄을 몰라하셨습니다.

 

   ".... 어?  으유.. 지금 워디에 있어유" 

 

   "아이구..  워티기 알어보시네유"

 

  "그람~ 알지...  지금 워디있는겨? 왜 안왔어?"

 

  "복대동으로 이사 갔어유.  청주서 회사 대니고 있어유"

 

  "아유..  그려.. 저기 사장님..  몇년전 돌아가셨어."

 

  "왜유?"

 

  "머리 때메 쓰려졌어. 머리가 다쳤댜"

 

  "나이도 얼마 안되셨을거 같은데.."

 

  "그럼 젊지..  명함하나줘."

 

  "명함 없는...  아! 여기..  있어요"

 

  "응~ 노래 테이프 사야하는데 잘됐네..  좋은 메들리 테프 하나 사야되는데"

 

  "찾아보고 말씀드릴께요..  어디 가시는길예요?"

 

  "응..  먹을거 사러 중앙슈퍼가는겨"

 

  "담에 뵈유"

 

  "그려..  담에 꼭 보자구"

 

  지난 세월만큼인지..  한쪽 눈이 반쯤 감겨 안경을 쓰신  명희형님은 부지런히 슈퍼로 발길을 돌리셨습니다. 

 

며칠이 지나 운명처럼 주성이발관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야.. 너 몰라볼뻔했다.  지금 어디있어?"

 

  "예..  청주서 회사대녀요.  복대동으루 이사갔어유. 알어보시네유"

 

  "그럼..  보믄 몰러?"

 

  "근데 한 십년전과 그대루이신거 같네유"

 

  "그려? ㅋㅋ 요즘 이쪽 머리가 하도 아퍼 귀를 뚫벘어.  귀 뚫는게 치매예방도 되고 참 좋와"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근데 연세가 워티기 되시는데유?"

 

  "올해 67"

 

  "예..  전엔 머리깩을라면 저기 의자에 두줄로 기대리고 있다 깍곤 했는데.. 그래두 공고학생들 많이 오지 않나유? "

 

  "그지? ㅋㅋㅋ 그랬지..  ^^  요즘은 다들 미장원가서 그르치는 않어.  청주 있음 자주 와라.. 반갑네."

 

  "예..  기억 못허실줄 알었는데..  다 격하시네유 ^^"

 

  "앞면도는 안할껴?"

 

  "예.."

 

 

  중핵교때 머리 움직거린다고 깍다가 뒈지게 혼났었던 이발사님이십니다. 정말로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습니다.ㅋㅋ  언제듯 친구처럼 반겨주시던 '명희'형님은 일하시는 중이라 묵묵히 말씀을 애끼시며 늘 그래왔듯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바보처럼 머리를 감겨주셨슴다.   흰머리가 늘은 만큼..  전에 머리알이 아릴정도로 박박 문질러주시던게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그러나 누르시는 힘은 예전만 같으십니다.  잘못해서  코를 세면대에 박을뻔 했죠 ^^ 조그만 푸라스틱 조리게로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세수물을 떠주셨고요..  찬물도 괜찮은데..  오랫만에 찾은 까닭인지..  난로위 빠께스에 뜨신물이 있다고 몇번이고 알려주셨습니다.   물론 세수하는 중에 주머니에 쑥~ 수건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넣어주셨고요.

 

  "명희야.. 커피 한 잔 뽑아드려라."

 

  "예..  고맙습니다. 이르키 기억해주시니까유. "

 

  "몰러볼뻔 했다니까..  그람 또와"

 

  "예..  그람유.  여긴..  맘에 고향같은 곳이니까유.  안녕히계세유."

 

  "..."

 

 

  명희형님은 저를 알고계시고 하고싶은 많은 얘기를 속에 담아두셨지만 바보스럽게 일하시는 역할에 충실하셔서 별얘길 않하셨습니다.  그러나  나올때 꾸벅 인사드리니 따라나오셨습니다.

 

  "워디있는겨? 명함하나줘"

 

  "명함은 웂는데..  요기 마트대녀유.  노래테입 괜찮은거 찾아볼께유.  지금 여기서 주무시는거여유?"

 

  "사장님 돌아가시고.. 여기 혼자서 먹고자고 하는겨."

 

  "여동생도 있지않으셨어유?"

 

  "결혼해서 애낳고 잘살어.. 청주서 살어. 얼매전에도 애덜 봤어"

 

  "근데.. 형님 이름이 워티기 되세유?"

 

  "김ㅇㅇ여..  호적이름은 못배꾼댜. 내 이름은 김ㅇㅇ여."

 

  "예..  안녕히계세요. ^^"

 

  "그랴.. "

 

 

  예전 일본집이 있던 골목을 지나..  잠업협동조합 자리를 지나..  우신쌀가게 자리 앞을 지나..  평화약국 자리를 지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습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차를 탔는데도 눈물은 한없이계속해서 쏟아지다..  통곡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울며울며 무심천 옆 용하사 앞에 서서야 엉엉 울고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습니다.  굵어져버린 왕벗나무옆 뚝방길을 서성거리다 부은 눈을 가라앉히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복대동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새 또 머리가 길었습니다.  늘 그렇게.. 바보처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40여년 가까이 머리를 감겨주시는 '명희'형님을 만나러 주성이발관에 가겠습니다.  명희형님도 뵙고..  나도 명희형님처럼 살고 싶은 바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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