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년
유미별, 그도 ‘88만원 세대?’

 

“어디, 가까운 곳에서 한 이틀이라도 쉬다가 오시죠?”

 

유미별씨가 요즘 자주 듣는 소리다. 그를 아끼는 사람들로부터다.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러운 뜻의 이름을 가진 유미별씨... 그가 밤낮 없이 일만하는 모습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미별은 일독에 빠져 산다. 어쩌겠는가? 뒷골이 당길 정도로 뛰지 않으면 자신이 꾸리고 있는 무용단이며 무용아카데미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88만원 세대’라고 하는데 유미별, 그도 과연 88만원 세대일까...

유미별, 남자 이름으로는 꽤나 부드럽고 예쁜 이름이다. 여기다 하는 일이 무용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십중팔구 여자로 알고 있다가 막상 만나보면 ㅎㅎ... 한바탕 웃음보따리를 터뜨리곤 한다.

 

우선, 퍽이나 예쁜 이름에 비해서 그리 잘 생긴 얼굴은 아니고, 키는 또 보통 키라고 해줄까 말까이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이다. 유미별과 한 두 마디만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키고 뭐고 따질 것 없이 웃음과 편안한 마음이 공기처럼 감싸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만의 따뜻함과 붙임성이 짱인 사람이다.

 

그러니까 유미별, 이 사람은 무용안무가이자 무용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선생이다. 얼핏 보면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이다. 잘 봤다. 공부에는 그닥 취미가 없고 그저 뛰고 움직이고 구르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았던 왕 개구쟁이였다. 여기다 말하는 것을 꽤나 즐기는 편이라서 격의 없이 사람들을 대하는 데는 그만인 성격(?) 쯤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회원들을 가르칠 때 까다롭거나 폼 잡는 일이 없다. 권위를 내세우거나 격의를 두지 않는다. 친절하고 성심성의껏 가르치기 때문에 그로부터 배우는 사람들은 무용을 편안하게 접근하게 된다. 유미별은 사람 앞에서 무게 잡지 않고 잰 채하지 않고 사근사근한 말투로 자기 일을 무척이나 열심히 사랑하는 선생인 것이다.

 

유미별은 본인 스스로도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다.’ 고 얘기할 정도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주구장창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쳐온 사람이다. 지금도 여전히 공연과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느라 밤낮 없이 바쁘다. 남들로부터 ‘좀 쉬어가면서 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꾀부릴 줄도 모르고 시쳇말로 농땡이 치는 일도 없이 무지 열심이다. 그런 데도 한 달 살림은 늘 빠듯한 게 탈이다.

 

67평 홀의 임대료가 월 140만이다. 여기다 부가세 14만원을 합하면 154만원, 관리비는 평균 잡아 55만원이 된다. 그러니까 한달에 적어도 210만원은 장소사용료로 나가는 셈이다. 여기다 전화와 인터넷, 정수기비용 강사 월급이 대략 200만 원쯤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드사용료와 이자비용도 있다. 시시콜콜 따지기로 말하면 세금이야 데이트비용, 기타 등등 한도 끝도 없이 지출품목은 늘어난다. 고정 지출이 대충 이정도요 교통비나 식비 오토바이 기름값과 보험료, 생활비 또한 어김없는 지출품목이다. 좌우지긴 오너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3년을 하루같이 뛰고 있는 중이다.
 

2009년 5/17일 제 5회 명동성당축제에서 단원들과 함께

이런 유미별, 때때로 무대 위에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가 없다면 정말이지 유미별의 인생은 그야말로 흥도 없고 신명도 없는 밋밋한 인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대는 땀 흘린 만큼 환호와 박수를 보내준다. 유미별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예술과 생업을 병행해야 하기에 무용단과 무용아카데미를 동시에 붙들고 있는 것이다. 양손에 뜨거운 감자를 쥐고서 병행해가야 하는 현실일 수밖에 없다.

 

온 나라가 과히 영어 광풍이라 할 정도로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생까지 오직 ‘영어노래(?)와 공부만 강조하는 풍토에 예능 쪽은 점점 더 찬밥신세가 되가는 중이다. 여기다 천정부지로 솟은 부동산 비용, 때문에 젊은이들이 뭘 해보려 해도 도대체 이사회는 운신할 수 있는 토양이 돼있질 않다. 사정이 이러니... 어디 1인 창직에 대한 꿈이라도 꿔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현실이 이러고 보니 유미별 같은 1인 창직자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돈 벌고 예술하고, 생계유지와 건물 임대료를 위시해서 온갖 제세공과금을 챙겨야 하는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유미별은 누구 말마따나 한 달에 단 88만원이라도 제대로 만져보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기에 스스로에게 묻는다.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러운 별’ 유미별 넌, 과연

‘88만원세대’ 축에라도 낄 수 있는 젊은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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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2 01:59 2010/02/02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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